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어릴적부터 대중가요, 다시말해 트롯트를 늘 들으면서 또 그 노래들과 관련된 사람들을 가까이 접하면서 성장해왔다. 기억을 더듬어 보건데, 지방에서 열린 음악 콩쿨대회에서 입상하여 시골에서 상경한 가수지망생들이 우리집에 기거하면서 그들이 연습하는 모습이나 음반을 내는 모습들을 희미하게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때 무심코 따라 불렀던 많은 가요들... 지금도 내 귓전을 맴돈다. 그러나 결국은 프로모션의 한계로 흥행불발로 끝나고 짐을 꾸리고 떠나야만 했던 가수지망생들. 지금 그들은 어디서 무얼하면서 어떻게 살고들 있을까?
아버지의 뒷바라지에 지친 어머니의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 ‘딴따라 하지마라, 배고프다’라는 말씀이 어린 나의 잠재의식에 귀딱지가 되어 눌러 자리 잡았다. 그러나 노래가 좋은데 어찌할 것인가? 기타를 튕기며 노래할 때보다 더 행복할 때는 없었다. 노래를 만든답시고 여기저기 끼적끼적 오선지에 콩나물 대가리를 그려 넣고 혼자서만 기쁘고 혼자서만 즐거이 노래하였다.
고삼시절, 일요일이 다 지나가는 무렵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밀물처럼 업습해왔다. 공부하기도 귀찮고 월요일 학교 가기도 참 싫었다. 이때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를 만들게 된다. 훗날 이 노래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일명, 노찾사) 1집에 수록되어 방송을 타게 되고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의 귀에 남아있는 노래가 되었다.
대학입학후 주저함 없이 통키타 포크음악 동아리인 ‘메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의미있는 노래에 대한 사고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창작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나의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자리잡은 어머니의 ‘딴따라론’이 항상 작용하여 음악을 업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란 마음이 있어 음악에 발을 푹 담그게 하지 못하고 언제든지 빼낼 수 있을 만큼만의 절제된 테두리안에서 활동성만 가지게 되었다.
졸업후 소시민의 평범한 수순에 의해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고 그 후로는 자영업의 길을 걷게 된다. 생업이라는 엄청난 덫에 걸려 오랜 시간동안 노래를 만드는 창작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사실 노래하고픈 마음속의 욕망을 누르고 있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우리 첫 아이가 태어난 1987년도, 새 생명의 탄생이 너무 기쁘고 경이로운 마음에서 그냥 있을 수만은 없어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그림을 그리자’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 노래는 그로부터 20년후인 2007년도에 한국공익광고 협의회에서 만든 출산장려 캠페인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게 되었다.
이십대 후반에 만든 ‘그림을 그리자’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원함은 있으로되 정함이 없다‘라는 문구처럼 마음은 항상 같이 있었지만 창작활동에 대한 강력한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약 2년 전, 사십대의 후반으로 치닫는 때에 문득 나의 삷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강한 욕구가 마치 청년의 그것처럼 불쑥이게 되었다.
내 자신이 철학을 갖고 끝까지 지켜낼 수 없기에 소위 민중가요라 불리는 노래들은 만들 자신은 없었다. 평범한 대중들이 내 노래를 통해 약간의 머리 끄떡거림이나 마음의 위안이 조금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노래를 만들었고 힘겹고 어두운 상황일지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체적인 앨범색깔로 만든 대중가요라 말하고 싶다.
요즈음 가요계를 주름잡는 젊은이들의 댄스풍의 노래도 좋지만 사회의 경력과 인생의 경륜을 어느정도 갖춘 중장년층을 위한 노래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기에 비슷한 시대의 삶을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감정이나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만들었기에 노래를 들을때 노랫말에 귀를 귀울여 듣는 것도 좋으리라 귀띔해 주고픈 마음이다.
나는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단지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 노래를 불러줄 가 수가 없어서 부득이 내 자신이 부르게 되었고 또 이렇게 알리게 되는 바이니 누구라도 내 노래를 잘 불러줄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겠다.
이제부터 나의 음악은 시작이다! 인생 2막에 때맞추어 나의 음악과 더불어 나의 진정한 인생도 시작인 셈이다. 멋진 후반전에 미리 가슴이 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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