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나는 너를 집에 보내고 늦은 밤까지 변신 연습을 해, '눈뜨고코베인' Single [변신로봇대백과]
'눈뜨고코베인' 은 과작하는 밴드다. 현재까지 정규 4장과 EP 1장을 발매했지만 10년이 넘어가는 활동 경력을 감안했을 때 그리 많은 작품은 아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노래들을 만들고, 그것이 축적이 되면 모아 음반으로 만들어 발매해왔고, 그 결과 '3년에 음반 한 장씩' 이라는 딱히 의도치는 않았던 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의문은 있었다. 과연 이처럼 전통적인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작업을 하는 것이 적합한가? 물론 매 음반마다 느슨하면서도 유기적인 주제를 통해 여러 곡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각각의 세계들을 만들어왔던 눈코의 시도는 분명 성공적인 면도 있었지만, CD의 시대가 저물어가며 음악을 듣는 단위가 '음반' 에서 '노래' 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2015년. 지난 해 말 발매한 4집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눈뜨고코베인' 은 새로운 시도에 들어갔다. 이름하여 '봄 / 여름 / 가을 / 겨울 각각의 계절을 위한 러브송' 프로젝트. 이미 이전부터 구상하고 어느 정도 만들어오기도 했지만 각각의 스타일이 너무 명확한 탓에 이전 앨범에 묶이기엔 쉽지 않았던 노래들을 3개월의 주기로 싱글의 형태로 발매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지난 5월, 봄을 위한 싱글 [새벽의 분리수거] 가 발매됐다. 역시 '눈코' 다운 노래였다. '불연소화합물' 이라는 단어가 후렴에 떡 하니 박혀 몇 번이나 거듭해서 나오는 러브송이라니. 더불어 돌직구처럼 쭉 내달리는 춤추기 좋은 록은 눈코의 예전 모습이 떠오르는 기분 좋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이제 여름, 두 번째로 내놓은 싱글의 제목은 "변신로봇대백과" 이다. 이번에는 변신로봇이 등장하는 '러브송' 이다. 물론 SF스러운 테마는 '눈코' 가 이전부터 즐겨 다뤘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예전의 '눈코 SF' 가 직선의 펑크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혹은 복잡하고 기묘한 사이키델릭 ('마더쉽') 으로 그래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하면, 이번에는 '눈코' 의 이전 노래에서도 드물었던 포크적 감성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 완전히 예상 밖이다. 연인과 함께 어둠의 무리와 싸우기 위해 원자력 엔진과 강철의 몸을 가진 로봇으로 변신하는 연습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토록 서정적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역시 '눈코' 다, 그런 마음이 든다.
이런 독특하고 유쾌한 상상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싱글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다. '이것을 만들고 싶어서 싱글을 발매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공들여 만든 로봇이 등장하는 것과 더불어 곱게 길러왔던 머리를 삭발한 깜악귀의 삭발 투혼 (다소 난데 없는) 이 어우러진 영상은 이번 노래의 테마를 더없이 잘 표현하는 작품이다. '깜악귀' 의 표현에 따르면 '인디아나 존스의 로봇 버젼을 출발비디오여행에서 하이라이트로 보여주는 판본' 이라는데, 흠. 어쨌든 이번 비디오는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의 리더 '나잠수' 가 연출부터 각본, 촬영, 편집까지 도맡은 작품으로 이전 '술탄' 의 비디오들과는 또 다른 감성을 선보인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눈뜨고코베인' 은 이번 싱글 발매와 함께 단독 공연을 갖는다. '로봇의 여름' 이라는 제목의 이번 공연은 지난 "봄의 분리수거" 에 이은 연속 시리즈의 일환으로, 8월 8일(토) 저녁 7시 홍대 인근의 클럽 A.O.R 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랜만에 클럽에서 조그맣게 갖는 단독 콘서트인 만큼 1만 5천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하지만 비록 소규모의 공연이긴 하나 뮤직비디오의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예의 눈코 공연이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연출은 역시 준비되어 있다. 예매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붕가붕가레코드의 19번째 디지털 싱글이다. 작사/작곡 '깜악귀'. 편곡 '눈뜨고코베인'. 녹음은 '김종삼', '조윤나 (이하 토마토 스튜디오)' 와 '깜악귀', '최영두 (이하 눈뜨고코베인)'. 믹싱과 마스터링은 '나잠수 (쑥고개III 스튜디오)'. '임선주' 와 '슬프니' 가 제작한 로봇이 등장하는 사진을 '이주호' 가 촬영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 가 커버로 완성해냈다. 유통은 미러볼 뮤직. 섭외 및 기타 문의는 붕가붕가레코드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