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은 다이키리 두잔을 거푸 들이켰다. 형식상으로는 승진이지만, 실상 좌천이나 다름없는 회사측의 처사에 단 한마디도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분통이 터질 것이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별다른 트러블이 없던 나조차도 그만두려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M은 오죽하겠는가. 웨이트리스도 걱정스런 표정으로 단골손님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그녀의 찡그린 미간은 좀체 펴질줄을 모른다. M의 표정도 여전히 어둠침침하고 세상 절망을 다 보듬은 듯 우울하기만 하다. 한창 흘러나오던 브룩 벤튼의 노래가 돌연 끊기고, 분위기가 전혀 다른, 뭐랄까 레게에 가까운 음악으로 교체되었다. 본래 이 펍이 덥이나 레게를 자주 틀어주는 곳이긴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