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면 생각나는 그 노래
1. 엄살
몇 해 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아.
최저 기온이 영하 14도 정도 되는 강추위가 계속되던 날들 중 한 밤,
너무 너무나 추워서 몸서리를 치며 일어났어.
나 정말로 추위를 많이 타는 거 알잖아?
내복은 기본이며 장갑, 목도리, 귀마개, 마스크 등
가능한 한 모든 방한구를 착용하고 다니면서도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울상이 되곤 한단 말이지.
침대에 일어나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다 보니,
덩치는 큰 게 엄살도 심하다며 개복치니 뭐니 하며
깔깔대던 너의 얼굴이 생각났어.
근데,
오늘은 정말로 정말로 춥단 말야.
2. 온기가 남았네
뼛속까지 추워진 겨울의 시작 즈음, 무심코 꺼내 입은 옷장 속의 네이비색 점퍼.
뭐가 그리 신기했을까 한참을 뒤척거렸고, 옷은 말없이 온기만 뿜어냈다.
옷정리가 쉽지 않았던 게으른 나는,
100미터를 후다닥 뛰어나가듯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시간이 미웠고,
쉴 새 없이 차가워만 지는 요 며칠의 기온 만큼이나 빠르게 식어버린 우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유독 여러 가지 일을 벌이고 살아왔었나 보다.
니트 몇 벌과 더불어 옷걸이를 차지하는 것들.
너의 온기가 남아있는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치고 사람들을 만나러 나간다.
비로소 모든 게 천천히 제 위치로 돌아오고 있다.
억지로 낭만을 찾지 않기로 다짐했다.
세상은 가열차게 변하고 있는데, 전체의 소용돌이 안에서 우린 행복만을 좇았다.
어쩌면 가차 없지만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