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록 앨범 'The Monotones' [Into The Night]
2014년 2월 홍대 인근의 클럽 FF에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클럽이 터질 지경이었고,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아직 앨범도 내지 않은 밴드 '모노톤즈(The Monotones)' 의 첫 공연이었다. 인디 신이 낳은 괴물 기타리스트 '차승우' 와 80년대 헤비메탈 시대부터 현재까지 전설적인 밴드들을 두루 거쳐 온 베이시스트 '박현준', 두 쾌남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 '모노톤즈'.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 그림이 나왔고, 사운드는 호방했다. '모노톤즈' 의 소문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왕의 귀환을 반겼고, 이들의 데뷔앨범을 고대했다.
'모노톤즈' 가 결성된 것은 2012년 말경이었다. '더 문샤이너스' 를 쉬기로 한 '차승우' 는 '박현준' 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새 밴드 결성을 마음먹었다. 여기에 썸머히어키즈, 서교그룹사운드, 핑크 엘리펀트, 파고다 등으로 활동한 드러머 '최욱노' 가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합주가 시작됐다. 문샤이너스에서 직접 노래를 했던 '차승우' 는 자신의 페르소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새로운 보컬을 찾았고, '김세영' 이 여기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모노톤즈' 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김세영이 건강상의 문제로 단 5회의 공연을 끝으로 팀을 나가면서 밴드는 잠정적으로 활동 중지에 들어갔다. 짧은 시간에 총 11명의 보컬이 '모노톤즈' 를 거쳐 갔다. 결국 보컬은 영국에서 온 남자 '훈 조(Hun Joe)' 가 극적으로 맡게 된다. 이렇게 4인조로 앨범을 녹음하던 '모노톤즈' 는 창단멤버인 '박현준' 이 탈퇴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맡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이 '모노톤즈' 의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그들의 에너지는 이미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모노톤즈는 '차승우', '최욱노', '훈 조' 3인조로 대망의 1집 [Into The Night] 을 발표하게 된다.
이처럼 '모노톤즈' 의 정식 데뷔에 이르기까지 굴곡을 겪었다. 그 굴곡은 때로는 드라마틱했다. 새 얼굴인 '훈 조' 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훈 조는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자랐고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음악활동을 했다. 한국 록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훈 조' 는 고국에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 귀국했다. 스트레이 캣츠(Stray Cats) 와 같은 로커빌리를 좋아하는 '훈 조' 에게 영국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사내가 한국에 '차승우' 라는 기타리스트가 로커빌리 음악을 잘한다라고 귀띔해 준 적이 있었다. 그 한국 사내는 노브레인의 전 베이시스트인 '정재환' 이었다. '훈 조' 는 '모노톤즈' 가 '차승우' 의 밴드라는 사실도 모른 채 오디션을 봤고, 결국 '차승우' 의 페르소나가 됐다.
'모노톤즈' 의 첫 앨범 [Into The Night] 에는 총 열세 곡이 담겼다. '차승우' 가 만들었으며 '훈 조' 가 '모노톤즈' 에 들어오기 전 만들어놓은 곡들이 추가됐다. 베이스는 '박현준' 이 아홉 곡을 연주했고 나머지 베이스 연주는 러브엑스테레오의 '황정익' 이 도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앨범은 '차승우' 의 기존 음악을 집대성해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한 결과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음악이란 펑크록부터 50~60년대 로커빌리, 로큰롤의 요소들을 말하고, 새로운 방향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입체적인 사운드를 말한다. 노브레인, 문샤이너스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난폭하게 달려가는 '차승우' 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그 난폭함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모노톤즈' 는 보다 더 젠틀해졌고, 세련돼졌으며 무엇보다도 낭만을 지니고 있다.
초기 '모노톤즈' 의 곡이었던 "A" 를 유튜브로 들었을 때에는 개인적으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을 떠올렸다. 때문에 '모노톤즈' 가 하드록 스타일의 밴드로 나아가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차승우' 는 '모노톤즈' 를 결성하고 지난 3년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곡을 만들었다. 과거처럼 어떤 특정 스타일을 의도하지 않고, 순수한 자세로 돌아가 그저 나오는 대로 곡을 써나간 것이다.
초기 '모노톤즈' 의 호방한 에너지를 만나볼 수 있는 곡은 "A", "Watchman" 과 같은 노래들이다. 이후 굴곡을 겪으면서 힘든 시기에 나온 곡들이 "Popo", "Glorious Day" 와 같은 애잔한 감성의 노래들이다. 차승우는 중간에 영종도로 들어가 10개월 간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했는데 그때 나온 곡이 바로 "Into The Night" 이다. 이후 '훈 조' 가 들어오면서 밴드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피어올랐고 "K군의 하루" 와 같은 낙관적인 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밴드의 삶이 앨범에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흐름 때문인지 '모노톤즈' 의 음악은 다채로운 색을 지니고 있다. 11월 12일 제비다방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모노톤즈' 는 픽시스(Pixies), 스미스(The Smiths),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비틀즈(The Beatles) 의 곡을 연주했는데, 이 밴드들의 음악이 '모노톤즈' 의 음악에 접근해 가는데 어떤 단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노톤즈' 멤버들은 이번 앨범을 하면서 가장 큰 영감을 준 밴드로 비틀즈를 말했다. 실제로 앨범을 듣다보면 비틀즈의 어법들이 오마주처럼 튀어나오곤 하는데, 이는 이 앨범을 듣는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겠다.
한편, 모노톤즈의 드라마틱한 활동기는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멤버들의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집요하게 촬영했고, 그 안의 갈등 및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한다. "울트라 젠틀맨" 이라는 제목(울트라 젠틀맨은 더 모노톤즈로 밴드 명이 결정되기 이전, 차승우와 박현준 둘만 있을 때 처음 정한 밴드 명) 의 이 영화는 케이블TV 채널에 시리즈(약 20회)물로 방영되고, 최종적으로 2016년에 영화로 개봉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영화가 개봉될 때가 되면 음악낭인들인 '모노톤즈' 의 의식의 흐름이 또 어디에 당도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음악전문기자 권석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