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다발의 시선으로 본 세상
한결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이가 있다. 그는 나일론 기타 한 대로 개인에서 시작되어 모두에게 흘러드는 노래를 부른다. 허튼 수사도 피곤한 계산도 없이, 우리는 그의 노래와 함께 개인의 순간이 모두의 순간이 되는 찰나를 함께 하곤 한다.
김목인은 음악가다. 그는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2006년 [리틀 팡파레]를 발표했고,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2011년 솔로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발표해 동료 음악가들의 감탄 섞인 동감을 자아내었다. 덕분에 ‘음악가의 음악가’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지만, 그의 음악은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과장하지 않아도 적당히 입담이 좋은 그의 노래는 곱씹을수록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통해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도 완전히 가격이 매겨지지 않을’ 음악 그리고 음악가란 직업에 대해 노래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한 다발의 시선으로 바라 본 세상을 노래에 담아 두 번째 정규음반 [한 다발의 시선]을 발표한다.
“이번 앨범을 만들던 기간에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 보였고 사람들의 말은 격해 보였다. 이런 시기는 분석하고 논쟁하기엔 좋지만 차분하게 노래를 만들기에는 별로 좋은 것 같지 않다. 이를테면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사건이나 떠오르는 말들은 많았다. 하지만 난 그 문구를 싣기 위해 노래를 쓰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음악은 예전처럼 뭔가 말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자체의 감동으로 다가오곤 했다. 앨범에 직접적으로 담겨있지는 않지만 난 내 방에서 피아노로 좋아하는 곡들을 연습해보다 좋은 순간이 있으면 그 분위기를 작품에 옮겨보려 한 경우도 많았다. 난 음악이 지닐 수 있는 그런 깊은 결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은 생각과 여전히 뭔가 기발한 걸 들려주고 싶은 생각 사이를 오가며 작업했다.”
[한 다발의 시선]은 전작 [음악가 자신의 노래]처럼 노래마다 저마다의 공간과 시간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음악가 김목인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동경과 시행착오 사이를 오가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방의 풍경을 그린 “지망생”, 1집의 “뮤즈가 다녀가다”와 연장선상에 있는 뮤지컬 풍 연작 “그게 다 외로워서래”와 “한결 같은 사람”, 2007년에 갔던 덴마크의 한 공동체에서의 생활을 그린 “스반홀름”, 누군가 자신과 입장이 비슷할 거라 생각하는 경솔함을 노래한 “불편한 식탁”, 좋은 것을 말할 때에도 꼭 습관적인 비교와 평가절하로 시작하는 비평의 모습을 담은 “새로운 언어” 등 개인적 경험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그가 그려낸 공간에 펼쳐진다. 그는 이렇게 노래가 표현할 수 있는 다중적인 시선을 자신의 기질에 맞게 담아냈다. 음악적으로도 풍성한 표현이 담겨있다. 포크에서 집시 스윙, 보사노바, 클래시컬한 어프로치까지 다양한 음악이 동료 음악가들의 참여로 완성도 있게 마무리되었다.
“물론 사람들에겐 노래의 한 소절이나 단어가 더 쉽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노래들을 냉소적이라고 혹은 코믹하다고, 또 쓸쓸하다고 여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노래들이 만들어낼 공간이 그런 즉각적 반응을 넘어 한층 다층적이고 풍성한 생각의 공간이 되길 바랐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한결같은 사람’이든 ‘비교 없이는 말하지 못하는 자’이든 그걸 발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우리가 그걸 예사롭지 않게 진득이 바라볼 애정을 지닐 때에야 거기에 뭔가 희망적인 것이 있다는 걸 담고 싶었다. 한 다발의 시선이란 그처럼 깊은 애정을 유지한 시선을 말한다.”
[한 다발의 시선]에는 많은 동료 음악가가 도움을 주었다. 레이블 동료인 오형석(텔레플라이), 박희진(굴소년단), 김태춘, 강예진(2스토리), 윤주미(플라스틱 피플)와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로 함께 활동하는 이동준(베이스), 이호석(기타), 조윤정(바이얼린)이 참여했고, 평소 친분이 있던 이아립, 시와, 이랑밴드의 이랑과 해미, 포브라더스의 염승민 등이 거들었다. 캐비넷 싱얼롱즈의 동료였던 이동열이 트럼펫을, 오! 부라더스의 이성배가 클라리넷, 라퍼커션의 Zion Ruz가 퍼커션을 연주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홍갑의 기타는 그의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신보를 기다려온 동료들의 메시지도 한가득이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음악이 시작되고 그로 인하여 섬세하게 다루어진 당신의 일상이 하나 둘 드러나는 순간, 안절 부절 못하게 될 당신. 혹시나 치료가 필요하다면 음악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길... ‘나는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무엇으로 부터 살아가야 하는걸까.’ (하림)”
"목인 씨 음악에 추천사를 드림에 있어 한가지 망설여진다면, 내가 쓴 문장으로 인해 그의 음악이 행여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음악'으로 비춰질까봐서다. 나는 목인 씨를 참 훌륭한 대중음악가라고 생각한다. 샘플 몇 곡을 들어보니 이번 앨범도 쏙쏙 들어온다. 어머니랑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이다. (바비)"
“진지함이라는 덕목은 곧잘 희화화되기 쉽지만 나는 여전히 진지함을 선호한다. 적절한 진지함이 그 안에 자신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면 내게는 그보다 사랑스러운 건 없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 쇼도 즐겁지만, 부드러운 가을 날씨의 저녁에는 따뜻한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것과 같다. 그런 종류의 진지함을 나는 김목인의 음악에서 발견했다. (계피)”
“김목인 음악의 마법은 시간과 공간과 빛에 있다. 이 피어 오르는 마법 같은 풍경들 속에 이미 사로잡혔고 영영 사로잡히고 싶다. (이아립)”
“굳이 노래로서가 아니었다고 해도 좋은, 마침 노래여서 더 반가운 아 이 한결같은 사람! (이영훈)”
“김목인의 노래를 듣다보면 김목인씨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게 된다. 호기심을 가지고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하는 김목인, 모르는 사람의 얘기를 듣다가 넉살 좋게 웃는 김목인, 자신의 삶을 고찰하는 김목인, 예전에 누가 했던 얘기를 곰곰이 떠올려보는 김목인, 하나의 사물을 보며 그에 대한 얘기를 공상하는 김목인, 그런 그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만난 게 아닌데도 왠지 만나고 온 것 같고, 분명 그는 말이 많은 타입도 아닐 것 같은데 시시콜콜한 얘기도 듣고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가 해주는 얘기들은 누군가 미처 생각도 못해보고 지나쳤던 것이기도, 또 누군가는 마음에 품고 있었지만 어떻게 표현해보지 못했던 것이기도 할 것 같다. 그가 그런 얘기들을 들려주어 고맙다. 그의 삶을 노래에 담아주어 고맙다. 그의 삶에 넘실대던 노래들을 세상에 풀어주어 고맙다. 2013년 가을에, 내가 또 그의 새로운 음악과 대화하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연진)”
“김목인. 그의 웃음은 부드럽지만 그의 눈빛은 바위같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음악가들이 지루한 자신의 얘기를 특별한것 처럼 꾸미려고 발버둥 칠때 그는 그 자신만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김태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