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멜로디, 가장 아름다운 날들 ‘뷰티풀데이즈’]
현재 가요 음악씬 자체가 ‘걸그룹’에 의해 돌아 간다는 말이 생길 만큼,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 시대’는 사실이다. 홍대를 위주로 한 소위 ‘인디’이라 불리는 이 음악씬에서도 ‘걸파워’가 유독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그 만큼의 사랑을 받았던 시기는 2000년대 중반 경으로 올라간다. 그 당시 여성보컬을 앞세운 록밴드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데뷔하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현상은 시대의 흐름을 겪으며, 이제는 다소 정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뽐내며, 출중한 멜로디 라인을 들려주는 여성 보컬 밴드들 중 한 팀이 바로 뷰티풀데이즈다.
이들의 음악이 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자신 있게 본인들을 스스로 ‘아름다운 날들’이라고 부르는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길 만큼의 좋은 밴드명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2005년 첫 번째 EP음반 [가까이]를 발표 하며, 타이틀곡 ‘가까이’의 수려한 멜로디와 리듬감에 당시 수많은 여성 보컬 밴드들 중 유독 귀에 감기는 멜로디감을 자랑하였다. 6곡이 수록된 이 첫 번째 EP음반은 타이틀곡 ‘가까이’외에도, ‘초대’, ‘Ringo’와 같은 숨은 보석 같은 곡들의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가장 기대되는 여성보컬 팀으로 단숨에 올라 섰다. (참고로 이 음반은 이제는 사고 싶어도 구하기가 힘든 레어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2005년 뷰티풀데이즈에게는 이들의 음악을 더욱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바로 당시 최고의 연기자들의 캐스팅으로 화재를 누렸던 드라마 ‘패션70s’의 OST에 ‘아무것도 아냐’라는 곡으로 참여하여 뷰티풀데이즈는 보다 넓은 팬층을 확보 할 수 있었다.
같은 해 두 번째 EP [Beauti_fool]을 발표 후 3년이 지나고 2008년 대망의 첫 번째 정규 음반 [Boy+Girl]을 발표하며, 그 기세를 이어 갔다. 그 기간 동안 뷰티풀데이즈는 2006년, 2008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오르는 영예를 안기도 하였다.
데뷔음반 [Boy+Girl]에서는 ‘장미빛 인생’이라는 경쾌한 미디엄 팝/록 넘버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였고, 그 이후로도 1년에 한번씩 연속으로 “네이버 이주의 국내음반”에 선정되었던 2집 [집시들의 시간] (2009)과 3집 [내일이 없는 것처럼] (2010)을 발표 하며, 2000년대 중반 활동하던 수 많은 여성보컬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에서도, 유독 반짝 반짝 빛나는, 끊이지 않는 창작력을 앞세우며, 그들의 사운드를 계속 팬들에게 들려 주고 있었다.
뷰티풀데이즈의 4번째 음반 [4],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고백’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들의 새로운 정규앨범 [4]는 총 8곡의 세상에 들려주는 또 다른 8개의 이야기 들을 담고 있다. ‘눈 뜨는 아침 해부터 눈 감는 새벽달까지 나에 낮과 밤이 모두 너로 가득 차올라’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고백’은 수많은 고심 끝에 정해진 이번 음반의 타이틀 곡이다. 아름다운 기타라인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마치 별빛 아래서 한잔의 와인을 마시며 들어야 어울릴 법한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다. 하지만 후렴구의 멜로디와 애절한 마음을 들춰낸 가사 한 구절 한 구절 마다,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유독 찬 바람이 부는 2012년의 첫 시작으로 가장 잘 어울릴 법한 분위기다.
타이틀 곡 ‘고백’외에도 실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면서도 감수성 짙은 멜로디 라인까지 포기 하지 않고 있는 ‘롤러코스터’, 그 동안 발표 했던 어떤 곡보다도 깊은 사운드와 음성을 자랑하며, 여타 다른 발라드 곡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 너와 얘길 나누다가’와 같은 미디엄 템포의 모던 록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딸기밭’과 같은 경쾌하고, 아기자기 한 스타일의 곡 역시 색다른 느낌으로 풀어 내고 있다.
주인공이 자기 자신에게 덤덤하게 이야기 하는 독백 스타일의 곡 ‘Dreamer’, 뷰티풀데이즈의 그 동안의 음악들과 다른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붉은방’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트랙이란 생각이 들 정도 이다. 밝은 느낌의 제목인 ‘Smile’은 정 반대 의미의 ‘Cry’을 함께 등장 시키며 웃음과 울음의 대조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터질 듯 말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Fallin’을 끝으로, 뷰티풀데이즈의 8번째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하는 이야기는 끝이 난다.
처음으로 뷰티풀데이즈 란 이름이 세상에 나온 지 어느덧 7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변에서 수 많은 여성보컬 팀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팀의 생명력을 포기할 때, 이 들은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더 강해 지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조중현의 수려한 기타톤과 보컬 오희정의 국내에서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묘한 매력을 앞세우며, 그들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이제는 더 이상 또 다른 어느 밴드와도 같은 여성 보컬이라는 이유로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 시켜서는 안될 뷰티풀데이즈 만의 색깔을 확실히 지니고 있다.
그 색깔이 어떤 색인지는, 바로 이번 음반 [4]를 1번부터 플레이 시키며, 직접 가늠해 보길 바란다.
만약 당신이 “뷰티풀데이즈의 음악은 어떤 스타일이야?”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단호하게 이렇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뷰티풀데이즈 스타일이야.”
오한얼 (공연기획/음악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