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03 Compilation Vol.1
“한국의 로크(Rock) 뮤직은 있었던가? 한국의 로크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음악평론가 최경식은 이렇게 도발적인 문장으로 신중현과 엽전들 1집 라이너노트를 시작한다. 비슷한 물음을 던질수 있을 것 같다
인천의 로크 뮤직은 있었던가? 인천의 로크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최경식의 물음은 결국 신중현과 엽전들 앨범이 한국의 로크 뮤직을 가능하게 할 거라는 데서 나온 것이지만, 인천의 록 음악은 현재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인천의 록 뮤직이 있었던 적이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헤비메탈이 청년의 음악으로 떠올랐던 때. 1990년대 중반까지, 대략 10년의 시간 동안 인천에서 강성의 록 음악은 부흥했다. 인천 헤비메탈의 맹주라 부를 수 있는 사하라를 중심으로 수많은 밴드가 인천에 터를 잡고 활동했다. 서울 출신의 이름난 밴드들도 인천 관교동에 연습실을 마련해 범(凡)인천 밴드처럼 활동했다. 농담 섞어 인천을 ‘한국의 L.A’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관교동에, 동인천에수많은 록 키드가 출몰했다. 당시 씬(scene)이라 부를 만한 공간과 음악가들이 있는 곳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인천뿐이었다.
1993년 5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인천 대명라이브 파크에서 열린 103일 동안의 ‘103 마라톤 콘서트’는 찬란했던 시절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인천의 밴드들을 비롯해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던 상당수의 록 밴드가 마라톤에 동참했다. 103일 동안 쉼 없이 라이브 콘서트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씬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는 방증이었다. ‘103 마라톤 콘서트’는 당시 인천 록 음악의 위세를, 그리고 한 시대의 경향을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는 끝났다.
시대는 바뀌었고, 인천의 록 뮤직은 급격하게 세를 잃었다. 지금은 어느 광역시와 비교해도 씬이 사라진 도시가 됐다. [Again 103]은 그 ‘사라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악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음악으로 그 자리를 채우려 하는 시도다. ‘103 마라톤 콘서트’에 참여했을 만큼 오랜 시간 인천을 지켜온 얼터너티브 록 밴드 PNS, 2004년 초대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앨범’ 상을 받았던 모던록 밴드 더더, 메탈도시 인천의 맥을 잇고 있는 정통 헤비메탈밴드 스틸크로우, 최근 인천 밴드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메탈코어 밴드 해머링 등 인천의 밴드가 다시 한 번 인천의 록 음악을 이야기한다. 인천 헤비메탈을 상징했던 밴드 사하라의 곡 'I Can't Say’를 인천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동료 음악가들이 새롭게 연주하는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인천은 함께 음악하는 동료를 찾기 어렵고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Again 103]이 당장 큰 반향을 얻거나 씬을 활성화시킨다거나 하는 기대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지금 인천의 록 음악이 다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움직임 정도는 눈여겨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은있다. 얼마 전 한 방송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씬’이란 게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나의 대답은 ‘공간’, 그리고 ‘사람’이었다.
[Again 103]은 사라지고 잊혔던 인천의 씬을 복원하려는 작은 시작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