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지나 아침이 온다. 어김없이..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결. 덕분에 나는 아직 꿈결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어김없이 ‘세계는 일을 하고 있다.’ 라는 문장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다시 밤은 찾아온다.”
- 최고은의 monologue 중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막연한 질문은 나에게 답을 내어주지 않았다. 나는 답을 구하려고 하기보다 시계처럼 순환하는 원을 탈출하기 위해 ‘밤’이라는 지점에 서서, 원을 절단하는 직선을 꿈꾼다. 작년 가을 1st EP [36.5 ℃] 라는 자기체온을 드러낸 내가 1년 만에 건네는 2nd EP [good morning]이란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풍경 속에 있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인사다.
여성으로서 무관심해 질 수 없는 시간의 영향성. 그렇다고 나는 스스로가 작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의외로 현재 나의 호흡은 평상적이다. 덧붙여 준비 해 두었던 계획적인 호흡법을 선보이기도 한다. 긴 것, 짧은 것, 약한 것, 강한 것… 이력서에 새로운 사항이 추가 되는 것이다. 곡이 지닌 온전한 질감을 전달하기 위해 대부분의 곡은 1 take 방식을 기반으로 녹음이 되었으며, 곡의 흐름은 부드러움과 동시에 인상적이다.
아이리시 록의 서늘함과 영국 소울의 끈적함이 묻어나는 포크싱어
최고은의 첫 미니 앨범에서 나는 돌로레스 오라이어던과 조스 스톤을 처음 들었을 때의 오싹함을 상기했다.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만 의지해 노래한 전형적 포크 싱어였는데도 아이리시 록의 서늘함과 영국 소울의 끈적함이 노래 마디 끝마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분명 복식호흡을 하느라 횡격막을 수축하고 이완할 때 어쩔 수 없이 묻어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녀의 멋진 비음―12시간 내내 노래해도 결코 목이 쉬지 않을 것 같은―이 탄생한 것이라고 나는 결론 내렸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녀는 오랫동안 판소리를 했다. 판소리와 소울의 기저엔 (각기 다르지만) 그루브가 깔려있고, 음악에서 땀 냄새가 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 내놓는 EP에서 최고은은 전작의 대중성을 조금 양보하면서 자신의 보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No Energy'를 주의 깊게 듣기를 권한다. 반주 없이 보컬로만 노래를 시작하는 모험, 반주가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해 물 흐르듯 틈입하는 피아노, 그리고 재즈 드럼으로 이어지더니 왈츠로의 급격한 변주, 2분의 2박자로 급박하게 몰아가다가 스캣으로 마무리짓는 파격이라니! 이 노래에서 최고은은 가르렁거리는 고양이같은 보컬도 선보이는데, 그때 나는 어쩔 수 없이 21세기 한국 최고의 여성 보컬인 나윤선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등장한 새로운 여가수 최고은,
그녀가 내딛는 본격적인 뮤지션으로서의 한걸음 [Good Morning]
새 음반에서 최고은이 창법을 다양하게 들려주면서 동시에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을 끌어들인 것은 그녀가 신인의 수줍음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음악세계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한국 대중음악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여가수’의 성장을 함께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훗날 최고은이 상상과 기대를 뛰어넘는 예술적 성취를 이뤘을 때, 흐뭇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최고은을 듣고 환호했었노라고.
-한현우 조선일보 기자
100%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나무앨범, 구매자들이 직접 앨범을 제작해야 하는 DIY형식의 지난 앨범처럼 매번 정성 어리고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최고은 답게 이번 EP에도 역시 특별한 컨셉이 깨알같이 들어있다. 앨범에서만 들을 수 있는 히든트랙이 포함되었고, 한 장은 소장하고 다른 한 장은 선물할 수 있도록 총 두 장의 CD가 삽입되어 있는 등 이전의 어느 앨범에서도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 되어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