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음악가들과 한국 음악을 잇는, 관심, 협업 그리고 창작의 열쇠 박재천의 Korean Grip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파커(Simon Parker)는 한국의 ‘장단’을 우연히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이를 익히고자 7년 사이에만 무려 열일곱 차례 한국을 찾았고, 이러한 사연은 한 일본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며 상영과 동시에 큰 화젯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무한한 한국 음악, 특히 한국 장단의 매력을 세계의 음악가들에게 알려 관심을 모으고 다양한 협업과 창작의 기회들을 보다 손쉽게 마련하기 위한 열쇠가 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덕’ ‘드르닥’ 등, 한국의 전통 장단을 위한 독창적인 연주 기법들은 지금까지 오직 전통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장구 또는 소리북으로만 표현 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장단은 한국의 악기로만 연주할 수 있다는 이러한 고정관념에 갇혀, 이를테면 세트 드럼과 같은 서양 악기로의 표현 가능성은 감히 어느 누구도 염두조차 내지 않았던 것이다. 이
같은 제한적인 사고와 연구의 부재는 비단 한국의 음악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전통 음악들을 두고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
하지만 우리 음악계에는 박재천이 있다. 타악기 연주의 명인인 그는 대표적인 전통 타악기인 장구와 더불어 오늘날 서양 타악기의 대표격인 드럼을 30년 이상 동시에 다뤄 온 유일무이한 음악가로, 한국 전통 장단의 양식들을 복제해 세트 드럼 위로 이식하고자 그에 꼭 걸맞은 장단과 가락을 적극적으로 계발해 왔으며 끝내는 가장 이상적인, 한국 전통 장단에 최적화된 새로운 형태의 그립(grip: 드럼 연주용 북채를 쥐는 방식)을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완성된 바로 이 음반 ‘Korean Grip’ 그리고 그 속에서 박재천이 제시하는 새로운 ‘Korean Grip’이, 우리의 위대한 음악 문화가 비로소 세계의 음악가들과 만나 더욱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계기의 열쇠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