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들이 긴 여행에서 돌아왔다.”
쿨 데 삭- 그들 스스로 봉인했던 지난 10년 간의 예술적 전투적 삶의 자궁, 그 전장으로부터.
쿨 데 삭, 그들은 과연 우리들에게 무엇으로 기억되어 왔는가.
우여곡절 끝에 시험관 아이만큼 귀하게 우리들의 품에 들어온 옴니버스 앨범 4인4색, 20세기 말 홍대 클럽 곳곳을 돌며 한 치의 실수도 용납치 않는 강렬하고 독보적인 라이브로 그들과 클럽 서로의 허물을 깨트리고 자부심을 세운 수많은 공연들. 하지만 2001년 그들은 삶의 전선으로 완전한 파병을 가야 했다. 아방가르드 & 얼터너티브 모던 록의 최전선에서부터 우리의 쿨 데 삭 전사들은 선봉대만이 누릴 수 있는 피 비린내 나는 영광을 내려놓고 단 한 자루의 기타만을 어깨에 맨 채 가족과 삶의 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김현민, 그리고 조창식.
한층 세련되진 질리지 않는 신뢰의 목소리와 환상이 속깊이 꿈틀대는 록기타와의 만남.
캠퍼스 선,후배 사이로 만난 그 둘이었지만 그것은 껍데기일 뿐, 서로가 첫 눈에 숙명적인 음악적 동지임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1997년 봄. 작은 원룸에 최소의 녹음장비와 악기를 세팅한 현민과 창식은 그곳에서 단 하나의 단어로부터 그들의 모든 음악적 영감과 태도의 원천적 방침을 세운다.
Cul-de-sac : 막다른 골목, 예술적 궁지로 스스로를 몰아붙여 음악 작업 시 부딪히는 한계를 뛰어넘고 보다 나은 예술적 경지에 이르겠다는 팀의 기본강령이자 명칭.
그리고 그로부터 15년은, 그들이 자신들을 강렬하게 예술적 궁지로 몰아대던 활동으로서 희열의 클럽 시기와 그곳으로부터 벗어나와 삶의 전장에서 현실들과 맞닥뜨려 싸워야 했던 삶의 궁지의 시기가 무한대로 교차하는 혼돈의 시기로서, 3번 트랙 <기도>에서처럼 '조급함과 이기심으로 병들었던 록커로서 신에게 영혼의 구원'을 갈구하는 낮은 자세와, 5번 트랙 <Love Song>에서는 이상(음악)을 이행하지 않는 자신과 그에 따른 외로움을 차마 대할 수도 볼 수도 없어 '내 눈을 빼 볼 수가 없게'를 반복하기에 이르며, 차라리 현실만을 직시하고 꿈을 '보지 않는 자'로서 스스로를 타자화시킨 '나'와 꿈의 최전선인 Cul-de-sac에 두고 온 본래적 자신과의 끊임없는 고통과 대화의 시간들이었음을 그들은 고백한다.
자신과의 대화로부터 탈주, 고백과 기도의 쿨데삭.
앨범의 대주제인 <Self Pollution:자기 공해>는 쿨데삭이라는 예술적 궁지에서 또다른 쿨데삭이라는 삶의 자궁으로 돌아가 가족과 타인을 위해 스스로 마치 다른 사람처럼 살아가며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자기 공해'에 시달리던 그들이, 1번 트랙 <When I'm Feeling>으로 포문을 열며 쿨데삭만의 '눈(vue)'으로 본 분열된 시대와 그속에 갇힌 개인들의 '자기구원에의 열망'을 치유할 '보아온 자' 로 돌아와, 그들 예술의 종착지이자 출발지인 음악 전선으로의 복귀를 세상-예술적 미궁, 삶의 전장 모두-에 선언하는, 한 편의 <Self Introduction:자기 소개(서)>다.
쿨데삭의 광장에 모인 새로운 전사들
이번 앨범에서 쿨데삭은 초기 쿨데삭의 극단적인 전위의 베이시스트 한준경의 빈자리를 무색게 하는, 전혀 새로운 뮤지션들의 수혈과 참여를 결정한다.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글램록 밴드 [The Glam]에서 한솥밥을 먹은 박용국, JJ, 김상균이 바로 그들이다. 특히 박용국은 앨범의 5번 트랙 <Love Song>의 작사와 작곡을 맡아 특유의 멜랑콜리한 감성과 마감이 단단한 기타라인을 선보이며 쿨데삭 음악의 외연을 넓히는데 한몫을 하였다. JJ 또한 기타와 베이스와 미디 컨트롤은 물론 독보적인 뮤직디렉터로서 기존에 러프했던 쿨데삭의 사운드를 한층 세련되고 예리해지게 하는 등 이미 여러밴드에서 리더와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전천후 골수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을 한껏 드러내보인다. 김상균은 이번 앨범의 가장 나이 어린 막내로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과 열정을 보인 드러머다. 특히 기타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앙상블이 돋보이는, 특유의 묵직하지만 상쾌한 연주로 쿨데삭이 광장으로서의 지평을 여는데 튼튼한 골조 역을 해낸다.
미궁에서 광장으로.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자타적 다짐은 비단 성공을 꿈꾸는 인디뮤직의 젊은이들과 여타의 도전자, 사업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성공에 얽매인 자들의 수사일 수도, 혹은 삶의 전선을 포기하지 않고 본디의 꿈을 품은 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쿨데삭들의 희망가일는지도 모르다.
20세기 말 한때의 음악 전선에서 삶의 전선으로의 파병, 그 지상명령을 수행하고 돌아온 최초의 쿨데삭에게 그 어떤 시작과 끝, 궁지도 두려움이 아니며, 단순히 성공을 위한 끌려다님이 아닌 삶이란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전사로서 과거인 동시에 꿈인 21세기 음악 전선에 다시 서는 것이야말로 기쁨이자 축제임을 4번 트랙 <The Voice>에서 다짐하고 확인하듯 그들은 이야기한다.
삶과 음악의 미궁을 '망설임과 두려움이 없는 세상' 축제의 광장으로 확장한 쿨데삭.
그렇게 삶의 전선과 예술적 궁지가 하나로 연결된 것임을 '보고 돌아온 쿨 데 삭'은 예술의 미로를 탐색하던 전위자(avantgarde)의 시기(1997-2001)를 지나 그간의 지난했던 삶을 이번 앨범 <<셀프 폴루션:자기 공해>>에서 고백, 선언함으로서 쿨데삭 스스로 Cul-de-sac을 혁파하고, (삶과 예술의 미궁 양측을 꿰뚫어), 보는 자(voyant)의 광장(2012- )에 이르게 되었다.
자, 이제 우리가 그들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일은 단 한가지뿐이다.
그들이 노래하고 기록한 긴 여행을 '쿨데삭의 음악'을 통해 '보는 것'이다.
이미 그들이 <Cinematheque:필름보관소>의 첫 가사 '떨군 하늘 지친 오후 속'에서 과거로 선언한 미래,
'아련하게 퍼진 낮은 종소리들과 꿈을 꾸듯 스친 너의 향기'가,
현재로 인화되어 영사되는 환상과 참아왔던 기억의 소리들이,
그들만큼 고단했을 당신의 귀와 가슴을 공명하며 치유할 것이다.
"오늘밤 당신의 Cul-de-sac을 보라, 그곳에서 그들이 펼치는 진중하고 환상적인 광장의 세계가 들려올 것이다."
글: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