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전속력으로 돌아온 슈퍼밴드!
EOS(이오스)를 기억한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어떤 주말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 그들은 빨간 트럭 위에 올라타 번쩍이는 무대 효과와 함께 연주를 했다. 뭔가 모르게 기묘한 분위기. 근데 사운드는 그보다 더 강렬했다. 테크노라고 포장된 거친 전자음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한 가운데, 그 속에서 보컬은 물고기처럼 리듬을 타며 무표정한 표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의외의 깔끔한 톤으로 말이다. 뭐랄까? 남들은 모두 다 현재에 있는데, 그들만 미래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보컬이었던 김형중은 솔로 가수로 거듭났고, 다른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묻혀가던 EOS가 다시 돌아왔다. 올해로 무려 데뷔 25주년이다. 비록 25년 전에 비해 멤버도 바뀌고 음악 스타일도 달라졌지만, 단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 누구보다 앞서가는 음악을 한다는 것. EOS는 언제나 우리보다 미래에 살고 있었다.
올해 초 EOS가 데뷔 25주년 맞아 EP [25]를 내놓았다. 1993년에 발표한 1집[꿈, 환상, 그리고 착각]이 개성은 있었지만 '테크노'로 포장된 자본집약적 결과물이었다면, 이번 EP는 뮤지션 중심의 인디 창작물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모금해 제작비를 마련했으며, 홍보부터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멤버들이 직접 발로 뛰었다. 격세지감이지만, 여느 젊은 밴드 못지않은 열정과 에너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EP를 듣다 보면 음악을 만든 사람들이 정말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즐겁지 않다면 그렇게 고된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보컬 김형중은 EOS의 새로운 출발을 고대했던 만큼이나 여전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새로 합류한 거물 2인조는 그 이름값만큼이나 탁월한 결과물을 창조해냈다. 그 한 명이 코나와 W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일렉트로닉 마스터 배영준이며, 또 다른 한 명은 이승환 신승훈 밴드 등의 마스터인 기타리스트 조삼희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3인조가 25년을 함께 해온 듯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 온스테이지 무대 현장으로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듣는 이의 마음에 전속력으로 부딪혀오는 첫 곡 '전속력의 발라드'는 과거 EOS와 현재 EOS가 어떻게 다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과거 EOS 음악이 장르라고 하기엔 조금은 애매한 '테크노'에 기반을 뒀다면, 이번엔 그보다 록 밴드다운 모습이 도드라진다. 정확하게는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록 밴드라고 하는 것이 보다 어울리겠다. 그리고 더욱 댄서블해지고 구조는 단단해졌다. 특히 이 곡은 조삼희의 에너지 넘치는 기타 플레이가 아주 매력적인데,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처럼 사운드를 가득 채우거나 혹은 디 에지(The Edge)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커팅 플레이로 사운드의 층을 촘촘히 쌓아올리는 초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또한 이런 가공할만한 사운드를 뚫고 정확하게 전달되는 김형중의 목소리는 그가 왜 좋은 보컬인지 충분히 증명해낸다.
두 번째 곡은 '연금술사'로 잔잔히 전해져오는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서도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연출해내는 김형중의 보컬과 배영준이 쓴 개성 있는 노랫말은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또한 W에서는 기타를 치지만 EOS에서는 베이스를 선택한 배영준의 연주는 단순한 듯하지만 아주 견고해서 곡의 뿌리를 흔들리지 않게 해준다. 세 번째 '야광 고양이'는 목소리를 변조시키는 토킹 모듈레이터를 오랜만에 만날 수 있는 곡으로, 드럼이 주도하는 빅 비트 리듬에 절로 몸을 흔들게 만드는 킬링 트랙이다. 마치 전성기 시절 디페쉬 모드(Depeche Mode)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분위기도 일품이며, 최근 록밴드들의 곡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렬한 기타 솔로 연주도 곡의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이끌고 올라간다.
균형감. 이번 앨범 [25]에서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바로 균형감이었다. W의 김상훈이 맡은 레코딩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특히 보컬과 사운드가 각자 자기만을 앞세운 것이 아닌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황금비율을 보여줬다는 점이 매우 훌륭하다. 아마 W&Whale, W&Jas 등을 성공시킨 배영준만의 기술과 당대의 보컬리스트들과 함께 활동을 해온 조삼희의 역량이 결집된 결과일 것이다. 거기에 EOS 음악의 모든 중심을 잡고 있는 김형중의 목소리까지. 앞으로 이런 멋진 조합은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될 정도로 완벽한 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조합이 발휘하는 멋짐은 이번 온스테이지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다. 무대를 보고 나니 또 한 번 기대가 된다. 당연하다. 언제나 우리의 예상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미래의 음악을 보여준 것이 바로 EOS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