2000년도 대전, 충남권에서 활동을 하다가 군입대로 해산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팀 GMC의 연륜이 제대 후, 첫 앨범 [Know How]를 들고 다시 씬으로 복귀한다. 앨범에는 마이너한 멜로디라인과 서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투박하면서 건조한 스타일의 음악들로 채워져 있으며, "몸을 움직이기보단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담았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보자면 연륜은 ‘나이테 혹은 물고기의 나이를 알아볼 수 있는 줄무늬’를 의미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스너들은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으로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신인이 무슨 연륜을 들먹이냐?”는 비아냥도 있겠지만 그는 보통 신인에게는 없는 ‘연륜’이 있다. '꽁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1999년부터 대전에서 활동하며 내공을 쌓았다. 다수의 MC들과 실력을 겨루던 그는 자신의 창작물이 일정 궤도에 오르지 않으면 내놓지 않겠다는 ‘실력지상주의’에 입각하여 작업하였고 자신의 첫 앨범을 이제야 완성하며 ‘연륜’이란 이름으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귀에 친숙한 멜로디를 샘플링해서 작업한 다음에 일단 이름을 알리라’는 주위의 충고와 조언을 무시하고, 그는 이번에 거칠고 투박한 사운드를 고집했다. 샘플링을 최대한 배제한 그의 비트를 듣고 있으면 앨범표지의 거친 나무의 살결을 손으로 만지는 듯하다. 마른 나무가 불쏘시개로써 불을 지피는데 이용되는 것처럼 그의 비트는 리스너에게 가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주로 어떤 주제를 다루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사는 남의 일기를 보는 것과도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2차대전 당시 나치군을 피해 은신한 어린 소녀였던 안네도 일기를 쓸 때 그녀가 숨어 지내는 다락방에서 보이는 풍경에서부터 글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일기가 어려운 주제가 아닌 일상 그 자체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그의 가사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요즘 가수들이 앨범에 한두 곡 정도 필히 넣는 ‘사랑’을 주제로 삼지도 않는다. 꽁치라는 반찬을 처음 먹었던 순간에서부터(‘내 별명은 꽁치’ 中)시작하는 그의 가사는 리스너에게 마치 남의 일기를 엿보는 느낌을 준다.
나타날 現(현),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것이 첫 번째 의미지만 그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그의 음악에는 ‘본질을 덮고 있는 것이 걷히면서 원래의 것이 드러난다.’는 두 번째 의미가 더 적합하다. ‘지나친 샘플링’ , ‘라이브에서는 들을 수 없는 조작된 음색’ , ‘조사와 몇몇의 단어를 제외하고는 온통 영어천지인 가사’, ‘앨범의 주인공보다 조연인 피쳐링진이 더 중요시되는 앨범 제작 풍토’로 본질이 가려진 현재의 힙합씬에서 ‘고갱이’(‘핵심’이란 뜻을 지닌 우리말)를 보여주려는 그의 외침은 2008년 대중들에게 들릴 것인가. 세상에 나온 그를 세우는 것은 이제 대중의 차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