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오너라~! 우주힙쟁이의 어기어차
한량 두 놈의 오리엔탈 힙합 한 판
우주겁쟁이를 탄생시킨 건 예능이었지만, 우주겁쟁이의 성공 포인트는 웃음기 전혀 없는 록발라드였다. 뻔한 전개에 대한 예상을 비틀며 유쾌한 진지함을 선보였던 김희철과 민경훈. 이들이 다시 한 번 가던 길을 180도 뒤집는다. ‘우주힙쟁이’라는 이름으로 힙합에 도전하는 것.
앞서 발표한 ‘나비잠’과 ‘후유증’ 두 곡은 록발라드 장인 민경훈의 매력과 김희철의 놀랄만한 음악성이 더해졌다면, 이번에는 김희철이 강점을 갖는 힙합 씬에 민경훈이 인생 최초 랩에 도전했다. 힙합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자기가 직접 랩을 쓰고 랩을 뱉는다. 이름하여 MC 두두. 수준급 랩 실력을 선보여 온 김희철, 이름하여 MC 희희와 랩 파트를 대등하게 나눴다. 우주겁쟁이가 공개되기 전 김희철이 록발라드를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했던 과정이 그대로 반대가 되었다. 과연 처음으로 랩에 도전하는 민경훈이 예능이 아닌 비예능 스타일로 얼마나 완성된 랩을 보여줄지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 결과물 ‘한량'은 아주 인상적이다. MC 희희도 MC 두두도 기존 래퍼들의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의 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희철은 거침없고 당당한 자신의 강점에 더 힘을 실었고, 민경훈은 본인의 록 창법을 살리면서 독특한 스타일의 랩을 완성했다. 보컬-랩-내레이션을 과감하게 넘나드는 부분,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한량'은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힙합곡. 한량이라 손가락질 받는 두 남자 희철과 경훈이 주변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겠다고 외친다. 김희철과 민경훈은 직접 작사와 랩 메이킹에 참여할 정도로 많은 부분을 커버했다.
우주힙쟁이의 독특한 스타일이 완성도 높은 트랙으로 만들어진 데에는 함께한 뮤지션들의 힘이 컸다. 우선 랩 파트의 1/3을 소화한 비비의 유려한 랩은 희희X두두의 거친 플로우에 스타일리시함을 더했다. 프로듀서로서 곡 전체를 지휘한 딘딘의 독창성도 돋보인다. 오리엔탈 테마의 사운드와 808베이스, 무거운 힙합 비트로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들어냈다.
'딘딘X비비X희희X두두, 앞뒤가 똑같은 우릴 보고 수근수근 거릴게야. 이 조합은 뭘까?‘라는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온다. 기존의 캐릭터들을 생각하면 쉽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이 조합이 오히려 낯선 조화를 만들어 내며 곡의 가치를 만들어 냈다. 이번에도 역시, 여러모로 다르고 그 다름으로 인해 서로에게 기여하는 두 사람이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