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시간속에 서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건너가는 푸릇한 시간 지금 우리 인생은 그 시간 속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움과 기다림의 경계, 사랑과 미움의 경계, 당신과 나의 경계... 바다 빛과 산 빛, 여행 빛깔을 담은 가수 이광석의 ‘파란시간’을 담은 음반이 출시 된다.
우리는 모두 ‘바다 속 섬’
‘다시광화문에서’의 작곡가로 많이 알려진 그는 민중가요 노래팀 ‘우리나라’ 멤버다.
그의 첫 음반 ‘포장마차에서’로부터 10년만에 출시되는 이번 음반은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 답게 바다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그는 가끔 스스로를 ‘바다 속 섬’이라 부른다. 광활한 바다 수면위에는 수 만가지 이야기들이 넘실대지만, 수면 아래로 내려갈수록 말할 수 없는 고독과 마주친다. 언제나 사람들 속에서 웃으며 노래하고,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친근한 가수이기도 하지만 이제 마흔을 넘긴 그는 때때로 ‘바다 속 섬’처럼 깊은 고독 속에 잠기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이지만 90년대까지 만해도 대학가에는 학사주점이라는 이름의 술집들이 하나 이상씩은 있었다. 막걸리와 소주는 타오르는 젊은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였고, 한 잔 두 잔으로 목을 축이고 거나해지고 나면 곳곳에서 울려나오는 노랫소리에 밤 깊어가는 줄 몰랐을 시대다. 지금은 좀 낯 설은 그 선술집의 벽에는 이생진 시인의 시들이 많았다. 술과 고독, 그리고 바다.. 취하고 나면 어김없이 고향 생각이 나고, 바다가 생각나고, 동네 뒷산 개울이 생각났을 지친 도시의 젊은이들은, 이생진 시인의 시 몇 구절에 감탄하고 눈물 몇 방울 안주 삼아 긴 고독감을 이겨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시가 ‘고독’이다
나는 떼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고독_이생진시, 이광석곡)
수록곡 ‘고독’에서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유려한 하모니카소리는 때로는 뱃고동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돌고래 울먹임 같기도 하다.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고 노래하는 시인 이생진의 호흡이 가수 이광석의 음악에 녹아들면서 더 깊은 고독감을 체험케 한다. 작은 바닷가가 고향인 가수 이광석에게 이 노래가 주는 풍경은 어쩌면 낯익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고독’ 외에도 ‘섬묘지’, 그리고 지금은 신혼여행지로 사랑받는 제주의 우도를 묘사한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갈매기와 바람과 바다의 이야기를 담은 ‘갈매기’등의 시가 이광석의 선율을 통해 노래로 표현되었다.
남들도 나처럼 외로웁지요
남들도 나처럼 흔들리고 있지요
말할 수 없는 것뿐이지요
차라리 아무말 안하는 것뿐이지요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월 목련 (사월목련_도종환시, 김현성곡)
이번음반의 타이틀이기도한 ‘사월목련’은 작곡가 김현성씨가 도종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음반에는 어쿠스틱 피아노 선율로 전체 사운드를 끌고가는 버전과, 기타 한 대만으로 라이브현장 효과를 낸 두 개의 버전이 실려 있어 듣는 재미를 돋운다.
시와 음악이 품고 있는 파란시간
어쩌면 이광석의 파란시간은 ‘고독’과 ‘사월목련’이 표현하고자하는 외로운 시간들일지 모르겠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물 빠진 푸른 빛깔의 색감은 그가 지금 보내고 있는 감각들의 합창과도 같다. ‘힘겹다’, ‘외롭다’, ‘불투명하다’ 따위의 수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음악적 시간들은 ‘파란시간’이라는 수식을 만나 절정감을 더한다. 잔잔한 포크음악에, 소박한 록 사운드에 ‘파란시간’은 부드럽게 채워지고 있다. 시간과 세월에 상흔을 이겨내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수 이광석의 음악이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이번 음반출시를 축하하는 공연은 특별히 동료 음악인들과 함께 4월28일(일) 4시 홍대앞 벨로주에서 열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