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학전 소극장 (Hakchon)
대학로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청년 문화의 거점이었다. 1985년 주말마다 차없는 거리가 조성된 후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노래하고 춤췄다. 한국 스트리트 컬쳐의 시작이었다. 한국 연극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1991년 3월, 이 청춘의 거리에 소극장 하나가 들어선다. 김민기가 세운 학전. ‘대안 공간’을 표방한 학전은 대학로를 연극의 거리에서 음악의 길목으로 바꿨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댄스 뮤직이 방송을 주도했다면, 학전 이후 붐을 일으킨 소극장 공연의 주인공은 포크를 중심으로 한 어쿠스틱 뮤지션이었다.
학전을 통해 김광석은 1000회 공연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고, 학전의 기획 프로그램이었던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는 방송으로 무대를 옮겨 음악 토크쇼의 모델이 됐다. 권진원, 안치환, 동물원 등 삶이 담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들 또한 학전의 단골 손님이었다. 양희은은 1990년대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이어가며 다시 자리를 찾았다.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학전 소극장은 댄스 뮤직의 시대, 꿋꿋이 언더그라운드의 가풍을 지켜온 학전 출신 가수들의 음악과 김민기의 정신을 기록한다.
1. 여행스케치 - 별이 진다네 + 초등학교 동창회 가던 날 + 옛 친구에게
( 작사 조병석 / 작곡 조병석 / 편곡 정지찬, 조커 / 드럼 강수호 / 베이스 서영도 / 건반 길은경 안준영 / 기타 정재필 / 퍼커션 조재범 / 건반 정지찬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
1991년 3월 개관한 학전소극장의 첫 공연 주인공은 여행스케치였다. 박선주가 몸담기도 했던 그들은 1989년 데뷔, 90년대 대학로 소극장과 대학 축제의 강자였던 그들은 밴드나 그룹사운드 같은 단어보다는 음악 동아리에 가까운 집단이었다. 통기타를 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그들의 노래가 연주됐고, 같이 있던 친구들 모두가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당시 대학로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노래들을 여행스케치가 메들리로 선사한다.
2. 동물원 - 혜화동 + 변해가네
( 작사 김창기 / 작곡 김창기 / 편곡 정지찬 / 드럼 강수호 / 베이스 서영도 / 건반 길은경 안준영 / 기타 홍준호 정재필 / 퍼커션 조재 / 하모니카 안준영 / 멜로디언 박기영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
1988년 초와 말, 동물원은 데뷔 앨범과 2번째 앨범을 연달아 내놨다. 김광석이 몸담고 있던 시절의 이 두장의 앨범을 통해서 그들은 혼란한 시대에도 충분히 사색적인 일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음악으로 표현해냈다. 아마추어리즘의 미학을 완성시켰다. 2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혜화동’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그 진가를 드러냈던 곡이다. 함께 메들리로 이어지는 ‘변해가네’는 1집의 대표적인 히트곡이었다. 개별적으로 들었던 이 두 노래가 이어질 때 가사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던 일상의 스토리다.
3. 권진원 - 살다보면
( 작사 유기환 / 작곡 권진원 / 편곡 정지찬 / 드럼 강수호 / 베이스 서영도 / 건반 길은경 안준영 / 기타 홍준호 정재필 / 퍼커션 조재범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
김민기가 주도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인 권진원의 대표적인 노래다. 1994년 발매된 2집 수록곡으로 오랜 시간 라디오를 중심으로 사랑받았던, 경쾌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곡 녹음 당시 이 노래의 코러스에는 윤도현과 장필순이 참여했다. 권진원과 윤도현이 같은 소속사였기에 이뤄졌던 ‘품앗이’다. 이후 둘이 방송에서 ‘살다보면’을 함께 부르는 일은 없었는데, 현장에서 윤도현의 즉석 제안으로 [아카이브K]에서 둘의 콜라보가 이뤄졌다. 오랜만에 맞추는 호흡에도 한 점 흐트러짐 없는, 권진원과 윤도현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4. 유리상자 - 순애보
( 작사 이세준 / 작곡 박승화 / 편곡 정지찬 / 베이스 서영도 / 건반 안준영 / 퍼커션 조재범 / 건반 정지찬 / 반도네온 고상지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
유리상자가 1997년 발표한 데뷔곡. 학전 소극장에서 활동하던 가수들이 대부분 포크 록 성향의 뮤지션이었던 반면, 유리상자는 어쿠스틱 발라드를 주로 들려줬다. 학전소극장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채로웠는지를 증명하는 팀이 유리상자다. 공연때마다 빠지지 않고 연주하는 ‘순애보’는 발표된지 20여년이 흘렀어도 변치 않는 그들의 감성과 목소리를 보여준다.
5. 윤도현 - 타잔
( 작사 윤도현 / 작곡 윤도현 / 편곡 정지찬 / 기타 윤도현 / 베이스 서영도 / 카혼 조재범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
윤도현은 학전이 배출한 대표적인 가수다. 파주의 지역 음악 모임에서 활동하던 그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던 계기는 학전소극장에서 공연된 아동극 ‘개똥이’였고, 이를 계기로 1994년 ‘가을 우체국 앞에서’ ‘타잔’이 실린 1집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 앨범은 발매 당시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김광석과 신해철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며 지금의 윤도현이 있을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아카이브K]에서 윤도현은 밴드 사운드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로 ‘타잔’을 들려줬다. 그가 YB를 결성하기 전, 학전에서 공연하던 시절의 초심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6. 양희은 - 그 사이(김민기)
( 작사 김민기 / 작곡 김민기 / 편곡 정지찬, 캡틴플레닛 / 드럼 강수호 / 베이스 서영도 / 건반 길은경 안준영 / 기타 홍준호 정재필 / 퍼커션 조재범 / 첼로 이서연 / 건반 정지찬 / 믹싱, 마스터링 김동훈)
[아카이브K] 학전 소극장 편 뿐 아니라 이 시리즈 통틀어서 가장 빛나는 순간의 주인공은 양희은이었다. 김민기의 페르소나이자 한국 포크의 대모인 양희은이 1972년 발표한 2집에 담긴 노래다. ‘아름다운 것’ ‘작은 연못’ 같은 명곡으로 가득한 양희은-김민기의 또 하나의 명반이지만, ‘그 사이’는 명곡들 틈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양희은은 이 노래를 지금의 목소리로 기록한다. 최초로 방송에서 부르는 ‘그 사이’는 1972년과 2021년, 그 사이 동안 한국 대중음악이 걸어온 길의 두께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양희은의 목소리가 시작됐을 때, 녹화장에 모인 모든 음악인들이 청중으로 돌아가 그저 음악에 귀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