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구밴드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Deepbrown에 어울리는 음악성을 지녔다는 애기를 한 적이 있다. 1집당시의 지구밴드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포크락(또는 올드락)을 바탕으로 한 향수로의 회귀를 시도하였고 짙은 deepbrown의 삶과 사랑에 대한 언어와 일상을 그들만의 도화지에 그려냈었다. 완벽한 연주와 충실한 라인업, 따뜻하고 그리운 분위기의 지구밴드 1집은 그러나 오버그라운드로의 진출은 배급력과 인지도부족으로 상당히 더디어졌고 그렇게 음악계의 추억으로 묻혀져가는가 싶더니 여전히 뛰어난 연주력과 편집력을 보이며 2집을 발매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1집이 순수하고 따뜻한 분위기와 베테랑들의 연주력을 보여주었다면, 지구밴드의 2집은 여러 장르의 음악적 도입과 실험적 창작을 시도하여 지구밴드가 진화해가는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후로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그때 받아둔 지구밴드CD로 가끔의 허전함을 달래고 있을 무렵, 지구밴드의 3집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치 외국에 오래 나가 살던 친한 친구의 귀향소식을 접하는 것처럼 설레이며 황급히 지구밴드에 앨범을 요청했고 이미 내 귀에는 지구밴드의 3집앨범 첫번째 곡 '가자'가 울리고 있었다. 앨범을 받아든 순간 1집에서 느꼈던 Deepbrown의 느낌이 더욱 강렬했던 이유는 쟈켓디자인이 1집보다 진한 황토색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5년이라는 기간동안 가다듬어온 그들만의 살아있는 음악적 진실을 느꼈기 때문일까.
앨범의 라인업을 보니 지구밴드의 리더 '지구'가 여전히 전곡을 작사,작곡 편곡에 연주까지 소화하고 있고 1집과 2집때의 라인업과는 변화가 있어 보였다. 어쿠스틱기타,젬베,퍼쿠션,피아노와 보컬에 역시 다재다능한 지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고, 정교함에 예리함을 더한 탄력있는 베이스 조정연, 살아있는 듯한 리듬과 힘을 보여주는 드럼의 장인형, 이세명으로 라인업이 구축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앨범을 듣고 느낀 점은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욱 '뻔뻔해'졌다는 점이다. 그것은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쪽으로서의 '뻔뻔'함이다. 지구밴드가 발매한 지난 앨범들을 살펴보면 연주력과 느낌은 나무랄데 없었으나 지구밴드가 아니면 안된다라는, 지구밴드가 가진 음악적 색깔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웠던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자칫 밴드를 상업화에 부합되는 포장된 밴드로서의 탈바꿈을 꾀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지구밴드는 오히려 이번 3집에서는 음악속으로 더욱 파고 들어갔다. 심지어는 담배연기 자욱한 미국의 한 블루스클럽에 와 있는듯한 느낌까지 주고 있다. 경쾌한 오프닝넘버 '가자'와 '기타초이' 'Cheer Up','핑계'에서 보이듯이 확실히 본연의 색깔을 정립하고 그 위에 너무 무겁지도가볍지도 않은 가사를 통해 지구밴드의 공백기가 이유가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유일한 1집 수록곡 '내 슬픔에 위로를'은 편곡을 통해 재탄생되었으며, 경쾌하고 깔끔한 모던락적 요소를 가미한 '카사노바', 그리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만든 그의 노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직설적인 가사로 보여주는 그만의 '자부심', 전작들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가슴저미는 발라드 '내 탓일뿐'과 '너 지금 어디에'가 다시한번 귀를 적시고 간다.
지구밴드 3집을 들으면서 왜 지구밴드가 여기까지 와야만 했는가, 그리고 전작들의 인지도 부족에도 불구하고 앨범발매를 고집해야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준다. 어느 예술에 대한 창작의 완결형태라는 측면에서 보면 처음부터 완성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과 금전적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처절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며, 지구밴드가 1집발매로부터의 기나긴 지금까지의 세월이 왜 존재해야만 했는가를 이번 3집에서 증명하듯 보여주고 있다. 1집과 2집은 지구밴드3집이라는 값진 열매를 맺기 위한 훌룡한 토양과 자양분이 되었고 이제 지구밴드는 더이상 비주류밴드가 아닌 음악성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색깔있는 밴드로 거듭났다. '스타' 양산이라는 현실적 음악계의 무수한 등장과 소멸의 가장자리에서 지구밴드는 이제 자신들만이 지켜나갈 수 있는 굳건한 토성을 세웠고, 그리고 그 소중한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그들만의 자부심을 지켜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처럼 기나긴 세월이 아닌, 자주보는 반가운 친구처럼 지구밴드의 4집발매를 또 한번 기대해본다.
-소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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