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몰라 [신탄진]
온갖 잡동사니들을 가방에 구겨 넣고 차에 실었다.
서울로 향하는 경부선에 진입한 게 아침이었건만.
삭막할 정도로 휑하면서도 아찔하게 아름다운 평면.
몇 대의 차들이 그 위를 주구장창 내달리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피어오르고 또 잦아드는 이상을 마주하느라 얼마나 달려왔는지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백 킬로 남짓에서 위아래로 흔들리는 계기판 눈금과
먼발치 앞의 흰 선만을 번갈아보며 쳐다보던 시야에 익숙한 푯말이 하나 들어왔고,
그건 곧 집에 거의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하루 종일 온몸에 붙어있던 긴장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오가던 숱한 감정들도 브레이크 잡듯 빠른 속도로 멈췄고,
꽉 닫힌 차 유리창을 굳이 헤집고 들어오던 소음들조차 고요하게 들렸다.
숨을 크게 내뱉으니 이윽고 호흡이 편안해졌다.
통행길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곳에 다다라서야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생겨났다.
그것이 어떤 내일일지는 몰랐으나 분명 손의 땀은 멎어있었다.
어느덧 새벽을 향하는 시간,
세상이 멈춰있을 즈음 그렇게 막 신탄진을 지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