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데이즈(Radio Days)의 현재와 미래가 담긴 EP [First Signal]
연륜과 실력을 겸비한 뮤지션의 이어지는 활동과 확장은 대중들에게 삶의 또 다른 묘미를 안기는 호흡이다. 라디오데이즈(Radio Days)는 한마디로 한국 하드록과 헤비메틀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룹이다. 1세대 헤비메틀을 대표하는 그룹인 시나위와 뮤즈에로스 (Museros)의 연관 밴드로 대중들과 가장 근접한 활동을 보여 나오고 있는 라디오데이즈는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김용훈과 드러머 오경환의 화려한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안정적인 연주가 일품이다. 1998년 시작된 라디오데이즈의 시작은 뮤지션 사이에서 더 회자되고 유지된 인상이 강하다. 다작보다는 심도있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위해 매진해 나온 라디오 데이즈의 음악은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블루지한 하드록과 대중적 코드를 동시에 지닌 특징을 지닌다. 이는 뮤즈에로스와 시나위, 자유, 타이거(Tiger) 등 멤버들이 거쳐 나온 그 동안의 음악이 라디오데이즈라는 축을 통해 잘 녹아내려 있다는 점으로도 이해가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라디오데이즈가 지닌 역사적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1세대와 2세대의 합을 자연스럽게 유지시키고 있는 라디오데이즈는 시나위와 부활과 같은 대형 그룹의 행보와 비슷한 그림을 그려 나왔다. 라디오데이즈가 특별히 그들과 다른 한 가지는 여러 현장 속에서 새로운 세대들과 공감하며 맥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결성 이후 다소 뒤늦게 발매되었던 라디오데이즈의 데뷔 앨범 [Take A Break]과 싱글 [Look At Your Mind]를 내놓은 이후 잠시 휴식을 취했던 라디오데이즈는 2009년 뮤즈에로스의 2집 [어머니의 땅]의 리마스터링 재발매와 함께 신진 임현수를 영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9년 이후 클럽과 여러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온 라디오데이즈의 이번 EP 음반은 지난 1집 앨범과 비슷한 구도로 완성되었다. 트랙의 배열이나 음악적 색채는 라디오 데이즈 고유의 날카로운 톤과 곱게 고이는 비트, 그리고 귀에 잘 감기는 멜로디의 조화를 이루며 구성되어 있다. 라디오데이즈 음악의 장점이라면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사운드 패턴이 현대적으로 잘 맞물려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잘 녹아 내려 있다. 자본주의에 취한 세태의 현실을 비판한 ‘머니뭐니’는 최근 컴백 앨범을 발표한 사랑과 평화의 ‘이 놈의 봉급’과 비슷한 줄기를 형성하는 스트레이트한 록넘버이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그루브감이 매력적인 ‘Useless Greed’에서도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전개된다. 현실과 이상의 간격을 좁히고자 하는 의지와 바람이 담긴 두 곡을 잇는 발라드 ‘너의 곁에서’는 보컬 김용훈의 매력이 물씬 묻어나는 트랙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라디오데이즈다운 음악으로 손꼽히는 ‘Meanning To Life’와 무난한 발라드 ‘Forever And One Love’까지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탄탄한 합을 이루고 있다.
음반 시장의 흐름상 풀 랭스 앨범이 아닌 EP 형태의 앨범으로 발매된 아쉬움이 남지만, 라디오데이즈의 [First Signal]은 타이틀 그대로 ‘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운데 한국 록음악의 요동을 위한 굵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소개하고 싶다.
글/고종석(월간 Paranoid. 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