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싱글 ‘아버지’ 보도자료 - 한국 포크의 진경
'아버지'는 30여년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던 뮤지션 정형근의 싱글이다. 정형근은 55년생으로 올 해 나이 쉰여덟인데, 나이가 무색하리만치 젊은 뮤지션이다. 그가 젊다는 근거는 2010년 가을 발표한 여섯 번째 앨범 [효도탕]에 있다. 실랄한 언어로 정치인들을 조롱하는가하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한국의 그 어떤 뮤지션도 표현하지 못한 파격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는가하면, 한국 모던 포크, 그 순수한 언어의 원형질을 보유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정형근은 그가 가진 예술적 성취에 비해 대중들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적 고집이 단 한톨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고집 그대로 올해 2월 에는 홍대 라이브 클럽 빵에서 “두 번째 데뷔 공연”을 치뤘다. 30여년전 들국화나 김현식 등과 어울려 다니면서 음악을 했던 것이 첫 번째 데뷔라면, 파격적인 앨범을 들고 홍대에 등장한 것이 두 번째 데뷔라는 의미다.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수용되는 21세기 음악 씬이라면 정형근의 순수한 고집이 받아들여지리라 기대해본다.
날 좋은 5월을 기다리며 발표한 싱글 ‘아버지’는 정형근이 가진 가치를 날 것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매우 정형근스러운 음악이다. 탁한 목소리에 실린 아름다운 가사. 멀리서 관조하는 플루트. 몇 가지 상반된 요소들이 한데 어울리면서 내면의 깊은 곳을 쿡쿡 찔러댄다. 일상적인 경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형근은 지금까지 가족에 대한 노래들을 만들어 왔다. 1996년 두 번째 앨범 [나는 당신의 바보]에는 '아내와 나의 소설'이란 곡이 있었고 지난 앨범 타이틀은 어머니께 헌사하는 '효도탕'이었다. 이 시대 딸들을 향한 당부가 담긴 '딸에게'도 있었다. 쉰 여덟의 나이지만 아버지란 존재는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고 정형근은 말한다. '효도탕'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철학적으로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돼지처럼 울 것 같다."
역사이래로 모든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논리였고 이성이었고 철학이었다. 사회의 상징이었고 뛰어넘거나 부딪혀야 할 무엇이었다. 30여년간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고자 고군분투했던 정형근은 이제야 아버지와 화해를 나눈다. 삶이 늘 그렇듯이 우연한 계기였다. 홍대에서의 공연을 준비하던 그는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던 중에 아버지의 유품으로 남아 있던 코트를 떠올리고 장롱에서 꺼내 입어보았다. ‘아버지’ 가사에 그 장면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렇게 꼭 맞을 수가!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가 된 것 같은, 그렇게 뛰어넘고자 했던 존재가 되었다는 자각이 든 순간 이 노래는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이 노래가 1987년 데뷔앨범 [호수의 던진 돌]처럼 순진무구한 것은 필연적이다. 왜 아버지가 그렇게 몰래 기침을 하셨는지 이순이 다 돼서야 깨달은 어리석은 자의 노래다. 어찌 이것저것 장식물이 필요할까 말이다.
정형근의 ‘아버지’는 우리가 늘 잊고 있는 순수한 영혼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것이 한국포크의 진경일 것이다. 전자인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