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화 분석가 - 후안 리 (Juan Lee)
[Vardan Ovsepian x HEO - Tomorrow Is Yesterday]
아르메니아 출신으로서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Vardan Ovsepian과 한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허준혁 (aka HEO), 이렇게 서로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뮤지션은 첼리스트 지박의 [DMZ] 공연 세션으로 서로 만나게 되었다.
[DMZ] 세션 후 이렇게 끝내는 게 아쉬웠는지 Vardan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HEO에게 즉석에서 듀오 앨범 제작을 제의하였고, 두 뮤지션은 신사동의 [이레 스튜디오]에 모여 어떠한 음악적인 약속이나 계획도 세우지 않고 즉흥적으로 녹음을 진행하였다.
이 날 녹음된 분량은 2시간이 훌쩍 넘는다고 하며, 이 앨범은 그중에서 완성도 있게 녹음된 트랙들을 50분 정도로 선별한 뒤, 어떠한 후반 더빙과 편집, 가공 없이 사운드 믹스만 거쳐 10곡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 앨범은 듣기에 따라 컨템퍼러리 재즈, 일렉트로-어쿠스틱 혹은 즉흥 음악을 담은 실험적 앨범일 수도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컨템퍼러리 재즈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지만, 반복해서 들을수록, 오디오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진 환경에서 들을수록 겹겹이 쌓여있는 소리들이 정체를 슬며시 드러내며 감상의 재미를 주는 앨범이다.
스튜디오 라이브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중간중간 슬쩍 들을 수 있는 Vardan의 습관성 흥얼거림도 놓치지 마시길.
실험적인 즉흥 연주 컨셉임에도 Vardan의 피아노는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으며, HEO의 연주는 흔히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패턴의 반복이나 노이즈 위주의 사운드는 지양하고 배음 (Harmonics) 컨트롤과 이펙팅, 그리고 실시간 샘플링을 이용하여 전체적인 음악에 풍성한 텍스처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연주 방식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침범하지 않으면서, 콜라보레이션에 집착하여 오버하는 괴작이 되는 것을 막아 결과적으로 훌륭한 감상용 음악을 만들어 내었다.
앨범의 타이틀인 [Tomorrow Is Yesterday]는 테크닉에만 함몰되지 않고 음악 본연의 유산을 소중히 활용하여 재즈와 일렉트로닉의 미래를 내다보게 만드는 이들의 음악을 잘 대변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