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나는 경쟁자가 없어 홀로 이 스탠스를 지켜
"나는 경쟁자가 없어 홀로 이 스탠스를 지켜 / 계속 혼자 이러는 것도 나 가끔은 지겨워 / 내겐 경쟁자가 없어 진짜로 외로울 지경 /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그래 어디 한번 낙인 찍어봐"(Studio Gangstas 中) 이 말은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 지금 이른바 (한)'국힙'(합)이라 불리는 씬 안에서 '제리케이'처럼 랩을 하는 래퍼는 없다. 단순히 라임이나 스킬 같은 얘기가 아니다. '제리케이'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한 사회 속에서 살아오며 느낀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철학을 가사로 풀어냈다. 생각해보건대, 그게 내가 처음 힙합을 들을 때 떠올렸던 엠씨의 모습이었다.
'메익센스'와 함께했던 로퀜스로, 또 자신의 첫 EP [일갈]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제리케이는 늘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줘 왔다. '정치적'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나 흔하게 쓰이지만 또 그만큼 왜곡되게 쓰이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정치가 동떨어져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제리케이가 별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리케이는 눈치 보지 않고 사회의 이슈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소신을 발언해왔다. 정치적인 태도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정도였지만 그는 개인과 사회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그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우민정책", "시국선언", "Stay Strong" 등 그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노래해 왔다. 올해 나온 네 번째 앨범 [감정노동]에서도 그의 시선과 문제의식은 여전했다. "콜센터"로 대변되는 감정노동을 비롯해 여성혐오 등 한국 사회에 만연해있는 문제들에 대해 노래했다. 점차 진지함이 이상하게 여겨지고 오히려 놀림의 대상으로까지 돼가는 세상에서 '제리케이'란 래퍼는 그래서 더 특별하고 소중하다.
온스테이지 영상은 '제리케이'의 음악과 닮아있다.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단순한 듯하지만 우직하게 래퍼에게 집중한다. '제리케이'의 동작 하나, 손짓 하나를 쫓으며 제리케이가 토해내는 수많은 일갈을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140자 제한이 있는 트위터의 포맷을 빌려 각 버스(verse)의 가사를 140자 이내로 쓴 "MicTwitter"와 '던말릭', '슬릭'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No Role Models", '쇼미더머니'로 대표되는, 오직 이름 알리기에만 몰두하는 래퍼들을 비판하는 "Studio Gangstas"까지, [감정노동]의 주요 곡들이 온스테이지에 담겼다. "Studio Gangstas"를 시작하기 전 제리케이는 말한다. "돈 얘기 말고 할 얘기 없다는 래퍼들하고는 난 진짜 할 얘기 없어". 그리곤 랩을 시작한다. "나는 경쟁자가 없어 홀로 이 스탠스를 지켜 / 계속 혼자 이러는 것도 나 가끔은 지겨워 / 내겐 경쟁자가 없어 진짜로 외로울 지경 / 그래도 어쩔 수 없어 그래 어디 한번 낙인 찍어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