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컨셉트 앨범 [콜라보 씨의 일일]
4년만에 발표하는 사려깊은 음악가 '김목인'의 정규3집
'김목인'은 음악가다. 그는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2006년 [리틀 팡파레]를 발표했고,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2011년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 2013년 2집 [한다발의 시선]을 발표해 동료 음악가들의 감탄 섞인 동감을 자아내었다. 덕분에 ‘음악가의 음악가’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과장하지 않아도 적당히 입담이 좋은 그의 노래는 사소해 보이는 소재를 비범한 관점으로 다룸으로써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아왔다.
4년 만에 발표하는 '김목인'의 정규 3집 [콜라보 씨의 일일]은 소설처럼 구성된 컨셉트 앨범이다. 그에게는 원래 모음곡으로 구상하는 버릇이 있었다. 예를 들어 1집의 “뮤즈가 다녀가다”와 2집의 “그게 다 외로워서래”, 일렉트릭 뮤즈 5주년 컴필레이션의 “시란 말이야”는 하나의 뮤지컬을 생각하며 만든 곡들이다. 11곡으로 구성된 [콜라보 씨의 일일]은 콜라보 씨가 하루 동안 시대의 공기를 타고 배회하는 블랙코미디이다. 하지만 콜라보 씨가 옷을 입고 외출을 결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좀처럼 집을 나서지 않고 계속 모습을 바꾸기만 했다. “콜라보 씨가 비로소 야외로 나온 것은 2년 전 신촌을 걷고 있을 때였다. 문득 ‘배회하는 남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다양한 풍경을 배치하기 좋은 틀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내가 시내를 배회하며 보는 이런저런 풍경들을 노트에 모았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보험 안내를 받는 사람들, 갑자기 사라진 집터의 대형 크레인, 기괴한 간판들.”
[콜라보 씨의 일일]은 ‘배회하는 주인공’이 등장했던 소설, '구보 씨의 일일'이나 '율리시즈' 등에서 영감을 받은 앨범이기도 하다. 평범한 외출에 시대의 징후를 담아냈던 이 작품들처럼 [콜라보 씨의 일일]은 개인의 울적한 자화상을 넘어 시대의 공기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콜라보 씨’란 이름 역시 이러한 맥락을 담고 있다. “이 즈음 떠오른 것이 ‘콜라보 씨’라는 이름이었다. 내 주위 어디에서나 콜라보 작업을 홍보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트의 콜라보 상품들까지 있는 것을 보며 이것이 어느 정도 시대의 징후를 드러내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나는 어떤 콜라보레이션은 오히려 손해라는 의미의 짓궂은 공식 하나를 생각해냈다. α X 0 = 0. 정신없기만 하고 뭔가 허전한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3집 [콜라보 씨의 일일]에는 1, 2집 활동을 통해 만난 동료 음악가가 도움을 주었다. 오형석(드럼, 텔레플라이), 이동준(베이스,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 고진수(피아노, 로켓트 아가씨), 홍갑(기타, 싱어송라이터)은 마치 한 밴드처럼 편곡부터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함께 모여 합주를 하며 예전의 호텔들에서 연주하던 콤보 밴드처럼 연주를 해보자 했다. 장르와 스타일을 구현하되 정통적이지는 않은, 주문이 들어오면 능숙하게 히트 넘버를 연주해내는 밴드. '김목인'의 악보는 동료들의 손끝을 통해 재즈에서 포크, 모던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그리고 이랑, 강예진(투스토리), 이호석, 시와, 김지원(빌리카터), 이현준(빌리카터), 이성배(오! 부라더스) 등 여러 동료들이 연주와 목소리로 참여했다.
앨범은 6-70년대 재즈 연주자들이 영화음악을 맡던 시절의 사운드를 가볍게 담은 "콜라보 씨의 외출"로 시작한다. 한숨처럼 집을 나서던 주인공은 ‘현실은 궁색해도 정신만은 한없이 고고한’ “댄디”로 변한다. 그는 우체국에서 “계약서”를 보내고, “지하보도”를 건너 “인터뷰” 장소로 간다. “인터뷰”는 2개의 노래를 포개어 만든 곡이다. 여러 동료 음악가가 함께 코러스 파트를 불렀다. 바쁜 일정 속에서 곡을 쓰던 당시의 심정이 코러스가 된 “걷다 보니”를 지나면 이랑이 코러스로 참여한 “파시스트 테스트”가 발랄하게 비수 같은 농담을 건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깨어있는 음악”을 발견한 뒤에는 우연한 “만남”이 이어진다. 앨범의 곡 중 유일하게 누군가를 만나는 이 곡은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근처에서 커피까지 한 잔 하게 되는 그런 만남’을 그린다. 앨런 긴즈버그의 시 ‘캘리포니아의 슈퍼마켓’의 패러디인 “마트 오디세이”를 지나 마지막 곡 “SNS”가 흘러나온다. 이 곡은 2015년, 2016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는 않았던 사람들. 이 곡은 지독한 유머와 덤덤함을 유지하다 슬픔을 드러내며 끝난다. 가장 마지막에 쓴 곡이기도 하다.
“몇몇 곡들은 녹번과 을지로의 호텔에 하루씩 묵으며 썼다. 나를 따라다니던 그림자를 혼자 들여다보며 그 곡들의 가사들을 쓸 수 있었다. 나는 이 곡들을 쓰며 주인공과 나의 배회가 왜 그리 산뜻할 수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먼 발치에서 겪었던 주위의 죽음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 등장하는 SNS라는 곡을 마지막에 놓기로 했다. 콜라보 씨의 이야기가 내내 ‘블랙코미디’의 톤을 띠고 있는 것이 그가 슬픔을 참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앨범을 작업하고 나면 전작에서도 겪었던 과정들이 떠오른다. 가장 먼저 매력적이면서도 의미를 모를 이미지가 작업을 시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100%를 완성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그 5-6곡들을 관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나서야 비로소 나머지 곡들을 완성할 축을 찾게 된다. 그런 면에서 왜 많은 창작자들이 작업을 경험이자 탐구라고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하루 일을 마치고 기타를 치고 있던 초기의 콜라보 씨는 마치 우주왕복선을 궤도에 올려놓고 버려지는 추진체처럼 이 앨범에 담겨있지 않다. 이 앨범은 2013년-2016년 나와 주변을 감싸고 있던 미묘한 정서가 무엇인지 내 나름대로 탐구한 작품이자 내 무의식이 짙게 반영된 앨범이다.”
(이 앨범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대중음악 제작 프로모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