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립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수능시험을 본 다음날이었다. 친구와 함께 유원지에 갔다. 우리가 여덟 살 때 처음 문을 열었던 유원지. 셔터를 내린 매점을 지나, 우뚝 멈춰 서 있는 관람차를 지나, 부딪쳤던 그대로 멈춘 범퍼카를 지났다. 회전목마에 다가갔다. 움직이지도 반짝거리지도 않는 회전목마에 앉았다. 이 유원지는 정말 망했나봐. 친구가 말했다. 나는 수능을 정말 망쳤나봐. 내가 말했다. 우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오늘 여기는 우리 집 같아. 두 팔을 번쩍 들며 친구가 외쳤다. 그래, 오늘은 너네집이다. 나도 두 팔을 번쩍 들며 외쳤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노래를 재생했다. 친구와 함께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폐장한 유원지 속에 우리는 아직 멈춰 있다. 멈춰 있던 범퍼카를 두 손으로 밀던 자세 그대로 어정쩡한 채. 눈이 덮혀 있지 않은 눈썰매장에서 가방을 대신 타고 내려오던 자세 그대로 아무렇게나. 우리 곁을 나는 지금 차례차례 지나간다. 회전목마에 다가간다. 노래를 듣고 있던 우리의 뒤에 가서 앉는다. 귀를 기울인다. 십년 전의 우리가 듣던 노래를 함께 듣는다. 십년 후의 나도 이 자리를 찾아온다. 그때에도 망쳤나봐 하고 피식 웃을까. 그때에도 같이 노래를 듣고 있을까. 먼 미래의 내가 찾아와 또 다른 회전목마에 앉는다. 회전목마가 조금씩 전진한다. 이아립의 노래가 회전목마를 한 바퀴 돈다. 지나간 날들에 온기가 돈다.
소설가 / 시인 임솔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