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그레이(PALE GREY)
정규 4집 “잊으면 안돼”
2015년의 시작과 함께 페일그레이(PALE GREY) 정규4집 앨범이 발매된다. 작곡과 피아노를 담당하고 있는 강정훈, 기영민 그리고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헌으로 구성된 3인조 인디팀 페일그레이는 2009년 2월 첫 앨범으로 데뷔했다. 비즈니스로서가 아닌 그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팀인 만큼, 상업적인 프로모션활동이나 공연을 진행하지 않아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하지만 아쉬움과 그리움 가득한 노랫말과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틱한 편곡으로, 지난 3장의 앨범을 통해 페일그레이만의 아이덴티티를 조용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드라마 OST에 참여하고, 라디오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사실 이들은 모두 직장인들로, 주로 주말과 야간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멤버 중 기영민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앨범에 불참하게 되어 정규앨범으로서의 레퍼토리 확보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모든 곡을 강정훈이 작사/작곡/편곡하게 되면서 기다림의 시간은 더 길어졌다.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완성해간 작품 10곡이 모여 마침내 약 3년 만에 새로운 앨범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앨범은 기존작들과 유사한 음악적 색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Rock의 요소가 짙어지고 편성도 다채로워졌다는 평가다. 특히 3집까지 객원가수로 협업하던 김태헌이 정식 멤버로 영입되어, 섬세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을 통한 다양한 연출력을 과시하며 곡의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양태연, 박미란, 이륜경, 김민경 등 게스트보컬들과 기타리스트 류현우의 협력이 더해져 앨범의 전반적인 구성과 내용을 더욱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작업한 만큼, 곳곳에서 많은 고민과 열정이 엿보이는 앨범이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아노 그루브와 기타리프로 표현한 [빗방울 전주곡], 피아노와 일렉기타가 흥겹게 어우러진 록넘버 [오래달리기], 화려한 건반 연주와 날카로운 현악 편곡, 그리고 양태연의 목소리로 북국의 차가운 겨울을 표현하고 있는 [Suomi], 2집에 수록되었던 연주곡에 보컬을 입혀 새롭게 재탄생시킨 [설렘], “누구든 어떻든 모든 인생은 위대하다”는 주제를 뮤지컬의 분위기로 연출한 [찬란한 걸음], 비유적 가사로 끝나가는 인연의 아픔을 표현한 [끝]에 이르기까지, 어느 곡 하나 쉽게 흘려 보낼 수 없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타이틀곡 [출국]은 정제된 가사와 수려한 멜로디로 페일그레이 특유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발라드 이며, 또 하나의 기대작 [잊으면 안돼]는 드라마틱한 관현악 편곡과 김태헌의 보컬, 그리고 환청처럼 맴도는 여성보컬 박미란의 목소리가, 기억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점차 고조시키는 애절한 곡이다. 타이틀곡 선정시 특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페일그레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페일그레이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결정했다는 후문.
또 한 층 발전한 음악적 면모를 예고하는, 짧지만 강렬한 인트로곡 [The Steps], 어머니와 어린 아이의 피아노 연탄으로 시작하여 점점 성장해 가는 모습의 감동을 담은 자전적인 곡 [Waltz For Mom] 등 두 곡의 연주곡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