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아름다운 밤
[Sleepless Night] (2013) By Hee Young
지난 3년간 매년 앨범이 한 장씩 나왔다. 그리고 매번 다른 앨범이 나왔다. EP [So Sudden] 시절의 희영은 누구일까,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던 완숙한 싱어송라이터였다. 1집 [4 Luv]를 통해 희영은 신비로운 캐릭터에서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변했고, 최근 발표한 2집 [Sleepless Night]에서는 전보다 진지하고 사색적인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쿠스틱 위주의 편곡과 시적인 노랫말을 유지하면서, 기본을 드러낸 이후 앨범의 내용에 계속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관해 앨범을 만드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희영은 이야기한다. 처음엔 프로듀서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프로듀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을 쌓으면서 좋은 공연과 좋은 앨범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1985년생 희영은 고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가 거기서 음악을 발견한 뮤지션이다. 열여섯 무렵 미국 남부 지방에 정착했는데, 언어가 부족하기도 했고 마땅히 즐길 엔터테인먼트도 없던 환경이라 습관처럼 시를 썼다. 피아노가 눈에 띄자 멜로디를 붙여봤고, 그걸 어학용 테이프에 녹음하면서 노래에 다가갔다. 찾아 들은 적은 없지만 어디서나 흘러나오던 컨트리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몸에 스며들었다. 어머니는 가수, 아버지는 방송음악인, 외삼촌은 작곡가였기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흡수했지만, 가족의 삶이 자신의 삶이 될 것이라고 믿진 않았다. 그런데 막연했던 음악은 외롭고 막막했던 시절을 통과하면서 구체적인 실체가 됐다. 가사를 쓰고 노랫말을 쓰고 녹음하던 과정은 레슨 이후 뉴욕의 음악 대학교 입학으로 확장됐고, 크고 작은 공연장을 전전하면서 뉴욕이든 서울이든 데모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앨범을 스스로 조율하고 책임지는 뮤지션이 되었다.
희영은 새 앨범을 앞두고 뉴욕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을 찾아갔다. 동료이자 친구들과 함께 장비를 챙겨 자동차를 빽빽하게 채운 뒤, 다른 모든 것과 작별하고 앨범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갔다. 헛간과 교회에서 녹음을 거듭하던 일주일간 무더위에 지쳐 동료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늑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아니라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희영은 이야기한다. 상큼하고 부드러운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새로운 노래는 제목처럼 불면증에 사로잡힌 밤을 묘사하고, 외로운 밤마다 찾아오는 복잡하고 쓸쓸한 감정을 다룬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렇게 완성된 노래는 잠들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 같다. 스튜디오 대신 택한 헛간과 교회, 많지 않은 악기, 거창할 것 없는 수수한 편곡, 언제나 조심스러운 그녀의 노래만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앨범과 공연은 성격이 다른 분야이기에 공연을 앞두고 앨범의 내용을 재구성하기 마련이지만, 희영은 새 작업을 앞두고 공연과 앨범을 한 분야로 인식했던 것 같다. 어디서든 수월하게 공연에 임할 수 있도록 종류가 많지 않은 악기가 등장하는 것도, 무수한 노랫말 사이에 마치 라이브 같은 생생한 숨소리가 실려 있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새 앨범은 바로 옆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수록곡 대부분이 서글프지만 결국 친근한 인상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홀로 침대에 앉아 곡을 쓰기 시작한 시점, 혹은 때때로 실수하면서도 노래를 멈출 수 없었던 공연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고 그녀는 믿는다. 새 앨범은 그녀가 생각한 진실을 담는 작업이었다.
- 대중문화평론가 이민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