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팝 발라드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상기시키다
'이영훈' [다 너 때문이야]
그리 길지 않은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통틀어 볼 때 '발라드' 만큼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음악의 스타일이 또 있을까.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성행하며 특유의 애틋한 서정미로 청자들의 감성을 흠뻑 적신 소위 '한국식 팝 발라드'는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긴 시간 명맥을 이어오면서 한국 대중음악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축의 하나로 자리해왔다. 70년대 생인 필자에게 '한국식 팝 발라드'라는 용어는 유독 특정한 음악가, 노래들을 진하게 연상시키는데 주로 '이문세'가 불렀던 故'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 그리고 역시 이제는 고인이 된 음유시인 '유재하'가 생전에 남긴 단 한 장의 음반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잔잔하고 절제된 서정미가 인상적이었던 '토이' 특유의 발라드 넘버들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영훈'은 데뷔 이래 지금까지 꾸준하게 좋은 발라드를 불러온 싱어송라이터다. 특유의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와 함께 느릿한 호흡으로 차분히 부르는, 왠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 일상의 감각이 배어있는 노랫말이 '이영훈' 발라드의 특징적인 면이다. 애써 포장하지 않은 솔직한 마음의 독백은 되려 더 큰 공감을 만들고 느릿한 호흡 속 넉넉한 여백은 청자 개개인의 추억이나 상상이 스며들 자리를 슬며시 내어준다. 그의 노래는 그렇게 자연스레 청자 각자에게 개인화된다. '이영훈'의 노래에 자기 자신을 비추게 된다.
"다 너 때문이야"는 그가 부른 많은 발라드들 중에서도 유독 고전적인 서정미가 도드라지는 곡이다. 전주를 비롯해 곡의 요소요소에서 애잔하게 피어올라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플룻과 클라리넷, 피아노의 회화적 선율이 이 곡의 백미인데 이 순수하고 애틋한 정서는 앞서 언급했던 주옥 같은 한국식 팝 발라드 명곡들의 그것과 참으로 닮아있다. '이영훈'의 노래 속 화자인 '나'는 종종 소심하고 용기가 없다. 또 나는, 나의 일상은 '너'의 존재로 인해 매번 흔들리곤 한다. 이 노래 속 '나' 역시 마찬가지. 솔직한 연심을 전할 용기가 없어 끝내 돌아서고 말았던 나는 그럼에도 너에 대한 생각으로 잠 못 이루고, 별거 아닌 이유에 짜증을 내고, 괜스레 우울하다. 내 일상은 온통 너로 가득하고 이건 다 '너 때문'이다. 그런 나도 언젠간 너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그 날은 과연 오게 될까.
글: 김설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