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프로젝트 에피소드 2 - 시대정신 Zeitgeist]
신중현은 트로트와 스탠더드를 두 축으로 하던 시대에 서구의 로큰롤과 흑인음악을 창조적으로 수용해 새롭고 독창적인 음악어법, 이른바 ‘뉴 뮤직’을 그것들에 병치시켜낸 인물이다. 이것은 신중현의 이름이 사회적 성격을 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습한 음악계 풍토에서 솟아난 경이로운 신중현의 도전과 실험은, 지금의 음악계가 형식만을 확립하고 외투만을 화려히 치장했을 뿐 음악의 내면,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예술가의 혼을 박탈하고 있다는 조용한 반성을 일깨운다. 우리의 현재 음악계가 폭주기관차처럼 산업적·상업적 사고로 내달려가는 것은 음악사적 기록의 부재로 역사적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이다.
유신으로 대표되는 억압시대에 그것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대치하면서 예술 혼을 지켜온 그 처절한 몸짓과 순수한 호흡, 그 시대정신을 우리는 그의 음악을 통해 엿본다. 그리고 다시 주를 단다. 수많은 세월을 뛰어넘어 오로지 목소리와 음악만으로 시대와 시대, 역사와 역사가 그의 핏줄과 한 여가수를 통해 젊은 음악으로 다시 씌여지고 있다. 대중음악의 틀이 확립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당대 종이매체의 기사를 빼고는 사실상 관련 기록이 전무하다. 대중문화를 홀대하던 시기라 대중문화를 보관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개념이 희박했기 때문일 테지만, 대중문화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진 지금도 상황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리아'는 개인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역사서를 쓰는 중이라고 말한다. 신중현의 자서전을 종이가 닳도록 읽고 또 읽었다. 그가 겪었던 시대의 그림자와 인간적 고통, 그러하였기에 그가 내뿜을 수 있었던 음악의 발원을 찾으려 애를 썼다. 리메이크할 노래들을 선택할 때도 그런 인간적 이해가 반영되었다. 인간적인 이해는 곧 음악적인 이해로 이어진다. 영광된 순간보다는 가려진 음악을 선택했다. 아프고 서러웠기에 더욱 인간의 내음이 절절하게 묻어난 노래를 선택했다. 시대를 뛰어넘은 아티스트들의 만남은 음악이 어떠한 생명력을 가졌는지 우리를 일깨운다. 리아는 그러한 생명력으로 이후 신중현의 음악이 이후 세대의 젊은 아티스트를 통해 또다시 부활하고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pisode 2 역시 episode 1때처럼 신대철이 총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이전 에피소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곡들로 트랙이 채워졌다. '신대철' 편곡의 ‘어디서 어디까지’와 ‘설레임‘에서 리아만의 색깔로 다시 창조된 신중현을 바라볼 수 있다, 이전 에피소드 "할말도 없지만" 의 맹석재가 편곡한 "그누가 있었나봐" 에서는 12월 데뷔를 앞둔 신예 래퍼 11호의 수준 높은 랩이 가미 되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안상수체’의 안상수와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의 디자인이 멋을 곁들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