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hogany King [Memorandum] 코스모스를 품은 몬스터! 30대의 이별, 사랑, 권태, 희망에 대한 메모!
괴짜들이 돌아왔다. 펄떡 펄떡 날것의 소울과 우아하고 가녀린 코스모스를 가슴에 품고 2년만에 복귀한다. '마호가니 킹'은 이말씨 문득 아라 제이신 으로 구성된 4인조 혼성 보컬 팀이자 프로듀싱 팀으로 보기 드문 괴짜들이다. '숭숭가무단'이라는 다원예술 집단의 구성원으로 현대 무용을 하기도 하고 시집을 무용 작품이라고 발매하기도 하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랄까? 1집의 타이틀 "Breakdown", 절규하는 "눈이 예쁘게", 김광석 트리뷰트 명불허전 수록 곡 "먼지가 되어"는 이들을 잘 몰라도 입소문으로 리스너들 사이에 아직도 떠돌고 있는 막강 추천 곡들이다. 우선, 이들이 가을에 어울린다 주장하는 [Memorandum] 은 100% 홈 메이드 앨범이다.그 내용물을 들여다보니, 분명 소스들이 러프하고 빈티지한 것이 집에서 막 만들었다는 말에 믿음 (?)이 가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노는 듯한 보컬은 이들이 집에서 뭘 하고 사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단 앨범의 모든 곡이 좋다. 1집 보다 확연히 서정적이고 유려해진 멜로디 라인과 성숙한 보컬의 힘은 전작 "Breakdown" 같은 합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진한 소울부터 격정적인 팝까지 마호가니 킹만의 화법으로 채색된 [Memorandum] 은 '30대 아이들' 이라 주장하는 이들의 쓸쓸하면서도 천진난만한 감성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Passengers" 는 예상치 못했던 트랙이다. 씬스 사운드에 일렉트로닉한 소울 곡으로 이들이 하기에 너무 아이돌스럽지 않나 싶을 정도의 세끈한 곡이다. 사비 브릿지 코러스와 기타 리프는 간지가 작살이다. 이어지는 "About me, Jay" 는 30대 직장인들의 숨 가쁜 일상을 그린 곡으로 가사의 내용을 따라가는 재기발랄한 편곡이 인상적이다. 빈티지한 블루스로 시작해서 힙합스러운 브릿지를 지나 락킹한 절정에 도달한다. 중간 중간 멤버들의 숨 넘어 가는 소리나 제이신의 랩 (?)이 참 귀엽다.
"사랑 꽃"은 이 음반의 가장 대중적인 곡이자 격정적인 팝 곡이다.제이신의 숨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노래에 몰입되어 곡이 끝날 때까지 다른 생각은 할 수 없게끔 만드는 곡이다. 이어지는 "Five minutes" 와 "바다의 노래"는 별나라에서 온 것 같은 노래들이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과 외로움을 노래한 "Five minutes" 는 언뜻 난해하지만 심플한 진행으로 진한 소울 감을 들려준다. 바이킹의 전투를 모티브로 했다는 "바다의 노래"는 재미난 보컬 스타일을 보여준다. 심각하게 미친 듯이, 짜증난 듯 개구지게 줄다리기하는 애드립이 일품이다.
"매일 안녕"은 사랑 꽃과 함께 눈에 띄는 대중적인 곡이다. 오래된 연인의 권태기에 대한 가사는 30대의 진솔함이 느껴지고 곡 역시 가사와 함께 흘러간다. 이 곡에서 '아라'는 Eva Cassidy의 그것처럼 강인하고 그루브 하면서도 투박한 서정미가 살아있는 발군의 보컬을 들려준다. 제이신 역시 달달하고 유연한 보컬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듀엣 곡의 클래식을 완성했다. (한가지, 이절 사비에 악기들이 뭉쳐져서 잘 들리지 않는 것이 너무 너무 아쉽다.) 다음 곡 "아름다워라"는 홍일점 아라의 솔로 곡으로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보컬이 아름다운 곡이다. 특히 코스모스를 연상케 하는 우아한 멜로디는 이번 앨범에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마지막 곡 "Hey Miss DJ" 역시 예상치 못한 곡이다. 어찌 보면 가장 대중적이고 신나는 소울 댄스곡으로 적당한 긴장감과 심플한 사비 코러스의 대비로 촌스럽지 않은 그들만의 댄스곡 (?)을 만들어냈다.
마호가니 킹의 음악은 묘한 지점에 서 있다. 이도저도 아니지만 무엇보다 진한 공간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 땅에서 30대에도 뮤지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보통 지난한 일이 아닐 진데 때 묻지 않은 음악을 하고 있음에 칭찬을 더 해주고 싶다. 뮤지션에게 음악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이 없다는 건 굉장한 칭찬일 것이다. 이들의 음악이 아예 새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국내 RnB, Soul 씬 에선 굉장히 유별난 색깔임엔 틀림없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보컬 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컬의 노래 실력인데 이들은 노래를 상당히, 드물게 잘한다. RnB, soul 장르를 하면서 네 명의 보컬 중 트렌디한 보컬이 없다는 것도 드문 일이며 기존의 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유별난 색깔과 훌륭한 보컬이 재미지게 놀다, 아주 흥미로운 음반을 만들어냈다. 제멋대로이지만 지극히 대중적이고, 자로 잰 듯한 정교함은 없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자유로운 소울의 정취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올 10월, 상상하지 못했던 30대 농익은 아이들의(?) 코스모스 같은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되셨는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