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코베인(약칭 ‘눈코’)은 리더 깜악귀(보컬/기타)를 중심으로 연리목(건반), 슬프니(베이스), 최영두(기타), 김현호(드럼)로 구성된 5인조 록 밴드이다. 2002년 결성, 이듬 해 첫 EP ‘파는 물건’을 발매하며 당시로서는 드물게도 ‘산울림’이나 ‘송골매’ 등 70년대 한국 록의 영향을 받은 음악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당대의 산울림이 그랬던 것처럼 펑크, 모던록, 사이키델릭, 레게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음악 위에 말하는 듯 자연스러운 한국어 가사를 얹어 낸 노래들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그 결과물이 데뷔 3년 만인 2005년 발매한 정규 1집 ‘팝 투 더 피플(Pop to the people).’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과 노래 2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이후 2008년 발매한 2집 ‘테일즈(Tales)’와 2011년 발매한 3집 ‘머더스 하이(Murder’s High)’에서는 밴드 스스로 “조울증에 걸렸지만 태연한 척 하는 하드록 혹은 펑크 음악”이라 지칭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 두 앨범에서 작곡자이자 작사가인 깜악귀는 짝사랑하는 연인의 감정을 남편을 살해한 아내의 얘기 및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과학자의 과대망상 같은 환상적인 얘기와 아무렇지도 않게 뒤섞여내며 괴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우화들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바탕으로 열광적인 팬덤을 갖게 된 눈코는 이 두 앨범을 연이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올려놓으며 음악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2014년 10월 30일, 눈코는 네 번째 정규 앨범 ‘스카이랜드(Skyland)’를 발매하게 되었다. 어느새 10년이 넘어가는 경력을 반영하는 듯, 예전보다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깊숙해지고 차분해진 모습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재기발랄함은 몇몇 곡을 통해 오히려 강화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이제 3집까지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한 눈뜨고코베인은 4집을 통해 그들만의 음악적 우주인 ‘눈코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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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코 유니버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눈뜨고코베인 4집 ‘스카이랜드 (Skyland)’
1. 우리 집은 화목한데 2. 캐모플라주 3. 퓨처럽 (Future Luv) 4. 포스트맨은 벨을 두세 번 울린다 5. 스카이워커 6. 타이거 타운 7. 25시의 데이트 눈코방송 8. 선데이 행성에서 온 먼데이걸 9. 미안해요 잊어줘요 10. 2011년 여름 장마 11. 마더쉽
지구가 태양의 궤도를 세 번 공전할 때쯤 그들의 주기가 온다. 2003년 처음 EP를 발매한 이래 눈뜨고코베인은 대략 3년의 간격을 두고 새 앨범을 발표해왔고, 지난 앨범인 3집을 발매한 지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그리고 2014년, 이런 주기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어김없이 네 번째 정규 앨범 ‘스카이랜드 (Skyland)’가 나왔다.
그 사이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10년의 활동 기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던 멤버 라인업에 큰 폭의 교체가 있었다. 그 결과 깜악귀(보컬/기타), 연리목(건반/보컬), 슬프니(베이스/코러스)에 최영두(기타)와 김현호(드럼)이 합류하게 되었다. 멜로디와 리듬을 주도하는 파트의 멤버들이 교체됐으니 자연스레 음악의 뉘앙스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불어 깜악귀. 밴드의 방향을 결정하는 송라이터인 그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예의 날 선 듯한 느낌이 덜어진 대신 부드러워진 듯한 느낌이 생겼다.
그러한 변화를 예감하게 했던 것이 정규 앨범 발매 한 달 전에 먼저 공개됐던 싱글 ‘캐모플라주’였다. 여러 장르를 비틀어 뒤섞었던 예전 눈코 노래들과 달리 꼬임 없이 직선적인 모던록스러운 구성도 그랬고, 청명한 도입부에 이어지는 깜악귀의 나긋한 보컬도 그랬다. 공개 후에 의외의 사람들로부터 이번 노래를 좋아하는 평가들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노래에는 여전한 점도 있었다. 화자가 처한 상황은 별 희망이 없는 것, 그러니 이 노래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행복해서 부드러워졌다기 보다는 체념하여 무뎌진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해맑은 사운드가 체념의 정서와 맞물려 자아내는 반어의 정서. 바로 눈뜨고코베인이다.
요컨대 새롭지만 여전한 것이고, 그래서 당시 싱글을 소개하면서 “이번 앨범은 이전 눈코의 종합이자 새로운 눈코의 시작이 될 것”이라 얘기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전곡이 공개된 4집에서 이는 보다 확실해졌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우리 집은 화목한데’는 눈코의 ‘18번’ 중 하나인 가족에 관한 얘기다. 예전 멤버였던 장기하가 “가족과 외계인이 등장하면 그건 눈코의 노래”라고 얘기한 적도 있듯 EP부터 2집까지 가족의 불화는 단골 소재 중 하나였고, 3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미지가 고착되는 걸 원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배제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외계인은? ‘스타트렉’에 영감을 받은 것임에 분명한 B급 SF를 7분 30초짜리 하드록 사이키델리아로 풀어낸 마지막 트랙 ‘마더쉽’에서 촉수를 달고 등장한다. 마치 1집의 ‘외계인이 날 납치할 거야’가 3집의 ‘일렉트릭 빔’을 만난 듯한 피날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전 눈코’를 극대화한 것이 바로 타이틀 곡인 ‘퓨처럽(Future Luv)’이다. “서기 3022년 남녀 간의 모든 행위는 금지되었다“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1984’의 전제적 미래에 ‘터미네이터’로부터 가져온 SF적 발상을 ‘바바렐라’ 식의 섹시함으로 버무린 가사를 호쾌한 뉴웨이브 풍의 사운드로 풀어내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잡다한 요소들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섞여 있는 것이 정말로 눈코답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깜악귀가 애초에 ‘퓨처럽’을 구상할 때는 이와는 다른 사뭇 우울한 노래였다고 한다. 돈이 없는 남녀가 자취방에 누워 자신들이 행복하게 사는 미래에 대한 SF 소설을 쓰는 내용의. 하지만 이러한 우울함이 스스로도 견디기 힘들었던 그는 이 노래를 쾌락적인 댄스록으로 완성하고, 대신 이 테마 중 일부분을 떼어내서 다른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노래의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스카이워커’다.
전체 앨범의 제목에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한 이 노래의 제목은 (‘스타워즈’의 주인공과는 상관 없이) ‘하늘을 향해 걷는 이’ 정도로 해석되는 게 맞는 듯하다. 한 가지 정서로 끝까지 가는 것을 터부시한다는 깜악귀로서는 이례적으로 한 커플의 절망이라는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만들어낸 “눈뜨고코베인이 최초로 시도하는 본격 발라드풍의 노래”다. 그에 걸맞게 다소 전형적이다 싶은 구성에 차분한 톤의 보컬,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영두의 기타 솔로까지 예전의 눈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스타일을 갖고 있다. 예전 스타일과 많이 다른 데다 어둡기도 하여 대중적인 반응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팬들과 함께 한 사전 음감회 결과 가장 높은 투표를 받아 타이틀곡이 된 노래기도 하다.
‘퓨처럽’이 예전 눈코를 종합한다면, 그 대척점에서 ‘스카이워커’는 새로운 눈코의 경향을 의미한다. 직장인들이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개성을 지우는 것에서 발상을 얻어 보호색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달은 노래 ‘캐모플라주’에서의 일상적인 테마는 ‘선데이 행성에서 온 먼데이걸’에서 보다 경쾌한 형태로 이어진다. ‘2011년 여름 장마’에서 묘사하고 있는 상황 역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연애담의 일부다. 보다 일상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정서를 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풀어낸 노래들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성숙해진 것이 이러한 변화를 초래한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선공개 당시 ‘캐모플라주’를 듣고 마치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는 직장인들의 반응에서도 볼 수 있듯 이제 눈코가 예전과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눈코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공감’이라는 영역.
그렇다면 그러한 두 경향의 절충점에 있는 것이 앨범의 6번 트랙인 ‘타이거 타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 대신 사람에게 잡아 먹히는 호랑이의 얘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잔혹성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묘사하고 있는 이 우화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섬뜩함을 선사한다. 일상과 환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융합해내어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냈던 눈코가 이제 거기에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까지 섞어내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눈코만이 할 수 있는 음악, 그들만의 우주, 명실상부한 ‘눈코 유니버스’가 만들어졌다.
이들의 유니버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그들만의 사운드다. ‘퓨처럽’을 리드하는 연리목의 호쾌한 신디사이저나 요소요소마다 터져 나오며 노래들의 다이나믹을 살려주는 연리목/슬프니의 강력한 코러스라인은 역시 눈코만의 그것이다. 한편으로 ‘캐모플라주’와 ‘스카이워커’ 등에서의 서정적인 솔로부터 ‘마더쉽’의 하드한 리프까지 전방위로 소화해내는 최영두의 기타와 ‘포스트맨은 벨을 두 세 번 울린다’에서 슬프니의 베이스와 어우러져 훵키한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김현호의 드럼은 새로운 멤버들 역시 이제 눈코 유니버스의 명실상부한 일원이 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미 붕가붕가레코드 컴필레이션을 통해 선보인 바 있는 ‘미안해요 잊어줘요’에서의 연리목의 리드 보컬이 더해주는 발랄함도 빼놓을 수는 없겠다.
이제 10월 30일 앨범 발매와 함께 숨가쁜 일정이 이어지게 된다. 일단 4집 발매 기념 콘서트가 11월 8일(토) 저녁 7시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예정되어 있다. 예매 25,000원, 현매 30,000원으로 현재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예매가 진행 중이다. 이어 11월 12일과 13일 양일 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도 단독 공연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미 공연 게스트를 비롯한 수 차례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 팬들과 꾸준하게 만날 예정이다. 3집까지의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궤도를 공전할 준비를 하고 있는 눈코가 여러분을 그들의 새로운 유니버스, 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천국(Skyland)로 초대한다.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넓혀가는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23번째 작품이다. 작사와 작곡은 깜악귀, 편곡과 연주는 눈뜨고코베인 멤버들이 맡았다. 단, 7번 트랙에서 우쿨렐레 연주는 씨없는수박 김대중의 세션이다. 앨범의 프로듀서는 깜악귀와 권선욱. 녹음은 박열(스튜디오 던바), 김종삼, 조윤나(이하 토마토 스튜디오), 깜악귀(당인동 머니머니 스튜디오), 그리고 권선욱이 진행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엔지니어 나잠 수(쑥고개 III 스튜디오)의 솜씨다. 앨범 커버 및 속지는 언제나처럼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기조측면)의 작업. 타이틀곡 ‘퓨처럽(Future Luv)’의 뮤직비디오는 오민 감독(MINIsTREE)이 연출했고, 프로필 사진은 전명진 작가(Planet MJ)가 촬영했다. CD와 디지털 음원의 유통은 미러볼 뮤직이 맡는다.
이 앨범은 KT&G 상상마당 대중음악 창작자 지원사업 써라운드(S.around)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