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목' [그늘같은 늘같은]
1. "그늘같은 늘같은"
여름에만 허락된 그늘 같은 사랑. 한겨울에 울려 퍼지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노래. 차갑지만 포근한 겨울의 환상적인 풍광을 그리는 곡.
파니핑크(Fanny Fink)의 멤버 '홍재목'이 세 번째 싱글 [그늘같은 늘같은]을 발표한다. 지난 6월 발매된 [심야(深夜)]와 지난 8월 발매된 [네가 고양이면 좋겠다]에 잇는 세 번째 싱글이다. 낮게 울려 퍼져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홍재목의 묵직한 보컬이 1인 프로젝트 그룹인 러블리벗(Lovelybut)의 음악과 만났다. 따뜻한 음악을 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던 홍재목은 곡을 받고 한 달의 시간 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따사로운 햇살에 불현듯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혔고, 곧이어 누군가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마음에 바로 녹음을 진행했다. 우연인 듯 운명 같은 이 둘의 만남은 어떠한 운명처럼 하나로 어우러져 단조롭지만 가볍게 들을 수 없고, 따뜻하지만 애상의 곡조를 베어 무는 독특한 질감의 음악으로 탄생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여름 한 낮 그뿐일지라도 온전히 널 만날 수 있는 그 시간 나 기다려"
"외로운 어둠 길고 차가운 겨울 슬퍼 날 찾지 않는 너에게 나 잊혀질까 두려워 날 잊지 말아줘 제발"
사랑을 자연물에 빗대어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이 가장 뭉근하면서도 코끝 아련할까.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근사한 '나무'의 모습일까, 향기를 품은 찬란한 '꽃'의 모습일까, 혹은 한 눈에 보기에도 코끝을 갖다 대도 감흥은 없지만 가장 가치로운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그늘'같은 모습일까. 홍재목은 '그늘' 같이 늘 같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이라고 말하며, 은은히 번져가는 작은 불빛 같은 이 노래를 선사한다.
음악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겨울바람의 쓸쓸한 정조를 닮았다. 그러나 매서운 겨울 공기 속에서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애절함과 더 큰 그늘이 되어 다가가겠다는 깊은 사랑의 공명은 따뜻한 온기가 되어 가볍게 소비할 수 없는 진중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의 목소리는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아래로 낮게 울려 퍼져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짝사랑의 애달픈 추억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곧이어 등장하는 첼로의 낮고 묵직한 선율은 곧 격정적으로 치달으며 따뜻하고 환상적인 겨울의 풍광을 그린다.
기나긴 기다림이 시작되는 겨울의 초입, '그늘같은 늘같은'은 자신다운 방법으로 사랑하는 일이 가장 고결하고 순수한 사랑임을 알려준다. 고뇌와 슬픔이 채색되어 있지만, 그것조차 가만히 어루만져주는 그의 따뜻한 숨결이 녹아있는 이 노래가 추운 겨울,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