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수정'이라고 알고 있는 Quartz(쿼츠)란 단어에는 사실, 지구상에서 아주 흔한 광물중 하나인 '석영'이란 의미도 담겨있다. 석영 중에서 보석이 될만한 결정체들을 골라 가공한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정인 것이다. 평범한 돌덩이가 귀중한 보석이 될 수 있는 까닭은 '그 안에 남을 담을 수 있는 투명함' 이라는 본래의 자질에 더불어 연마를 통한 다면(多面)을 가짐으로써 단순한 햇빛을 다양하고 눈부신 반사광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2002년에 결성, 홍대-신촌 등지의 클럽에서 활동하며 거리낌없는 선택과 조합으로 홍대앞 인디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새롭고 신선한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 쿼츠Quartz는 그런 점에서 주위를 담아내는 투명한 포용력과 수많은 빛깔을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면모라는 수정의 묘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할 수 있다.
완벽하게 깎인 다면의 수정이 만들어내는 빛깔만큼이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그들만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색을 야무지게 쌓아올려온 그들이 드디어 자신들의 첫번째 음반을 내놓았다.
재즈, 힙합, 뉴메틀과 아트락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고 활동하던 멤버들이 모인만큼 잼을 통한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창작을 기본으로 하는 그들의 음악에는 현재 수많은 인디뮤지션들과 리스너들을 감염시키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소위 '장르병(病)'이나 '정통의 수호자','***의 충실한 구현' 따위의 개념은 애초부터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그 모든 편가름과 선긋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경계를 넘나드는-혹은 개의치 않는-자유스러운 실험과 시도로 그들의 음악을 채색한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곁들여진 그루브한 스크래칭, 아주 대중적인 느낌의 가사를 가진 곡에 생소한 산스크리트어 암송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게 샘플링하여
개성을 부여하는 센스, 따스하고 아련한, 아날로그 느낌의 사운드와 차갑고 날이 선 기계적인 사운드가 동시에 살아 움직이며 이뤄내는 독특한 색깔은 쿼츠(Quartz)라는 수정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반사광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고 결코, 난해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는 말 것. 다양성과 대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처럼 '포스트모던밴드'를 표방하는 쿼츠의 음악은 그 신선함과 자유분방함에도 불구하고 귀에 명료하게 들어와 꽂히는 멜로디와 편안한 곡진행 등 대중들이 쉽게, 그리고 충분히 공감할만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인디씬에서는 이들의 음악에 '가요풍'이라며 토를 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언급이야말로 이들이 가진 감성의 보편성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통','진정한 음악' 등의 말로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 흔치않은 열린 귀와 매이지 않은 소리를 가진 그들의 앞길을 주목해보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