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미국 팝계를 휩쓸었던 몽키즈의 한 멤버가 그들의 인기를 대변하듯 자랑스레 외친 말이다. 스타시스템이 존재하는 음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한 대목이며, 우리나라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한 예일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술이 탄생하게 되는 계기,즉 동기의 부여에 있다. 위의 몽키즈가 몇년만에 몰락한 이유는, 바로 그 동기부여의 순수함이 결여된 스타시스템이 만들어 낸 허상의 예상된 결과였던 것이다.
비틀즈가 시초로 보여 준 창조적 능력, 부단한 연습, 밴드의 조화, 이 모든 음악정신이 그러한 시스템과 타협하지 않고 만들어낸 뛰어난 창조물일 것이다.
굳이 서론을 압축하여 말하자면, 음악적 측면의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음악창작에 대한 동기부여의 순수함에 있다.
<지구밴드>가 결성된지 어느덧 횟수로 4년이 되었다.
<지구밴드>가 지난 4년동안 발표한 앨범은 벌써 정규 2집, 이번 싱글앨범으로 어느덧 2.5집이 발표되기 이르렀지만, 1집을 처음 접했던 솔직한 느낌,또한 변하지 않은 그들의 음악적 순수함과 따뜻한 모습으로서의 창조적 시도는 2집 <게으름뱅이>를 거쳐 이번 싱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지구밴드>의 라인업은 처음 결성당시의 멤버 그대로, 서로간의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쿠스틱기타와 보컬, 피아노,그 외의 연주와 작사작곡을 맡고 있는 리더<지구>,
마치 <카를로스 산타나>의 기타를 옮겨 놓은 듯한 실력파 기타리스트 <허재범>, 묵직하고 섬세한 팀의 막내 베이시스트 <박종섭>, 정확하고 강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드럼의 <한동빈>, 이 네명의 <지구밴드>의 연주실력은 말 그대로 노련한 베테랑 그 자체이다.
<지구밴드>에게 우리가 음악적 가치를 둘 수 있는 부분은, 뛰어난 연주를 자신들이 직접 소화한다는 것, 둘째로 보컬 지구의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시도 셋째로,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건 안하건 간에 기본적으로 <지구밴드>가 지닌 토양의 온기는 변하지 않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구밴드>의 활동을 가능케하고 우리에게 이번 싱글앨범의 발매라는 단 열매를 선사하게 된 이유이다.
1집에서 지구밴드가 보여준 음악이 80년대로의 회귀였다면, 이제는 그 순수함이 자리잡은 토양 위에 현실의 아픔과 사랑을 더욱 세련되게 노래한다.
물론 1집과 2집에서도 주제의 무게는 남다르지 않았지만, 이번 싱글은 그 음악적 무게가 한층 성숙된 느낌이다. 그 이유는 바로 지구밴드가 다양한 음악적 장르의 형태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불필요한 전자악기의 사용은 여전히 배제하고 있다.
1번 트랙 <계급>의 전체적 느낌은 마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분위기의 펑키한 리듬, 거기에 보컬 지구가 처음 시도했지만 자신의 음역대에 잘 어울리는 랩핑, 그리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세상을 연륜있는 주제로 배치한 가사, 그러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지구밴드>의 음악에 대한 충실한 자세는 상업적시스템으로 점철된 우리의 가요계에 귀감이 될만한 대목이다.
또 사랑을 노래하는 지구의 호소는 간결해졌으나 그 심정은 더욱 짙게 느껴진다.
<짝>이나 <If Love>라는 곡에서 표현은 간결하다. 그러나 사랑이란 말은 굳이 어려울 필요없이 감정 흘러가는대로 표현하는 법. 같은 가사의 반복이지만 멜로디와 가사, 절제된 연주가 사랑을 갈구하는 이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특히<If LOve>는 노래중간 들어간 여성의 창법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트랙 4번째 <게으름뱅이>는 <지구밴드>의 정규 2집에 실렸던 곡을 또다른 색채로 지구밴드의 도화지에 그려냈다. 1집의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를 2집에서 또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듯이 색깔을 달리 하였지만, 두 곡의 신선함은 그대로 살아있고 조금은 경쾌한 자메이카 리듬의 마지막 트랙 <래게>로 <지구밴드> 2.5집의 열매는 신선하게 이제
우리 바로 곁에 다가서 있다.
<지구밴드>의 리더' 지구'는 여전히 얘기한다.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고 현재의 음악여건은 예전과 같이 어렵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음악 속에 살며 많은 공연을 통해 사람과 만나고 싶고 우리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지구밴드>는 '인생의 쓴맛'을 얘기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달다.
그것은 음악이라는 토양에서 오염되지 않고 순수하게 키워 온 그들 음악의 당연한 수확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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