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자기 치유의 기록... '차은주' 6년만의 새 앨범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모던 포크, 소울, 가스펠 아우른 역작
슬픈 마음도 기쁜 마음도 막아버렸죠 / 적막한 마음이 더 편안하다며 (다시 위로)” “아물기를, 멈추기를, 다시 보기를 / 상처가, 고통이, 잊었던 눈빛으로 (기도)” “아무 힘없이 바람에 펄럭거렸고 / 버려진 듯이 웅크리고 떨었었지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가수 차은주가 상실의 긴 터널을 지나 자기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새 앨범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번 4집 앨범은 지난 2008년 3집 [Smile in your eyes] 이후 6년만이며,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모던 포크와 소울, 가스펠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색깔의 작품이다.
고급스런 팝 사운드를 보여줬던 1,2집과 팝재즈 색채가 짙었던 3집에 비해 이번 앨범은 상당히 강하고 역동적이다. 부드러운 저음에서부터 거침없이 뻗어가는 고음까지 넓은 음역을 자랑하는 차은주는 이번 앨범에서 몽환적이면서 현대적인 록 사운드 위로 파워 넘치는 샤우팅을 곳곳에서 들려준다. 이번 앨범은 6년이라는 긴 시차뿐 아니라 음악적 색깔에서도 이전 작품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차은주 음악 인생의 2막1장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곡의 가사는 1곡을 제외한 전곡을 차은주가 직접 썼으며, 상실과 고통의 개인적 기억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한때 가장 주목받는 여자 가수였던 차은주는 긴 음악적 침체기를 거치면서 많은 좌절과 실의의 순간을 겪었다. 이번 앨범은 그 고통의 지점들을 용기있게 직시하고, 음악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 세상으로 걸어 나가려는 차은주의 자기 치유와 다짐의 기록들이다. 그러므로 이번 앨범은 단순한 음악 작품이기 이전에, 한 뮤지션이 음악적 자아를 지키기 위해 시련과 싸우고 화해해온 날 것의 흔적들이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은 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가 맡았다. 오정수는 실험적이고 진보적 사운드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 한국 재즈계의 대표 뮤지션이다. 앨범의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다시 위로’는 차은주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의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다. ‘슬픈 마음도 기쁜 마음도 막아버렸죠’라며 그가 견뎌온 고통의 두께를,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빛을 향해, 다시 위로’라며 힘겨운 상승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던 록 스타일의 이 곡은 도입부의 피아노 리버스와 먹먹하게 필터링된 사운드로 깊은 물밑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시각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정원영이 이번 앨범을 위해 선물한 "비가 내린다"는 시적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담담하고 관조적 분위기의 곡이 후반에 차은주의 샤우팅이 터져나오면서 극적으로 반전된다. 1분30초 가량 이어지는 폭발적 샤우팅은 차은주 보컬의 숨은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은 강력한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들려주며 이번 앨범의 지배적 색깔을 말해준다. 상처 입은 자아가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어느 순간을 절규하듯 노래하고 있다. 경건하고 종교적 느낌의 연가 "눈부신 아침" 은 상실의 밤을 지나 축복처럼 맞는 아름다운 사랑의 아침을 모던 록 스타일로 전해준다.
"나 이렇게" 는 차은주가 작사뿐 아니라 직접 작곡까지 한 매력적인 발라드 넘버다. 토해내듯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는 이 곡에서 차은주는 넓은 음역을 오르내리며 본인 보컬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차은주는 이 외에도 이번 앨범에서 "우리" "별" 등 모두 5곡을 직접 작곡해 그가 가수 이전에 뛰어난 싱어송라이터임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브라스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아직도 그래도’와 ‘사랑길’은 전통적 소울 사운드를 들려주며, 이번 앨범에서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이 특별히 참여한 ‘잔상’은 악기 구성이 단출하지만 감정의 진폭은 무척 크다. 전제덕의 영롱한 하모니카 소리가 슬픔의 공간을 더욱 크고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싱글로 선공개했던 ‘기도’는 새로운 믹싱 버전으로 수록했으며, 세상의 눈물을 닦아주는 한 장의 손수건 같은 차은주의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지치고 힘든 날들을 견디고 있는 동시대의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이 노래’는 강렬한 얼터너티브 록 사운드를 또 한번 들려주며, 앨범의 정체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상처끼리 서로를 조용히 보듬는 ‘우리’는 경건한 슬픔과 따뜻한 위로를 동시에 전해준다. 마지막 트랙 ‘별’에선 피아노와 보컬이 조용히 대화하듯 사랑의 기억을 풀어놓으며 앨범의 문을 닫고 있다. 상처와 아픔의 자리에 떠오른 별들이 고즈넉하고 더없이 아름답다.
'차은주' 는 화제의 재즈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 출신이며, 1998년과 2002년에 발표한 솔로 1,2집은 당시 트렌드를 앞서간 세련된 사운드로 음악 매니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가수 김현철과 듀엣으로 부른 "그대니까요"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