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편적 ‘오늘’을 살고 있다.
오후 4시에 불이 켜지고 새벽 5시면 꺼지도록 타이머가 설정된 또 다른 나의 작업실, 거실 큰 책상.
요즘 들어 스스로 정해 놓은 건강의 안전선 ‘새벽 5시’를 넘기는 날이 잦아졌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다 보면 ‘탁’ 하는 타이머 소리와 함께 암흑 속에 갇힌다.
그럴 때면 아프리카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울지 못하는 기린’을 상상하곤 했다.
내가 느끼는 설렘은 어떤 게 있을까?
아침에 일어나 청소기를 돌린 후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
기타 연주자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하다 간주 4마디째의 ‘레’ 음이 너무 멋지게 들렸던 순간.
녹음이 끝난 후 엔지니어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긴 침묵 속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들.
단 하루 사이에도 단편적인 많은 설렘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을 마무리 지었던 파일 이름 ‘today_20191031.mp3’
딱딱한 바닥에 가만히 누워, 너와 닿았던 수많은 날들을 떠올려 보았다.
처음으로 네 손을 잡던 날, 시간이 멈춘 것 같이 설렜던 순간.
처음 입을 맞추었을 땐 내 심장의 박동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득하고 먼, 고요의 세계로 떨어졌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머무름. 모든 일이 잘 될 것만 같았던 너와 닿은 모든 순간들.
그 순간이 바로 지금 이었으면.
도시의 소음이 유독 심하게 들리는 새벽 4시, 피곤에 찌든 회색의 내가 있다.
오늘 같은 날이면 떠나자. 속도를 높이지 말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서둘러 배낭을 꾸려 푸른 숲과 바다, 지금의 계절을 가득 담은 곳으로 떠나자.
그리고 너와 손을 잡고 걸으면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다 잘 될 거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