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되 꽃이 아닌, 당신의 기억에 오롯이 새겨질 '망각화' 그들이 전하는 네 가지 겨울색을 담은 EP [차가운 노래] '밴드' 망각화에서 '진심'을 노래하는 망각화로 진화하다
아주 빠르고도 고요한 속도로, 거대한 해의 클라이막스 같은, 겨울이 오는 모습을 바라본다. 녹음의 색이 점점 옅어진다든지, 하나둘씩 떨어져 내린다든지 하는 것들. 익숙지 않은 비 냄새와, 낯설고 차가운 아침. 기억 속 어딘가로 데려다 주는 서늘한 계절의 냄새는 문득 멍한 뇌리를 파고들어 마음의 지표를 돌려놓고 뒷모습만 보이며 멀어져 간다. 여러 마음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거대하고도 투명한 마음의 온도, 공기, 혹은 염원 덩어리. 추억의 향기라 불리는 매끄럽고 말간 것들, 이 부유한다.
2003년 부산에서 결성돼 수없이 많은 라이브 공연장을 전율로 휩쓴 무서운 밴드, ‘망각화’. 리더이자 기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홍대의 존 메이어’ 양주영이 만든 이 프로젝트 그룹은 자신들의 음악이 어디에서건, 그 누구에게건 ‘기억되고 새겨지길(刻) 바란다(望)’. 첫 번째 싱글앨범까지 4년, 그리고 두 번째 싱글까지 또 4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앨범을 발표하곤 했던 망각화가 최근 왕성한 활동의 여세를 몰아 새 앨범 [차가운 노래]를 선보인다. 지난 4월 싱글 [춤추는 삶]을 발매한 뒤 8개월 만이다.
전작들을 통해 망각화가 ‘밴드’로서의 면모를 과시해왔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 위주의 악기 편성이나 비트감, 테크닉 등에서 벗어나 가사와 목소리가 가진 진정성과 진심에 시선을 돌리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 탄생한 네 트랙은 누구나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기억 한 자락을 끄집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겨울의 한없이 차가운 공기를 담은 4개의 트랙은 아이러니하게도 쓸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알츠하이머로 완전히 기억을 잃어 어린 아이가 되어버렸으면서도 단 한 사람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어느 날의 꿈을 노래한 타이틀곡 ‘차가운 노래’, 흔들리는 촛불처럼 불안한 그리움이 담긴 ‘타쉬켄트에서 온 일곱 통의 편지’, 헤어진 이에 대한 낙서가 한 권의 이야기로 남아버린 따스한 멜로디의 어쿠스틱곡 ‘The girl in the storybook’ 그리고 추억을 향한 외침을 담담하게 풀어낸 ‘지금 이 순간에도’까지,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곡들은 10년 차 뮤지션의 여정을 하나로 완성시키는 폭발적인 내공을 가늠하게끔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의 ‘K-Rookies’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선발되며 GMF, 대한민국 라이브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온 2012년, 대망의 연말결선을 앞두고 있는 망각화의 눈부신 비상이 시작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