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명(無明)의 굴레 지나
결국 빛의 바다에서 별 되어 만날 이야기
우순실의 새 앨범 [첫사랑]
21세기의 대중음악은 음악가와 대중의 대화고 고백이고 다독임이다.
하필 코로나19로 만남과 교감이 막혀버린 시절에 발표하는 우순실의 새 앨범은 그래서 더 진가가 빛날 수 있다.
2020년이 가기 전에 발표하는 우순실의 앨범 [첫사랑]을 관통하는 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이 불가해한 진리 앞에서 우린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를 새 옷을 입은 그의 옛 노래와 새로 지은 노래들을 들으며 천천히 사유하게 된다.
새 곡 ‘첫사랑’과 ‘통한다는 말’은 제주 조천의 책방 주인이자 시인인 손세실리아가 쓴 시에 ‘잃어버린 우산’의 작곡가이자 우순실의 40년 지기 작곡가 오주연이 선율을 붙이고, 우순실이 더 성숙해진 음성과 표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우순실의 또 다른 인생 노래가 될 ‘윤회’가 새로운 트렌드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 트로트 영역에 의미 있는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상큼하고 도저한 사랑의 흥분을 찬미하기보다 성숙한 인생의 빛과 그늘을 아우르는 세련된 어른들의 낭만 음악으로.
신곡 외에도 우순실의 스테디 넘버 ‘잃어버린 우산’, ‘꼬깃꼬깃 해진 편지’, ‘잊혀지지 않아요’, ‘폼나게 섹시하게’를 새 옷을 입혀 내놓은 것들도 의미있다.
시티 팝이나 디스코의 복고풍 스타일이 더 사랑받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어 더 경쾌하고 단출한 편곡, 그리고 쉼 없는 연습과 연구로 더 풍부해진 우순실의 창법으로 무겁고 우울한 정서보다는 투명한 색채를 느낄 수 있다.
이유 있는 복고는 맥락없는 실험보다 예술적이므로.
코로나19라는 공동의 거대한 벽으로 교감과 만남이 멈춰버린 긴 무명(無明)의굴레 앞에 서있는 보통사람에게.
글: 음악칼럼니스트 강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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