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연의 주제는 당시 대한민국 최고의 펑크락 그룹으로 숱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전설적인 밴드, 산울림 스페셜!! 산울림이 1977년 “아니 벌써”를 들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음악계가 발칵 뒤집어질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데뷔한지 올해로 35주년이 된 산울림이 작사, 작곡한 명곡들을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어떻게 재탄생시켰을지 궁금하다.
“나가수”의 절대 카리스마, 인순이가 부른 곡은 “청춘”(김창완 작사,작곡). 이 노래는 산울림 7집곡으로 지나간 청춘을 아쉬워하며 슬프게 부른 곡이다. 하지만 산울림이 나온 비슷한 시기에 희자매로 활동했던 가수 인순이는 1절 부분에는 원곡에 맞게 Gloomy Blues 스타일로 시작하다가 2절부터는 ‘이미 지나간 인생을 후회해 봤자 소용없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 있어 제일 청춘이야!’라고 마음을 고쳐먹은 듯 다이나믹하고 펑키하게 빠른 템포로 변신한다. 가수 인순이는 장렬히 전사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무대를 선보이고 가자는 굳은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하였다고 한다. 50십대 중반 나이에도 “현재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청춘”임을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수 인순이를 통해 인생의 또 다른 교훈을 배우게 된다.
“나가수”의 순수 록커 김경호가 부른 곡은 “찻잔”(감창완 작사,작곡). 원곡은 1979년 남성 3인조 그룹 노고지리(한철수,한철호,홍성삼) 2집 수록곡으로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고, 당대 스타였던 조용필, 산울림이 다시 부르기도 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며 앞에 두고 있던 찻잔을 연인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로 잘 묘사하였다. 잔잔한 하모니카 선율을 시작으로 스트링과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애뜻함을 노래하다 2절로 넘어가면서 폭발적인 록 사운드에 맞춰 격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려 하였다.
“나가수”를 통해 많은 색깔을 입히고 있는 그룹, 자우림이 부른 곡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김창완 작사,작곡). 1978년 산울림 2집 곡으로 전주만 3분30초... 사이키델릭한 몽환적 느낌으로 시작한 원곡의 느낌을 자우림은 좀 더 자우림스러운 주술적 느낌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강하게 유혹한다. “주단”이란 뜻은 “명주와 비단”을 통틀어 이루는 말로 내 맘속에 그대를 위한 주단을 깔아 놓았으니 사뿐히 즈려밟고 나에게 오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자우림은 젬베와 템버린의 리듬에 맞춰 주단길을 따라가는 동안의 몽환적인 느낌을 노래로 표현하였다.
지난 1차 경연때 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을 찾게 된 가수 윤민수가 이번엔 “나 어떡해”(김창훈 작사, 작곡)를 부르며 또 다시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곡은 1977년 대학가요제 첫 회 때 샌드페블즈에게 그랑프리상을 안겨준 곡이다. 샌드페블즈는 1970년에 창단한 서울대 음악동아리이며, 김창완, 김창훈 형제는 샌드페블즈 5기 출신이다. 가수 윤민수는 1970년 전형적인 그룹사운드를 현대적 감각의 “바이브”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윤민수 특유의 나레이션 랩을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을 속삭이듯 때론 흐느끼듯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게 하였다. 베베미뇽 출신의 “해금”이 스페셜 피처링으로 나와 나레이션을 하는 동안 실제 눈물을 흘리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 시켰다.
“나가수”의 자유로운 영혼 바비킴이 부른 곡은 “회상”(김창훈 작사, 작곡). 산울림 8집 수록곡으로 산울림 대표 감성발라드 곡이다. 그동안의 바비킴은 춤과 랩을 통해 음표 위를 날아다니며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면, 이번 경연의 바비킴은 자신만의 독특한 소울풍 음성만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호소하였다. 바비킴은 잔잔한 “오보에”로 시작하여 추운 겨울 가슴 따뜻한 회상을 읊조린다. 이번 경연이 마지막이라고 할지라도 가급적 원곡의 느낌을 살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으로 편곡하여 잔잔한 느낌으로 부르고 싶었다고 한다. 순위를 떠나 그의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가수”의 화제를 몰고 온 가수 적우가 부른 곡은 “나 홀로 뜰 앞에서”(김창훈 작사, 작곡). 원곡은 1978년 김완선의 2집 수록곡으로 가수 김완선은 1집의 폭발적 인기 이후 이 곡을 통해 굳건히 자리 매김하는 기회가 되었다. 원곡의 댄스풍을 적우의 중저음에 맞는 스타일로 어떻게 편곡되었을지 궁금하다. 이번 곡은 원곡보다 키가 높은데 허스키한 특유의 음색으로 인해 높게 들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1절은 적우 스타일의 노래에 약간의 탱고 스타일을 가미하였고, 2절에서는 빠른 템포로 변신하며 반전의 묘미를 주었다.
“나가수”무대에만 서면 독거미로 변신하는 가수, 거미... 그녀가 부른 곡은 “개구쟁이”(김창완 작사,작곡). 이 곡은 30년전 산울림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만든 곡이라고 한다. “나가수”에서 편곡된 곡은 펑크락에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10대, 20대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사운드로 구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무대의 비장의 카드는 랩 부분인데, 랩 피처링은 T.O.P!! 랩 가사도 T.O.P가 직접 썼다고 한다. 최근 YG콘서트와 겹쳐서 체력적 한계가 넘어섰다고 하는데, 링커를 맞아가며 혼신의 힘을 펼치고 있는 가수 거미에게 앞으로의 더 멋진 무대를 기대해본다.
[제공 : MBC 한승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