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신비로운 감성으로 꽉 찬 뜨거운 45분, 밴드 UHF의 데뷔 앨범, [ULTRAHIGHFREQUENCY]
기억을 자극하는 ‘낯선’ 사운드
90년대 영미 슈게이징/포스트록에 대한 향수를 한국 인디/모던록 특유의 어법으로 풀어낸 UHF의 사운드는 듣는 이들에게 추억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Sonic Youth, Yo La Tengo, Slowdive, The Raveonettes 등으로부터의 영향을 바탕으로 포스트록과 모던록의 경계를 추구하며, 기타를 중심으로 한 다소 실험적인 사운드와 따뜻하고 친숙한 보컬/멜로디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그 지향점은 잘 드러난다.
Old Boy Met New Girl
70년대 출생으로 8, 90년대 록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 현재는 영상 제작업에 종사하며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인 Old Boy 현진식. 80년대 말에 태어나 최신 인디록 트렌드를 섭렵해 왔으며, 현재 아마추어 연극 배우이자 라디오 방송작가로서 대학 생활 끝 무렵을 보내고 있는 New Girl 조민경.
[전문가 Review By 신현준]
UHF: 모던 록 이후, 포스트록 이전?
이제 장르 이름을 잊어 버릴 때가 온 것일까. 모던 록과 포스트록 등의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UHF 음악의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뒤섞어 놓고 ‘다양한 장르를 융합했다’라고 강변하는 음악도 아니다. 친숙하면서도 진부하지는 않은 사운드, 섬세하지만 날카로움을 잃지 않은 멜로디, 화성의 멜랑콜리와 리듬의 드라이빙감의 역설적 결합 등은 팝/록의 글로벌 전성기인 1990년대의 국제적 감각을 2010년대 서울의 로컬로 불러와서 새로운 창조의 모멘트를 맞는다. (제목에 나오는) ‘이후’와 ‘이전’이라는 표현은 시간의 순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도 고정될 수 없는 경계의 상태가 지금 여기에 있는 UHF의 음악이다. 1990년대를 직접 겪은 40대 남성의 앞을 쳐다보기와 그 시대를 겪지 않은 20대 여성의 뒤돌아 보기가 만날 때의 화학작용이랄까…
◈ The Album
비정규로 발매된 전작보다 한층 높은 완성도는 물론, 조민경의 영입을 통해 기존의 록 사운드에 세밀한 감성이 더해진 UHF의 첫 정규 앨범, [ULTRAHIGHFREQUENCY]는 이들의 지향점인 ‘포스트록과 모던록의 경계’ 지점을 잘 보여준다. 앨범을 한 마디로 수식하자면, 정말 ‘뜨겁다’. 가벼움과 편안함이 주를 이루는 오늘날의 트렌드 속에서 과도한 진지함과 열정은 자칫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뜨거움은 오히려, 너무나 신선하다. 2012년 한국 음악씬에 이토록 진지하고, 열정적이며 감성적인 결과물이 과연 또 있을까? 이번 앨범은 로로스, 그림자궁전, 프렌지, 9와 숫자들, 흐른 등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뮤지션들과 함께 인디씬의 다양성에 기여해 온 튠테이블무브먼트의 13번째 작품으로, 레이블의 대표이자 그림자궁전, 9와 숫자들의 리더로 활동 중인 송재경이 공동 프로듀서 겸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으며, The National, Animal Collective 등의 마스터링을 맡은 바 있는 Joe Lambert가 마스터링 엔지니어로 참여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