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팝 듀오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캐롤, [DEAR DEER]
2집 [A Little Sparkle]에 수록된 그들의 첫 번째 캐롤인 "Christmas Carol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놀라운 힘)"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만 해도 이들이 진지하게 캐롤 시리즈를 이어갈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루싸이트 토끼는 크리스마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들의 일생동안 꾸준히 캐롤을 만들어 언젠가 지긋이 나이가 들었을 때엔 그들만의 오리지날 캐롤들을 모아 캐롤 앨범을 내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기에 이른다. 그 거룩한 프로젝트의 두 번째 곡인 "DEAR DEER"는 이들 듀오가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 한 여인의 크리스마스 목격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유명한 사슴 루돌프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산타에게 선물 못 받을 각오를 하고 밤을 지새우던 그녀가 정작 반하게 된 것은 누구였을까?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이 이야기의 자초지종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에 첨부된 루싸이트 토끼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HAPPY MERRY CHRISTMAS!
소녀와 그녀가 사랑한 사슴 from 루싸이트 토끼. 어느 크리스마스 밤. 호기심 많은 한 소녀가 행여 들킬까 봐 창문 밑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웅크려 앉아 산타와 그의 사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이에겐 너무 깊은 밤인지라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의 무게를 못 이기고 꾸벅꾸벅 졸던 소녀는 멀리서 들려오는 썰매 종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았다. 사실 소녀는 산타보다도 노래로만 듣던 붉은 코의 루돌프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큰 맘 먹고 밤을 지새운 것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루돌프는 생각보단 나이 들고 지쳐 보였고(그도 그럴 것이 루돌프가 사람들에게 처음 알려진 게 벌써 1939년도의 일이다.) 그보단 중간 어디쯤에서 썰매를 끄는 한 사슴이 너무나 멋진 것이 아닌가! 자신감으로 넘치지는 않지만 감출 수 없는 우아한 걸음걸이와 여러모로 썰매 끄는 사슴다운 용모에 소녀는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후 매해 크리스마스에 소녀는 그 사슴을 몰래 지켜보았다. 그런데 항상 마음 한구석 안타까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소녀가 사랑하는 사슴의 표정이 너무 우울하다는 점이었다. 창문으로 잠시 훔쳐보는 것이 전부였던 소녀는 사슴의 사정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소녀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일 년 내내 틈틈이 왜일까 생각해보곤 했다. 어리지만 생각이 굉장히 많았던 소녀는 고민 끝에 이런 결론에 다다른다. '아마 저 사슴은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 걸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감이 없어 보일 수가 없지. 저렇게나 멋진데.' 어느덧 소녀는 훌쩍 커버렸고 우연한 기회에 그녀를 만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다. 그녀는 이제 어른이 되어 더는 썰매 끄는 사슴들과 산타를 볼 수 없지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이 사슴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아직도 매년 크리스마스 밤에 하늘을 보며 '너는 정말 멋진 사슴이야. 제발 기운을 내줘!' 라고 마음속으로 말한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생각했다. 루돌프의 이야기도 노래로 널리 퍼졌으니 그 이름 모를 사슴의 이야기도 노래로 만들면 사람들 사이에 전해져 언젠가 사슴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매우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나 노래를 만드는 재주는 없는 그녀를 대신해 캐롤을 만들기로 했다. 그 노래가 바로 [DEAR DEER]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