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바로크 성악의 세계
<울게 하소서>, <옴브라 마이 푸> 등 오페라와 종교음악을 망라한 바로크 성악의 눈부신 걸작 19곡 수록!
엠마 커크비, 요하네터 조머, 다니엘 테일러 등 우리시대 최고의 성악가들이 들려주는
섬세하고 품위있는 연주가 바로크 음악의 진수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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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사랑노래
<B>음악의 정원
LE JARDIN DE LA MUSIQUE</b>
좀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인간의 감정을 토로했던 바로크 시대는
어떤 의미에서 또 하나의 낭만주의 시대였다.
그리고 바로크의 탄생과 화려한 정점에는 언제나 오페라가 있었다.
오페라는 원래 고대 그리스 연극의 부활을 목표로 태어난 장르였지만 급격하게 대중적인 요소를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대의 총아가 되었으며, 화려한 기교와 충만한 표현력, 정교한 즉흥연주 능력을 아울러 갖춘 가수들,
특히 카스트라토(거세가수)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바로크 시대는 또한 ‘세속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신에게 봉사한다’는 명제에 따라 종교음악에서도 오페라의 화려한 가창을 받아들여
성속(聖俗)의 경계를 허문 시대이기도 했다.
결국, 두 장의 음반을 가득 메운 이 아름다운 바로크 성악곡들은 세속적 사랑(CD1)과 종교적 사랑(CD2)으로 구분되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바로 님을 향한 가없는 사랑을......
<B>Disc 1</b>
1~2. 조지 프리데릭 헨델
오페라 <세르세> 중 아리아 ‘다정한 나무 그늘(Ombra mai fu)
헨델은 한때 런던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탈리아 오페라가 서서히 인기를 잃어감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동안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작곡을 병행했다.
1738년 봄에 공연된 오페라 <세르세>는 화려하고 장엄한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에서 벗어나 진지한 요소와 좀 더 가볍고 코믹한 요소가 섞인 독특한 작품이다.
오페라가 시작되면 기원전 470년경에 그리스를 침공했던 페르시아 황제 세르세(크세르크세스)가 등장해서 플라타너스 나무가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무에 대한 찬사와 사랑을 바친다.
헨델이 쓴 가장 아름다운 선율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은 19세기 이후 ‘라르고’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해졌으며, 다양한 편성의 기악곡으로도 널리 연주된다.
3. 조지 프리데릭 헨델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이중창 ‘순례자에게 여명이 반갑듯이(Welcome as the dawn of day)’
영국에서 이탈리아 오페라가 인기를 잃고 막다른 장벽에 이르렀을 때, 헨델은 중산층에 호소하는 영어 오라토리오로 돌파구를 찾아냈다.
평화와 광명을 노래하는 온유한 분위기에 대규모 연주진을 갖춘 대작 오라토리오 <솔로몬> 1막에서 지혜로운 명군 솔로몬 왕과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왕비, 이 신혼부부는
서로에게 사랑의 찬사를 보내는 아름다운 이중창을 노래한다. 먼저 왕비가 왕에게 어두운 밤에 순례자가 여명을 반기듯이 자신도 왕을 반긴다고 노래하면 왕이 이에 화답하면서
은매화 숲 같고 장미 그늘 같은 왕비의 향기에 찬사를 보낸다.
선율도 아름답지만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를 배열하면서 영어 가사의 운율미를 강조하는 가사 역시 인상적인 곡이다.
4. 안토니오 비발디
오페라 <성난 올란도>중 아리아 ‘깊은 곳으로 내려가(Nel profondo cieco)’
오늘날 비발디는 주로 500곡이 넘는 협주곡을 쓴 기악 작곡가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당대를 주름잡은 오페라 작곡가이기도 했다.
루도비코 아리오스토가 쓴 <성난 올란도>는 바로크 시대 내내 엄청난 인기를 끈 오페라 소재였는데(헨델의 <올란도>와 <알치나>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십자군을 이끄는 영웅적인 기사이자 샤를마뉴 대제의 조카인 올란도는 마녀 알치나가 지배하는 마법의 섬에서 자신의 연인이라고 믿는 카타이(중국) 공주 안젤리카를 찾으며
어떤 잔혹한 시련이 사랑을 위협할지라도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다짐하는 굳센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사실 안젤리카는 사라센 청년 메도로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이 노래를 마친 올란도는 곧 두 연인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광기의 세계로 뛰어들고 만다.
비발디는 이 곡을 몇 년 후 오페라 <충실한 요정>에서도 기악곡으로 편곡해서 다시 이용했다.
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트리오 E단조 BWV 583 중 아다지오
오르간 곡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E단조는 큰아들 빌헬름 프리데만을 위해서 쓴 것으로 보인다. 바흐 오르간 소나타의 대부분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작곡가들의 실내악곡에서 가져온
편곡작품인 만큼 원곡이 밝혀지지 않은 곡들도 실내악 편성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일이 흔한데, 여기서 원곡에서 손이 연주하는 선율은 플루트가, 발건반으로 연주하는 저음부는 하프시코드가 맡아서
아름다운 이중주를 들려주고 있다. 바흐만의 완벽한 구성과 우아한 기품이 돋보이는 곡이다.
6. 장-바티스트 륄리
오페라 <테제>중 이중창 ‘갈망을 따르게 하여(Qu'il passe au gre de ses desirs)’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귀화한 작곡가 장-바티스트 륄리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음악감독으로 서양음악사상 유례가 없는 절대권력을 휘둘렀다. 륄리는 ‘음악비극’ 혹은 ‘서정비극’이라는 프랑스 특유의
오페라 형식을 만들어내며 사실상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막을 열었는데, 이 형식은 향후 100여년간 프랑스 극장음악에 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의 오페라 <테제> 서막에서
비너스, 마르스, 바쿠스 등 그리스 신화의 신과 요정들은 베르사유 궁전에 모여서 루이 14세와 그의 장엄한 궁전에 찬사를 바치는 춤과 노래를 부른다.
미의 여신 비너스와 군신(軍神) 마르스가 함께 부르는 짧지만 아름다운 이중창 ‘갈망을 따르게 하여’도 그 중 한 곡인데, 사랑과 전쟁, 대조적인 두 가치를 상징하는
두 신은 합창단과 함께 달콤한 사랑의 기쁨과 장엄한 군사적 영광이 조화를 이루는 태양왕의 치세를 찬미한다.
7. 발다사레 갈루피
오페라 <안티고노>중 아리아 ‘그것이 옳을지라도(Benche giusto a vendicarmi)’
바로크 시대가 서서히 저물면서 저 멀리 고전파 음악의 여명이 보이는 전환기에 이탈리아, 러시아, 영국 등 전유럽을 종횡무진하며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활동했던 발다사레 갈루피의
오페라는 18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을 이어받아 눈부신 기교와 역동적인 다이내믹, 고혹적인 선율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
저명한 카스트라토 고치(Gozzi)를 위해 만들어진 아리아 ‘그것이 옳을지라도’는 18세기에 절정에 올랐던 성악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화려한 장식음과 콜로라투라,
넓은 음역과 강한 표현이 담긴 인상적인 곡이다.
8. 조지 프리데릭 헨델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내버려 두오(Lascia ch'io pianga)’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울게 내버려 두오(울게 하소서)’는 아마도 바로크 오페라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곡일 것이다.
이교도 여마법사 아르미다에게 납치되어 갇힌 알미레나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이 느린 다카포 아리아를 듣다보면 간결한 선율과 반주만으로 가장 내밀한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던 헨델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연인 리날도와 강제로 헤어져 유폐되어 있는 알미레나는 슬픔의 탄식을 토해내고 있지만, 그녀의 슬픔은 곧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보기 드문 남성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듣는 ‘울게 내버려 두오’는 마치 옛 카스트라토의 황금시대를 다시 보는 듯한 아련한 감상을 안겨준다.
9~11.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
리코더 사중주 G단조
바로크 음악의 마지막 정점에서 당대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여러 나라의 독특한 음악전통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했던 텔레만은 실내악곡에서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리코더 사중주 G단조에서 바이올린, 비올라, 리코더 세 독주 악기는 서로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1악장), 한데 어울려 베이스 선율과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고(2악장),
서로 다른 선율을 노래하다 조심스럽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등(3악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2. 조지 프리데릭 헨델
음악극 <헤라클레스> 중 이중창 ‘자유의 기쁨(Joys of freedom)’
헨델의 음악극(Music Drama) <헤라클레스>는 질투가 불러일으킨 파멸적인 결과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팽팽한 긴장감과 최후의 파멸을 늦추려는 듯 곳곳에 아름다운 장면을 감추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아내 데자니라는 남편 헤라클레스가 오에킬리아의 공주 이올레와 사랑에 빠져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녀를 미워하지만 결국 오해를 풀고 용서를 구한다.
두 여인이 함께 부르는 아름다운 이중창 ‘자유의 기쁨’에서 데자니라는 나라를 잃고 포로로 잡혀있는 이올레에게 자유와 명예를 되돌려 줄 것을 약속하며, 이올레는 더없는 기쁨을
나타내며 데자니라에게 화답한다. 하지만 이미 질투는 어두운 씨앗을 뿌렸고, 이 온화한 기쁨 뒤에는 헤라클레스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13. 조지 프리데릭 헨델
오페라 <타메를라노> 중 아리아 ‘이승이든 저승이든(Nel mondo e nell'abisso)’
1724년에 발표된 헨델 오페라 <타메를라노>는 같은 시기에 나온 <줄리오 체자레>, <로델린다>와 함께 1720년대 헨델의 ‘로열 아카데미 시절’을 대표하는 황금기의 걸작 오페라다.
타르타르 황제 타메를란과 그의 포로가 된 투르크 술탄 바자제, 바자제의 딸 아스테리아, 타메를라노(타메를란)의 약혼녀 이레네 등 여러 등장인물이 사랑과 배신 안에서 얽히고 ?鰕榻?
줄거리는 전형적인 바로크 오페라의 패턴이고 헨델 외에도 비발디를 비롯한 많은 작곡가들이 오페라 소재로 활용했지만 당시 헨델이 거느리고 있던 스타 가수들을 적절하게
기용한 균형 잡힌 캐스트와 뛰어난 감정 표현은 현대 오페라 극장에서도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베이스 가수로 꼽혔던 주세페 보치를 위해 만들어진 아리아
‘이승이든 저승이든’에서 노래를 부르는 레오네는 황제의 불성실한 사랑을 용감하게 비난하는 굳센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헨델은 이 아리아의 모티브를 아꼈던 듯, 그 뒤에도 종종 이용했다.
14.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요정의 애가(Lamento della Ninfa)
르네상스 음악의 전통에 발을 담그고 바로크 음악의 미래를 열었던 위대한 개척자,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8집,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에 담긴 ‘요정의 애가’는 바로크 시대를
통틀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애가(lamento) 형식의 완성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언어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음악에 담으려 했던 모노디(monody)양식의 강렬한 표현과 섬세한 선율미, 되풀이되는 베이스 선율로 이루어진 파사칼리아 형식이 혼연일체를 이룬 이 곡에서
사랑을 잃은 요정은 마치 언어가 바로 음악으로 화한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을 토로하는데, 그리스 비극 전통에 따라 함께 등장하는 남성합창(3중창)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요정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비평을 가하면서 여주인공의 격렬한 감정을 늦추는 중립적인 자세를 보이며 묘한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15. 조지 프리데릭 헨델
음악극 <헤라클레스> 중 아리아 ‘어디로 날아갈까?(Where shall I fly?)’
때때로 지나친 사랑과 질투는 광기를 동반한다. 광기와 파멸로 치닫는 사랑은 오페라의 영원한 주제 중 하나이며, 헨델의 음악극 <헤라클레스> 역시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남편 헤라클레스가 다른 여인(이올레)을 사랑한다고 의심한 아내 데자니라는 사랑의 묘약을 바른 옷을 남편에게 입히지만 그 묘약은 사실 헤라클레스에게 복수하려는 네수스의 계략이 담긴 독약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한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된 데자니라는 ‘어디로 날아갈까, 죄스러운 내 머리를 어디에 숨겨야 하나?’라며 고통과 후회, 회한과 광기의 격렬한 감정을 토로하는 노래를 부른다.
바로크 오페라의 전통적인 형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고전파 음악에 접근하고 있는 진보적인 감각과 영어 가사의 독특한 표현력을 극한까지 파고든 강렬한 표현이 가슴을 찌르는 명곡이다.
16. 로베르 드 비세
샤콘과 롱도(Chaconne en rondeau)
로베르 드 비세는 루이 14세의 궁정음악가로 활동하며 당대 프랑스 최고의 테오르보, 기타 연주자로 명성을 떨쳤지만 안타깝게도 생몰년을 비롯한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의 작품인 샤콘과 롱도는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은 내밀한 매력을 지닌 프랑스 류트-테오르보 전통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소품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샤콘과 파사칼리아를 특히 아꼈는데, 계속 일정하게 되풀이되는 샤콘의 베이스 선율
위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는 춤곡을 들으며 끊임없이 순환하며 공명을 일으키는 우주의 궤적과 인간의 삶을 느꼈던 것 같다.
테오르보의 마지막 음이 무한한 여운을 남기며 끝난 후에는 사랑마저 사라진 정적만이 남는다.
17.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 홀로 숲으로 들어 왔네(Sans frayeur dans ce bois)’
테오르보의 샤콘 연주에 이어 이제 샤콘 반주 위에서 노래하는 사랑의 슬픔을 듣게 된다. 진지한 노래(Air serieux)라 불렸던 17세기 후반의 프랑스 사랑노래는 가볍고
섬세하고 세련되며 달콤한 정서를 즐겼던 프랑스 전통이 낳은 작은 꽃밭이라고 할 수 있다. 샤르팡티에가 남긴 40여곡의 노래(Airs) 중 하나인 ‘두려움에서 벗어나 나 홀로 숲으로 들어 왔네’는
샤콘 저음 반주 위에 펼쳐지는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숲으로 들어온 여인이 남몰래 사랑하는 님을 발견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간소한 테오르보 반주와 함께 더없이 우아하고 잔잔하게 펼쳐진다.
<b>Disc 2</b>
1. 조지 프리데릭 헨델
앤섬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중 이중창과 합창 ‘내 입이 주님을 찬양하며(My mouth shall speak)’
‘마니피카트(Magnificat)’는 루가(누가)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를 뜻하며 중세부터 우리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이 찬가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남겼다.
헨델의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는 일상적인 라틴어가 아니라 영어 가사에 곡을 붙인 독특한 작품이며, 1724년 영국왕 조지 1세가 하노버에서 돌아오는 것을 기념하는
궁정 채플 예식을 위해 쓴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마지막 악장인 ‘내 입이 주님을 찬양하며’에서 알토와 베이스, 두 독창자는 합창단과 함께 영원한 창조주에게 감사와 찬양을 바친다.
흔히 웅장하고 화려하게 흐르는 축전용 마니피카트와 달리 비교적 간소하고 정갈하면서도 헨델 특유의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기품이 살아난 아름다운 곡이다.
2. 프랑수아 쿠프랭
<르숑 드 테네브르> 중 세 번째 테네브르
작은 것의 아름다움, 섬세한 것의 아름다움, 프랑스 음악의 아름다움... 프랑수아 쿠프랭의 <르숑 드 테네브르>는 프랑스 바로크 음악이 피워낸 신비한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의 멸망을 탄식한 예레미아의 <애가>는 시편과 함께 구약성서에서 가장 많은 음악이 붙은 감동적인 노래이며, 카톨릭 교회가 성주간 전례에 이 텍스트를 도입한 이래
탈리스, 라수스, 팔레스트리나, 빅토리아 등 수많은 대가들이 다투어 음악사의 걸작을 남겼다. 쿠프랭은 장엄하고 찬란한 영광을 추구했던 륄리 이래 프랑스 그랑 모테트 전통과는
정반대로 두 명의 독창자와 콘티누오 반주의 간소한 수단만으로 성서에 담겨 있는 쓰라린 고통과 엄숙한 예언의 깊은 감정을 모두 표현했다.
어둠 속에서 낭송이 끝날 때마다 촛불이 하나씩 꺼지며 마지막 암흑과 정적으로 향하는 내밀한 외침에는 시대를 초월한 울림이 있다.
3.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
칸타타 <여기 내 마음이> 중 이중창 ‘여기 제 마음이(Hier ist mein Hertz)’
18세기 북독일 사람들의 일상은 교회력 주기에 따라 돌아갔으며, 당대의 교회 칸타타는 그 흔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텔레만의 교회 칸타타 <여기 제 마음이>는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를 찾아가 예물을 바친 것을 기념하는 공현 축일을 위한 작품이다. 곡을 시작하는 첫 이중창에서 소프라노와 테너는 사람들에게 마음과 기도, 노래와 참회, 그리고 믿음을
아기 예수께 선물로 드리자는 가사를 촉촉한 바이올린 반주에 실린 전아한 선율로 노래한다.
바흐 칸타타의 조화롭고 굳건한 세계와는 또 다른 가벼운 감각과 자유로운 감정이 잔잔한 인상을 주는 곡이다.
4. 요한 고틀리프 나우만
오라토리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중 이중창 ‘오 주님 느끼나이다(Vi sento, oh Dio)’
요한 고틀리프 나우만은 독일 바로크 음악의 요람이었던 드레스덴 궁정의 위대한 전통을 이은 작곡가로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메타스타시오의 이탈리아어 대본에 곡을 붙인
수난 오라토리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바흐나 텔레만의 독일어-개신교 수난곡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작품이다.
18세기 중반 이탈리아 음악이나 초창기 하이든, 모차르트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갈랑트 음악의 우아한 기품과 수난 이야기 특유의 강한 표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드로(테너)와 마리아 막달레나(메조소프라노)가 함께 부르는 이중창 ‘오 주님 느끼나이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는 가장 극적인 장면 뒤에 나오는 곡이다.
두 사람은 유려한 선율과 절제된 감정으로 님을 잃은 깊은 슬픔을 노래한다.
5.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
미스테리 소나타 2번 <성모 마리아의 방문>
17세기 독일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의 <미스테리> 소나타, 혹은 <로자리오> 소나타는 오랫동안 잊혀졌다 20세기 중반 이후 다시 부활한 곡이다.
스코르다투라(변칙조현), 더블스토핑 등 바로크 바이올린 음악의 모든 기법과 환상, 심오한 종교적인 의미가 농축되어 있으면서도 지금까지도 작품 안에 담긴 뜻을 다 파악할 수 없는,
그야말로 미스테리한 작품이다. 로자리오 기도처럼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생애에서 뽑아낸 열다섯 개의 소나타가 ‘환희의 신비’, ‘고통(슬픔)의 신비’, ‘영광의 신비’
세 주제로 묶여 있으며 마지막에는 장대한 무반주 파사칼리아가 있다.
소나타 2번은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한 성모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두 번째 신비를 그리는 곡이다. 첫 악장의 느린 발걸음은 여행의 어려움을, 마지막 악장의 약동하는 기쁨은
서로 만난 두 여인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6. 요한 다비트 하이니헨
미사 12번 중 ‘나는 믿나이다(Credo)’
요한 다비드 하이니헨은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이 모여 있던 드레스덴 궁정의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며 독일 음악문화를 이끌었던 거장이었다.
비록 마흔여섯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오랫동안 잊혀졌지만 화려한 명인기와 명쾌한 구성, 깊이 있는 표현을 아울러 갖춘 그의 음악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이니헨은 드레스덴 궁정교회를 위한 미사곡을 많이 썼는데, 대편성 연주진으로 이루어된 미사 12번은 독창, 중창, 합창 등을 자유롭게 배열한 바로크 전성기의 미사곡 형식을 따르고 있다.
신앙고백에 해당하는 ‘나는 믿나이다(크레도)’는 합창, 소프라노-알토-테너 삼중창, 베이스 이중창과 기악편성을 다채롭게 배열하면서도 가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배려한 하이니헨의 음악적 혜안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7.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칸타타 82번 <나는 만족합니다>중 아리아 ‘이제 잠들라(Schlummert ein, ihr matten Augen)’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독창 칸타타 <나는 만족합니다>는 200여곡에 달하는 바흐의 교회 칸타타 중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다.
본래 베이스 독창을 위한 곡이지만 바흐가 만년까지 이 곡을 계속 연주하면서 다른 성부를 위한 개정판을 만든데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의 유명한 음악노트에도 칸타타
중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바흐와 가족들도 이 곡을 무척이나 아낀 것 같다. ‘자장가 아리아’로 알려진 아리아 ‘이제 잠들라’는 아마도 바흐가 만든 모든 노래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따뜻한 정서를 담은 곡이 아닐까.
온유한 평화 속에 이승에서의 삶을 마치고 단잠 같은 죽음을 통해 영원한 삶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소박한 믿음이 잔잔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이 아리아의 소프라노 판본을 직접 음악노트에 베껴 쓴 것을 보면 아마 안나 막달레나는 남편의 하프시코드 반주에 맞추어 자주 이 노래를 부르곤 했을 것이다.
8. 토마소 알비노니
트리오 소나타 5번 C장조
트리오 소나타는 전성기 바로크 이후 기악음악에 고전주의적 형식미를 부여한 가장 중요한 음악 형식이다. 전혀 화려하지도 기발하지도 않은, 언뜻 평범해 보이면서도 한없이 충만한 내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는
트리오 소나타의 고전적인 균형미는 불꽃같은 명인기를 과시하는 독주 협주곡과는 또 다른 세계에 속해있다고 할 수 있다.
토마소 알비노니의 트리오 소나타 C장조는 교회소나타의 느림-빠름-느림-빠름,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아르칸젤로 코렐리가 보여주었던 모범을 따르고 있지만
빠른 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활력과 힘찬 추진력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작곡가다운 개성적인 면모이다.
상성부의 서정과 환상이 단단하고 균형 잡힌 저성부와 만나 어우러지는 모습이 마치 끊임없이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9.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
칸타타 <즐거움을 단념하라>중 아리아 ‘가련한 우리 영혼을 구하기 위해(Um uns Verfluchte zu erlosen)’
최후의 만찬과 예수 그리스도의 체포, 재판, 십자가 처형을 기념하는 수난시기를 위한 텔레만의 칸타타 <즐거움을 단념하라>는 이탈리아 음악의 직접적이고 강한 표현과 독일 교회음악 전통의 깊이 있는
감정과 견고한 구성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서정적인 표현과 견고한 기교를 함께 펼쳐야 하는 소프라노 독창과 콘체르탄테 비올라, 오보에가 서로 대화를 나누듯 함께 엮이며 펼쳐지는 아리아 ‘가련한 우리 영혼을 구하기 위해’는 뜨거운 시선으로
사람들의 죄를 기꺼이 대신 짊어진 구세주를 그리고 있다. 듣는 이의 가슴에 바로 질문을 던지는 듯한 생생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10.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중 이중창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Laudate pueri Dominum)’
‘밀라노 바흐’, ‘영국 바흐’로 알려졌던 대바흐의 막내 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는 아버지와 형들이 활동했던 개신교 중북부 독일을 벗어나 이탈리아와 영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의 음악은 옛 바로크 전통을 따르면서도 전환기 갈랑트 음악의 특징인 밝고 가벼운 빛이 두드러지는데, 어린 모차르트 역시 런던에서 만난 요한 크리스티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탈리아 체류시절에 작곡한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는 라틴어(불가타) 시편 112편에 곡을 붙인 작품으로 주로 저녁기도에서 연주되는데, 길고 우아한 전주 후에 등장하는 소프라노와 테너 이중창에는
시종일관 기쁜 감정과 친밀한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11.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B단조 미사 중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자신의 모든 음악적 역량을 쏟아 부으며 최만년까지 힘을 기울였던 대미사 B단조는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바로크 음악까지 서양음악의 모든 양식을 집대성한,
진정 기념비적인 대작이며 바흐의 음악적 유언(遺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천 년이 넘는 라틴어 미사 전통에서 교파와 시대를 초월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를 발견했던 바흐는 자신이 예전에 써놓은
작품을 주의 깊게 골라서 배치한 다음 곳곳에 풍부한 수사학적 상징과 고도의 구조적 완결성을 담았다.
미사곡 전편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으로 꼽히는 ‘하느님의 어린 양(아뉴스 데이)’은 알토(카운터테너) 독창의 신비로운 감정으로 음악사에 길이 빛나는 곡이다.
12. 조지 프리데릭 헨델
오르간 협주곡 G단조 HWV 289 중 4악장 안단테
헨델의 오르간 협주곡은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그가 자신의 오라토리오 공연 막간에 직접 연주해서 공연의 재미를 더하고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자 만든 작품들이다.
1738년에 여섯 곡으로 묶여 나온 작품번호 4번의 오르간 협주곡집 역시 그런 노력의 결신인데, G단조 협주곡은 송가 <알렉산더의 제전>과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특별히 곡 마지막에 배치되어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음악의 힘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웅장하고 화려한 발건반 없이 투명하고 소박하게 울려퍼지는 오르간의 눈부신 활약이 새삼 바로크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곡이다.
13.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
종교 가곡 ‘저녁 노래(Abendlied)’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둘째 아들이자 바로크와 고전파 음악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카를 필립 에마누엘 바흐의 겔레르트 송가(Gellert Oden)는
보다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신앙을 추구했던 계몽주의 시대의 사상이 담겨있는 작품이며, 당대 독일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바흐는 시인이자 작가, 사상가였던 크리스티안 겔레르트의 소박하고 내밀한 종교시에 곡을 붙이면서 가사의 뜻을 오롯이 드러내는데 힘썼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드리는 짧은 기도문으로 이루어져 있는 ‘저녁 노래’에서 독창은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창조주와 세계에 대한 온전한 신뢰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녁 하늘의 붉은 노을처럼 바로크 음악도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며 조용히 저물고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