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밴드는 흙을 닮았다. 지구밴드는 그 흙으로 정성스럽게 빚어내어 자연을 불어넣은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신선하고 따뜻하고 솔직한 느낌의 밴드이다
그들의 음악은 Deep Brown 이라는 색이 어울린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앨범 자켓도 황토색이다)
아무튼 지구밴드는 댄스뮤직과 상업적 시스템으로 얼룩진 가요계에서 보기드문 흙이 주는 따뜻함과 인간 내면의 깊은 맛으로 양념 된 고부가가치 밴드이다
또한, 그들의 음악은 7~80년대 그룹 사운드들이 지녔던 순수함과 투명함을 선사하며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 소병찬의 컬럼 중에서 –
한줌의 흙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그러나 이제는 쉽사리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며 애써 찾아가야만 하는 삭막한 도심가운데 흙의 역할을 하고픈 지구밴드…..
2003년 봄 보컬과 기타에 팀의 리더 지구, 리드기타 허재범, 베이스 박종섭, 드럼에 한동빈, 네명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뜻을 모았다.
리더인 지구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대학로의 “다솜 Free Atr”라는 자선 단체의 정신지체 장애인 홍보를 위한 자선공연에 매주 참여 활동했다
또한 그외 멤버들은 다수의 알려진 가수들의 세션으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지구밴드 1집의 전체 분위기는 불필요한 전자악기의 배제, 가장 내츄럴한 느낌의 구성과 악기편성, 각 파트의 완벽한 연주 위에 지구의 걸출하고 힘있는 목소리가 얹혀 깊으면서도 중심 있는 사운드가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수록곡을 살펴보면 Intro ‘지구하나’를 시작으로 그들의 분위기를 짐작케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와 ‘난 바람이었어’ 가 어쿠스틱 사운드와 연륜있는 가사로 귀를 적시고 간다
흥겨운 Rock & Roll 넘버인 ‘달라질꺼야’ 와 어쿠스틱과 밴드 두 버전으로 실린 현실과 이상의 고뇌를 노래한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가 이어지고 힘 있는 사운드의 ‘늘 그랬듯이’와 지구의 건반연주가 일품인 ‘내 슬픔에 위로를’ 을 거쳐 사랑을 밝게 노래한 ‘내 사랑 오직 그대 하나’ 그리고 지구 어쿠스틱 연주와 깊이 있는 목소리가 압권인 '오아시스’가 흐르고 지구밴드의 2집을 기약하는 의미가 담긴 ‘지구 두울’로 마무리 된다
한 두 곡을 빼곤 전부 리더인 지구가 작사, 작고, 편곡, 프로듀싱을 했다
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마땅히 조명 받아야 할 창작자들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대신 엉뚱한 가수들이 ‘국민가수’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간 한국에서 창작자들 중심으로 대중문화 역사를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지칭하는 창작자란 뛰어난 앨범을 만든 뮤지션을 말한다)
그래서 아직도 노래 한 곡만 가지고 가수를 얘기하고 ‘가창력’이 가수를 평가하는 절대기준처럼 되어버린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 웹진 가슴(www.gaseum.co.kr)의 편집장 박준흠의 지구밴드에 대한 컬럼중에서 -
“삭막해진 세상에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게끔 했던 것이 음악이다” 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음악의 길을 선택했다” 라는 어떤 뮤지션의 말이 생각난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20여년 이상 각자 자신의 포지션에서 한길을 걸어온 멤버들이 모여 상업적 시스템에서 점령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그들 자신만의 토성을 쌓고 있는 지구밴드에게 인간이기에 음악을 하며, 음악으로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그들에게 “쟁이”라는 단어를 붙여 주고 싶다
진정한 음악쟁이가 아니면 그렇게 어려운 길을 걸어오지 않았을 테니…..
앞으로 1년에 한장씩 앨범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그들이 밟을수록 단단해지는 흙과 같이 더욱더 생명력이 강한 그들만의 빛을 발하는 그런 밴드가 되길 기대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