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d의 새 앨범, “Art Theft”의 유쾌한 도발
2004년 데뷔 앨범 “Petit à petit”를 내놓았던 재즈 밴드 ‘더 버드’가 6년 만에 2집 앨범 “Art theft”를 들고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왔다’라고 표현하기에 그간 ‘더 버드’의 활동은 성실하고 꾸준했다. ‘더 버드’는 90년대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의 베이시스트이자 소위 ‘하나음악 사단’의 노련한 연주자였던 김정렬을 리더로, 한국의 ‘마이크 스턴’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준오, 활발한 세션 활동을 하고 있는 드러머 이덕산, 건반주자 김태수로 이루어진 4인조 재즈 밴드이다. 이들은 홍대 클럽 에반스를 중심으로 심심찮게 라이브 무대에 올랐으며 국내외 각종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기존 발표곡과 함께 새 창작곡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2010년에 발매되는 새 앨범 “Art theft”는 이들의 그간의 꾸준한 활동이 켜켜이 쌓인, 한 트랙, 한 트랙 쉽게 넘겨 들을 수 없는 밀도 높은 결실이라 하겠다.
“Art theft”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마치 그간 예술의 역사가 쌓아 올린 보물들을 보란 듯 훔쳐보겠다고 도발하는 이 앨범은 사실 훔칠 만큼 가치 있는 작품에 한 걸음 다가가보겠다는 야심차고 열의 넘치는 욕망을 은근히 숨기고 있다. 1집 앨범의 첫 트랙이었던 ‘아프리카를 날다’는 새로운 버전으로 새 앨범을 여는 첫 트랙에 수록되었다. 이전 앨범에서도 빼어난 멜로디 라인을 선보였던 건반주자 김태수의 곡으로, 지난 앨범에서는 주요 멜로디가 브라스 위주로 편성되어있던 반면, 이번 앨범에서는 여러 질감의 건반으로 다시 편곡하여 선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원시림을 비행하듯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진행에 건반 위주의 편성이 서정성을 더하였는데, 1집에서의 이 곡이 마치 뜨거운 태양 아래 세렝게티 평원 상공을 비행하는 현장감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번 Take2는 여행에서 돌아와 문명 속에서 원시의 기억을 반추하는 듯한 세련된 느낌을 준다. 김태수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일곱 번째 트랙인 ‘땡지’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여자 친구의 별명을 애교스럽게 제목으로 차용한 이 곡은,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가사로 구애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직설적인 사랑 노래와는 전혀 다른 빛깔의, 은근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앨범 가운데 가장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트랙이라 하겠다. ‘그리움’은 피처링 멤버 하림이 눈에 띈다. 개성 있는 가수이자 여러 민속 악기를 잘 다루고 특히 아이리쉬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고 알려진 하림은 악기가 아닌 본인의 음성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보컬 피처링이 아닌, 음성을 악기처럼 사용한 피처링이다. 그의 허밍은 때로는 베이스처럼 곡의 진행에 추를 달아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낯선 지방의 민요 속 구음처럼 깊이 있는 감성을 덧입히기도 한다. 애조 어린 음성과 청량한 피아노 솔로가 민속적인 느낌이 드는 가운데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잃지 않게 하는 매력적인 이 트랙은 밴드의 리더 김정렬의 작품이다.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소매치기 당했던 기억을 담고 있는 ‘자바의 도둑’은 열대섬의 끈끈한 이미지를 오래된 코메디 영화처럼 발랄하게 되새기며, ‘The cube’는 정교한 질서의 변주가 부조리한 의문을 퍼붓는 영화 ‘큐브’에서처럼 금속성의 모티브가 확대 재생산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Lat-in’은 무대 위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밴드의 장기를 살린, 남미 풍의 흥겨운 곡으로, 특히 라이브에서의 즉흥 연주가 돋보일 트랙이다. 기타리스트 김준오의 곡 ‘2BZ’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매우 바쁘게’ 쪼개지는 비트들 가운데 경쾌한 알토색소폰과 기타솔로가 잘 어우러진다. 서정적이고 공간적인 연주 못지않게 리듬감 풍부하고 무거운 질감의 연주에도 능한 밴드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트랙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덕산의 곡 ‘에필로그’는 앨범 전체의 느낌을 요약이라도 하듯 그 질감과 완급이 다채롭게 반전하며 각각의 연주가 고르게 들고 난다.
모든 예술 작품은 아티스트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과거 선배들의 유산이건, 인접 분야의 훌륭한 작품이건, 여행에 대한, 혹은 사람에 대한 기억이건 간에. 신나게 훔쳐보겠다고 도발한 ‘더 버드’의 새 앨범은 실은 지난 6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그들이 쌓아온 경험의 기록이며, 멤버들이 서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조율해낸 산물이다. 전보다 더 손쉽게 만들어지고, 애써 구하고 찾지 않아도 넘쳐나는 음원들 속에 오히려 진지하고 밀도 있는 신보를 만나기는 어려워진 느낌이 드는 요즘, 꾸준하고 진지한 재즈밴드 ‘더 버드’의 새 앨범 “Art theft”는 귀 밝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더없이 유쾌한 선물이 될 것이다……………………………………………………..By 기린그림(신영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