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inter-Rider.
푸른 밤의 시티팝
싱어송라이터 해오의 데뷔작 LIGHTGOLDENRODYELLOW
해오> 옐로우 마요네즈(yellow mayonaise)> 허준혁
‘허준혁’,
기타리스트가 꿈이던 이 남자는 재즈아카데미 졸업 후 올드 피쉬(the old fish)의 초기 멤버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인 음악인생에 돌입했다. 그러나 16회 유재하 가요제 수상과 함께 2005년 ‘옐로우 마요네즈’라는 이름으로 솔로 EP를 자체 제작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듬해 롤리팝뮤직에 소속되어 틈틈이 곡 작업을 시작했고 스웨터, 소히, 신재진 등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한다. 3년의 시간, 드디어 그의 첫 번째 데뷔앨범이 롤리팝뮤직을 통해 발매된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허준혁의 이야기로, 옐로우 마요네즈의 감성으로, ‘해오’라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서.
라이트골든로드옐로우, Lightgoldenrodyellow
“Lightgoldenrodyellow”는 "밝은국화과다년초노랑"이라는 이름의 색상이다. 해오의 전 이름이었던 ‘옐로우 마요네즈’의 느낌을 살린 연장선이며 동시에 앨범 전체를 나타내는 메타포이기도 하다. 해오는 80년대의 낭만을 불어넣은 곡조와 가사에 세심한 편곡을 보태었다. 모든 곡은 그 시대의 추억이 바탕이 되었고 돌아보는 여자의 흐린 얼굴을 담은 커버와 패키지(LP 슬리브)까지 그 향수로 가득하다. 덕분에 해오의 데뷔작은 오랜만에 접하는 세련된 AOR의 기운을 가지게 되었다. 그 위에 다 자라가는(?) 청춘의 일상을 덧대본다. 떠올려보면 치기어린 청춘의 샛 노랑은 이 앨범과 어울리지 않는다.
앨범은 롤리팝 스튜디오와 해오의 방에서 녹음되었다. 복고풍 발라드를 지향하는 타이틀 ‘작별’은 여운이 남는 가사와 깔끔한 연주로 앨범의 의도된 컨셉(?)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곡이다. ‘작은 새’는 ‘작별’과 함께 앨범 내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신나는 비트와 후렴구의 훅이 인상적이다. '작별'과 대구를 이루는 곡인 ‘오후 4시의 이별’, 싱어송라이터로 전환하게 된 결정적 역할을 한 ‘기차가 지나던 육교’,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드러내는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La bas’ 등 해오의 데뷔음반은 그가 오랫동안 손 본 정성의 손길이 닿아 있다. 특히 전체 앨범 방향을 함께 고민한 롤리팝의 서준호(볼빨간)와 신세철(스웨터)을 비롯, ‘눈 덮인 밤’에서 함께 보컬을 맡은 소히, 최재혁(오메가 3), 임예진/신지현(스웨터), 유지훈(캔버스), 롤리팝의 새로운 신예 론리 플래닛 보이(L.P. Boy)등이 적재적소에 심혈을 기울여 더 영글어진 느낌이다.
Hello, Winter-Rider!
잠 못 이루는 겨울밤, 이유 없이 밀렸던 방 청소를 하고 못 다 쓴 편지를 마저 쓰고, 삐뚤어진 가구를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말랑했던 연애를 떠올리기도 하고 다 커버린 육체를 가지고도 어쩔 길 없는 서투른 감정을 탓하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맑고 차가운 공기, 파랗게 빛나는 눈 덮인 골목.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매서운 추위조차 어쩌면 친구가 되고 추억이 된다. 해오의 음악은 80년대와 겨울밤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겨울을 참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 당신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his songs_
1.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dedicated to Fishmans)
피시만즈(Fishmans)의 'Daydream'이란 곡의 후반부 기타 멜로디를 빌려온 곡입니다. 주어진 삶과 운명을 거스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얘기이기도 합니다. 첫 트랙에 실리게 되니 더욱 의미심장한 곡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족관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대단히 죄송합니다.
2. UFO
'내게 외계인 친구가 있다면...'이라는 동화적인 상상에서 만든 곡입니다. 하지만 이제껏 떠나보낸 모든 옛 친구들에 대한 추억을 빗대어 얘기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다 뭘 하고 살고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곡이 끝날 때 외계인 친구가 '나 여기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언젠가 반갑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3. 오후 4시의 이별
오후의 카페에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있던 연인의 이미지로 만든 곡입니다. 오후라는 시간적 이미지는 나른하고 여유롭지만 곧 하루가 저물어간다는 아쉬움이 있는데요, 그 이미지를 연인의 상황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밤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 없듯 다가올 이별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씁쓸한 감정에 대한 노래입니다. 이 곡을 듣는 모든 분들이 오후처럼 나른해지기 전에 항상 정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전 오후를 좋아하긴 합니다.
4. 작은 새
앨범에서 유일한 정상적인 러브송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의 수호천사가 되어 지켜주고 싶다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신나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래 녹음이 유난히 어려웠던 곡으로 기억되는 곡입니다.
5. 작별
'오후 4시의 이별'과는 또 다른 헤어짐에 관한 노래입니다. '오후 4시의 이별'에서의 이별이 쿨한 21세기식 이별이라면, '작별'에서의 이별은 전형적인 80년대식 청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옷자락까지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로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너무나 전형적이지만 낭만적인 이별이란 이런 것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애절한 이별송입니다.80년대식 정서이므로 80년대식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나름 의도한대로 나와 주어서 정이 가는 곡입니다. 역시 뭐든 옛것이 멋스럽네요. 볼빨간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곡이기도 합니다.
6. 비
'기차가 지나던 육교'와 비슷한 정서의 곡입니다. 감정이 메말라져만 가는 모습의 아쉬움에 대한 곡입니다. 어느새 고인 빗물에 하늘을 비춰볼 여유도, 내리는 비를 손에 모아볼 낭만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7. La bas
프랑스의 국민가수 장 자끄 골드만(Jean Jacques Goldman) 의 'La bas'와 제목이 같습니다. 어릴 적 지구촌영상음악에서 그의 'La bas' 뮤직비디오를 보며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는데 아직도 저에겐 깊게 각인되어있는 이미지 중에 하나입니다.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La ba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