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요?
[Author’s Note]
사람들이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시대.
가까운 미래엔 사람과 기계의 구분 자체가 모호해지진 않을까 상상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아래엔 여전히 그리움, 두려움, 희망 같은, 사람들의 오래된 감정들이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습니다. 그저 조금 더 깊이 감춰져 있는 채로요. 어쩌면 점점 더 발전하는 테크놀로지는 그저 우리가 여전히 어리숙하고 혼란스러운 인간이라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잊고 살아가게 도와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더 근사하게 발전을 하든,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아주 짧고, 결국 계절이 바뀌듯, 우리 또한 결국 사라져 버릴 거란 그 사실을 말이에요
.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윌과 휴는, 두 사람이 아닌 두 로봇의 이야기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로봇이 겪는 일들을 통해, 되려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돌이켜 보게 하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저희는 미래가 배경인 이 이야기를 미래지향적이고 기계적인 사운드가 아니라 아날로그와 어쿠스틱 사운드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피아노와 현악기, 그리고 레코드플레이어의 바늘이 타닥거리는 소리를요. 또한, 가장 작고 소소한 마법 같은 순간들로 이야기를 채웠습니다. 이를테면, 무작정 떠나게 되는 여행이나, 어느 여름밤 처음 보게 되는 반딧불 같은.
레코드플레이어, 반딧불,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숨을 쉬는 것...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들을 우린 모두 이 우주 어딘가에서 맞이하게 됩니다. 그치만 그렇게 공기 속을 진동시키며 마법처럼 어둠을 밝히는 날갯짓을 하고 나면 우리는 모두 여름 들판의 반딧불처럼, 결국엔 사라져버리게 됩니다. 이 변하지 않는 사실을 다 알아버린 우린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사랑하는 일?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일엔 그 이후에 찾아올 고통을 감내할 만큼의 가치가 과연 있는 걸까요.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엔 결국 끝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우리가, 어쩌면, 해피엔딩일 수 있을까요?
[Synopsis]
멀지 않은 미래,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 또한 깨닫게 되는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