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스웨터처럼 포근하게 듣는 이를 감싸며, 첫눈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될 한국계 유투브 아티스트
Clara C의 첫 정규앨범 [The Art In My Heart].
이상한 일이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리하여 우리말보다 그 땅의 언어가 더 익숙할 그녀가 이국의 언어로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그 목소리가 꼭 순우리말의 어감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윤슬’이나 궂은 날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별을 뜻하는 ‘여우별’, 열매나 꽃이 한데 모여 이룬 덩어리를 가리키는 ‘송아리’ 같은 말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뜻을 알게 되면 가슴에 품어두고 싶어지는 그 다감하고 아름다운 말들을 닮은 목소리로 그녀는 바람처럼 첫별처럼 노래한다.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클라라 씨(Clara C)는 지난 2009년부터 유튜브에 유명 팝 뮤지션들의 노래를 커버곡으로 올리며 음악 팬들 사이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난기 어린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인사를 건네듯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유튜브의 수많은 ‘숨은 아티스트’들 속에서도 묻히지 않고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풍처럼 감미롭게 흐르다가도 때로 반질반질한 돌멩이처럼 단단해지기도 하는 매력적인 목소리는 자연스레 그녀가 부른 다른 노래들을 찾아 듣게 만들었다.
이후 그녀는 에픽하이 6집에 피처링을 하며 이름을 알린 한국계 래퍼 덤파운데드(Dumbfoundead)의 ‘Clouds’에 2PM 출신의 박재범과 함께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갔다. 비슷한 시기 미국,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탤런트 쇼 [콜라보레이션(Kollaboration)]에서 1위를 차지하며 빼어난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올가을 개봉한 차태현 주연의 영화 <챔프> O.S.T에 <Love Print>라는 곡으로 참여해 특유의 따스하고 포근함 감성을 노래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난 시간 동안 차곡차곡 꿈을 키워온 그녀가 2010년 9월 드디어 첫 정규앨범 [The Art In My Heart]를 발표했다.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언제쯤 국내발매가 이루어질지 손꼽아 기다려온 팬들에게, 이번 앨범은 첫눈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꽃송이를 노크하는 한 마리의 허밍버드(humming bird)처럼 노래하는 첫 번째 트랙 ‘Hum’은 기분좋은 기대감으로 앨범을 열게 만들며, 첫 싱글로 커트되었던 `Offbeat`는 어쿠스틱한 기타소리와 경쾌한 전자음이 그녀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커다란 비눗방울이 뭉클뭉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처럼, 노래를 듣다 보면 코끝에서 비눗방울이 터지듯 웃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앨범의 네 번째 트랙이자 두 번째 싱글이었던 ‘Camel Song’은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그녀에게 맞춤처럼 어울리는 곡이다.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뮤직비디오 역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앞서 `Offbeat`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두 편 모두 그녀가 직접 연출한 작품이다. 현악기와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단아하면서도 고혹적인 목소리에서 또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만드는 ‘Fool’s Gold’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트랙. 앨범 전체적으로, 따스한 어쿠스틱 사운드는 스웨터처럼 포근하게 듣는 이를 감싸며, 가을의 청명한 공기를 연상시키는 목소리는 마음에 찬찬히 스며든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차분히 그녀의 앨범을 듣는 동안, 열매가 익듯 오후가 깊어갔다. 농밀한 햇살은 저물녘의 바람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 덕분인지 마음은 여전히 식지 않고 따스했다.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자신의 품에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는지. 그 빛으로 빚은 노래들이 대기를 흐를 때면 비눗방울처럼, 햇살 알갱이처럼 주위가 반짝인다는 사실을. 그녀의 맑게 빛나는 현재를 보는 지금, 내심 궁금해진다. 이 빛의 시간을 지나, 언젠가 그녀가 지금을 뒤돌아볼 시간에 이르게 되면, 그때는 또 어떤 목소리로 어떤 노래를 들려줄까. 이것은 그녀가 그 무렵까지 계속 노래해주길 바라는 바람이며, 동시에 저물녘의 들판에서 밀알 이삭을 줍듯 부디 그녀가 지금의 빛의 알갱이들을 잘 거둬들여 간직해주길 바라는 당부이기도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