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송창식 송북]
재즈 디바 말로, 가요의 전설을 재즈로 호출하다
최초의 송창식 헌정 앨범… 송창식 ‘우리는’에 피처링
재즈 디바 말로가 ‘가요의 전설’ 송창식을 2020년 재즈로 다시 호출했다. 말로는 ‘한국 대중 음악의 보고’인 송창식의 곡들을 재즈로 전면 탐사해,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을 내놨다. 22곡 전곡이 말로의 편곡이다. 이 앨범은 한국 최초의 송창식 헌정 앨범이며, 송창식을 재즈로 읽어낸 새로운 음악책이다. 그런 뜻에서 앨범 제목이 ‘송창식 송북’이다.
송창식의 곡들은 가요의 전형적 작법에서 벗어난, 파격적이고 독창적 것들이 많다. 그래서 자유로운 음악 형식인 재즈와 잘 맞았다. 당초 한 장의 앨범으로 기획했으나, 송창식의 방대한 음악 세계를 담기엔 한 장으로 부족했다. 결국 말로의 야심 찬 음악적 도전을 담은 더블 앨범이 됐다. 구상부터 편곡, 녹음 작업을 하는 데만 꼬박 1년 이상이 걸렸으며, 말로의 6집 ‘겨울, 그리고 봄’(2014) 이후 만 6년만의 정규작이다.
노래의 주인공 송창식은 피처링으로 참여해 앨범을 한층 빛냈다. 송창식은 자신의 대표적 연가 ‘우리는’에 목소리를 새롭게 새기며, 말로와 아름다운 보컬 앙상블을 빚었다. 가사가 한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이 곡은 송창식이 지난 1983년에 발표했다. 37년이 지난 오늘, 송창식과 말로가 함께 부른 매혹적인 듀오 곡으로 재탄생해, 음악 장르와 세대를 넘어선 한국 대중음악의 빛나는 한 순간을 보여준다.
송창식은 1986년 발표한 ’86 송창식’ 앨범 이후 공식적인 녹음을 한 적이 없다. 긴 세월의 침묵을 깨고, 녹음실에서 송창식의 목소리가 비로소 ‘봉인 해제’됐다. 송창식은 이번 앨범 제작 계획을 듣자마자 흔쾌하게 허락하고 격려했다. 후배 뮤지션인 말로와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고, 재즈에 대해 높은 식견을 보여주기도 했다.
송창식의 ‘시그니처 송’이라 할만한 ‘왜 불러’는 플라멩코와 탱고의 색깔로, ‘피리 부는 사나이’는 화려한 스윙 곡으로 파격 변신했다. 한 시대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었던 ‘고래 사냥’은 모드, 록, 블루스가 결합된 실험적 사운드로, ‘20년전쯤에’는 고즈넉한 쿠반(Cuban) 사운드로 재탄생했다. 동백의 낙화와 이별의 시정(詩情)을 담은 ‘선운사’는 잔잔한 보사노바 곡이 됐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번째 곡 ‘가나다라’는 원곡의 해학을 잘 풀어낸 7박자 곡이 됐으며, ‘밀양 머슴 아리랑’은 말로가 혼자 여러 차례 보컬 오버 더빙을 해 멋들어진 아카펠라 곡이 됐다. ‘나의 기타 이야기’는 말로와 재즈 보컬 이대원이 대화하듯 부른 경쾌한 듀오 곡이 됐다. 원곡의 포크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되, 라틴 그루브를 살짝 얹어 현재적 감각을 더했다. 인연의 슬픔을 영롱하게 그린 ‘꽃, 새, 눈물’은 말로와 피아니스트 이명건 둘만의 절묘한 호흡이 빛나는 곡이다. 원곡은 기타와 보컬만으로 녹음되어 있는데, 말로는 기타 대신 피아노를 선택했다. 앨범에서 가장 처연한 트랙이다.
말로가 한국 대중 음악의 위대한 유산을 찾아 재즈로 새롭게 해석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전통 가요를 재즈로 재해석한 ‘동백 아가씨’ 앨범이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2012년 배호의 노래를 새롭게 부른 ‘말로 싱즈 배호’를 발표했고, 이번 작업이 그 세번째다. 말로는 세계인의 음악 언어인 재즈의 한국화를 음악적 화두로 삼아왔다. 우리의 전통 멜로디가 어떻게 재즈로 변용되어 현대성을 얻을 수 있는지를 오랫동안 탐색해왔으며, 독창적 결과물들로 ‘한국적 재즈 스탠더드’의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송창식은 국민 가수이자 지식인들의 가수이기도 하다. 한국 대중 음악사에서 이 두 지위를 함께 누린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송창식은 진지한 문학성과 지적 고고함, 해학과 익살, 저잣거리의 속기(俗氣)를 마음대로 취사(取捨)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거침없는 감각의 기동성을 보여준 뮤지션은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한국 대중 음악사 좌표에 쉽게 잡히지 않는 싱어송라이터이자, 거대한 음악적 봉우리이기도 하다. 이번 말로의 ‘송창식 송북’은 그 봉우리를 오르는, 만만찮은 도전의 결과물이다.
이번 앨범은 말로와 오랫동안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말로 밴드가 함께 작업했다. 오랫동안 사전 연습을 한 후, 스튜디오 라이브 형태로 녹음했다. 그래서 연주마다 현장의 에너지와 긴장감이 넘친다. 이명건(피아노) 황이현(기타) 정영준(베이스) 이도헌(드럼) 4명의 탁월한 연주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번 앨범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말로의 편곡 의도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했다. 이들 외에도 독보적 재즈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등 다양한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해준 재주꾼 유종현, 퍼커션 연주자 김정균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음악적 힘을 보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