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고개청년회 상업음악시리즈 no. 20
돌아온 세 록키드의 작렬하는 케미스트리
몸과마음 [데자뷰] (EP)
산전수전 다 겪은 중견들이 모여 만든 신인 밴드라 했을 때 예상되는 음악의 방향은? 그렇다. 몸과마음이 이 앨범에서 집중하는 것은 최근의 록 음악과 같은 절충적인 리듬과 다채로운 소리와는 거리가 있는 굵고 단순하고 확실한 사운드이다. 강렬한 가사를 반복되는 강한 훅에 담아 각종 이펙트로 두터워진 사운드에 싣는 것이 이들의 지향이며 이렇나 지향은 EP에 수록된 네 곡 전체에 걸쳐서 모두 적용되어 있다.
간결하다. 하지만 심심할 것 같기도 하다. 우려를 씻어내는 것은 세 명의 멤버 각각의 개성. 지극히 야성적이면서도 어딘가 나른하고 몽롱하게 만드는, 양과 음의 에너지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는 이우성의 보컬은 ‘코코어’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던 것이니 새삼 놀랄 것도 없다. 몸과마음에서도 그는 대부분 곡의 기본 얼개와 가사를 제공하여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여기다가 서호성은 밴드에서 베이스가 수행하는 전형적인 역할에 구애 받지 않고 퍼즈톤 드라이브나 딜레이 등 다양한 이펙트를 적용하면서 전체 밴드의 사운드를 다방면에서 커버하며 밴드 사운드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를 김상우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드러밍으로 뒷받침하면서 3인조의 사운드가 완성된다. 세 명 각각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성은 삼인조로 낼 수 있는 모든 사운드를 추구한다”는 밴드의 지향과 어우러져 상당한 매력을 분출한다.
몽환적이면서도 강력한 질주감을 자아내는 ‘데자뷰’나 90년대 얼터너티브의 황금기를 떠올리게 하는 ‘타임캡슐’이 이 밴드의 ‘굳건함(剛)’이라면 소울풀한 멜로디의 부드러운 노래 ‘오직 당신뿐’은 은밀하고 달콤한 느낌을 자아내며 ‘부드러움(柔)’의 측면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상반된 면은 ‘불꽃놀이’에서 느린 템포의 사이키델릭으로 구현되며 합일을 이룬다. 오랫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기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느낌은 그들의 가사를 빌자면 말 그대로 ‘작렬하는 케미스트리’다.
물론 멤버 각각이 이미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몸과마음은 신인 밴드이다. EP 《데자뷰》에 실린 네 곡은 밴드 몸과마음의 현주소이며 앞으로 밴드가 어디로 향할지 알려주는 출발점이다. 어디로 갈 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그릇의 크기, 앞으로 세 명 사이의 화학작용이 한층 활성화되어 더욱 농도가 짙어질 새로운 노래들에 대한 기대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한동안 음악을 놓고 있었지만 결국 놓지 못하고 다시 시작한 3인조의 새로운 도전의 출사표는 이렇게 던져졌다.
음악도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붕가붕가레코드 산하 ‘쑥고개청년회’의 스무 번째 작품이다. 프로듀싱은 밴드와 함께 눈뜨고코베인의 깜악귀가 맡았다. 녹음은 조윤나(토마토스튜디오), 믹싱과 마스터링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프로듀서 나잠 수의 작업이다. 앨범의 아트워크는 여느 때처럼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
글 / 김남훈,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