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말 쓰면 찢어 버릴 거예요.", 'PIGIBIT5' 의 [Mr. MUNBA] 발매
'피기비츠'의 리더 박열에게 '앨범 소개 글에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말은 뭐냐'고 묻자 그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이 밴드에 대해 내가 딱히 더할 말은 없다. 다만 동료 밴드들과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흔히 "과소평가되는 밴드"로 불리곤 한다. 대체 왜? 흔히 인디 밴드를 소개할 때 '청춘!', '열정적인 무대 매너', '관객과의 소통', '정력적으로 활동' 같은 말을 많이 갖다 붙이곤 한다. 피기비츠는 이 모든 것의 정반대에 서 있는 밴드이다. 청춘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나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가사 전달에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활동은 어떠한가? 수없이 생겨나는 밴드 오디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며 공연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유명해 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 심지어 앨범 제목마저도 [Mr. MUNBA]다. 문바는 대체 누구인가? 밴드의 지인일 뿐이다. 이토록 대중과 유리되고 공감대를 파괴해 가면서 피기비츠는 정말 괜찮은 음악을 오랫동안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과소평가, 아니 평가되지도 못했다.
이 앨범의 가사들은 기본적으로 한 곡당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주변의 실제 인물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쓴 이 가사들은 기본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즉, 여러분이 이 앨범을 집에서 차분히 가사를 들으면서 어머, 내 이야기 같아! 라면서 상념에 젖을 수 있는 종류의 가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분 대부분과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들이니까. 다행히도 그 가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보컬은 악기일뿐이다. 몇몇 사람들은 피기비츠에 대해 '다 괜찮은데, 한국에선 먹히지 않을 거야.'라며 대신 걱정을 해 주곤 한다. 그 말이 진실일지 아닐지는 나야 모르는 일이지만, 이런 말을 듣는 이유는 '피기비츠'가 팝 밴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팝은 대중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고, 피기비츠 역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밴드다. '피기비츠'는 정말 대중적이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팝음악을 한다. 누구나 들으면 한 번에 좋아할 만한 곡들로 가득 차 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밴드의 취향이 그렇다. 앨범 커버까지 벨 앤 세바스챤의 커버를 그대로 베껴다가 썼다. 사실 피기비츠의 음악에 대해서 소개할 수 있는 말은 한 마디 밖에 없다. 벨 앤 세바스챤과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좋아하는 사람이 벨 앤 세바스챤 같은 걸 오타쿠 감성으로 만들었다고. 그 외의 것들은 다 쓸데없는 기우일 뿐이고 지금 이 글조차 쓸데없는 글이다. 멤버들이 어쩌구 저쩌구 어떻게 밴드를 만들었고 하는 것들이 무슨 필요가 있나? 일단 들어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