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오 [독립 운동가의 노래]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가수 문진오가 그 의미를 담은 음반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치열히 독립운동을 하였던 독립투사의 어록과 추모시를 바탕으로 곡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곡은 프로듀서인 피아니스트 권오준에 의해 피아노와 국악기로만 편곡되었습니다.
여운형, 장준하의 연설문과 어록을 바탕으로 한 ‘우리가 건설할 국가는’과 ‘민족주의자의 길’은 그 시대의 자주, 독립, 민주 공화국의 꿈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노래입니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심정이 되어 시를 쓴 이윤옥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목숨이 경각인 아들아’는 옥중에서 죽어가는 아들 안중근을 그리는 어머니의 심정이 가슴을 울립니다.
역시 이윤옥 시인의 시 ‘혁명의 강물에 뛰어든 김 알렉산드라’는 험난했던 시절 한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 알렉산드라는 사형장에서 마지막 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8걸음만 걷게 해달라고 하였답니다. 김 알렉산드라는 조선 땅을 밟아 본 적이 없었지만, 그 8걸음을 조선 8도를 아우르는 심정으로 걷고 죽겠다고 했다 합니다.
6.10 만세운동을 준비하다 일제에 발각되어 고문으로 죽어 가시고 또 고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일제에 의해 철관에 묻혀 가신 권오설 선생의 삶은 원옥희 시인의 추모시 ‘가곡지 회화나무’가 노래가 되었습니다.
전라도 의병장 황병학의 격문과 추모시로 만들어진 ‘의병장 황병학의 노래’는 장엄한 레퀴엠으로 모든 독립투사들을 기리고 있습니다.
통일시인 이기형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분단 아리랑’은 모든 독립투사의 꿈이었을 독립된 통일 조국을 가슴 저리게 노래합니다.
마지막 곡인 ‘독립군 추도가’는 작자 미상의 곡으로 독립운동 과정에서 산화해 가신 독립투사를 풍금과 해금으로 구슬프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문진오의 새 앨범 [독립운동가의 노래]
김창남(성공회대학교 교수,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문진오의 새 앨범 [독립운동가의 노래]를 듣다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기형 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분단 아리랑’을 듣던 중이었다. 1980년대 중반 어느 시점엔가 이기형 선생을 가까이서 여러 번 뵌 적이 있었다. 몽양의 비서로 일했고 남북을 오가며 고초를 겪은 후 뒤늦게 시단에 나와 민족과 통일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활동하시던 때였다. 그때 이미 머리와 눈썹이 흰 백발의 노 시인이었는데 나처럼 젊은 사람도 늘 깍듯이 대하며 손을 꼭 잡아 주시곤 했다. 언젠가 당신이 쓰신 ‘몽양 여운형 평전’을 주시기도 했는데 세월의 유수 속에 책도 사라지고 시인에 대한 기억도 끊어졌다. 이기형 선생이 2013년 96세의 나이로 영면하셨다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세상이 몇 번씩이나 바뀌는 와중에 참 많은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 될 많은 역사를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문진오의 음악인생 30년을 기념하는 음반 [독립운동가의 노래]는 이렇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름들을 새롭게 상기시킨다. 통일 시인 이기형을 소환하고 독립운동가 여운형과 김 알렉산드라, 안중근과 권오설을 불러내고, 의병장 황병학, 애국지사 장준하 그리고 이름 모를 독립군들을 되살려낸다. 언제부터인가 민족을 이야기하고 애국을 논하는 게 촌스럽거나 심지어 시대착오적인 일로 여겨지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부정하고 위안부를 모독하는 일본과 국내 일부 세력의 문제가 불거진 지금 [독립운동가의 노래]는 때맞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환기시킨다.
시의적절한 기획인 셈이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문진오는 늘 그래왔다. 30년 전 노찾사 활동으로 시작한 그의 음악 인생이 꽃길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으나, 그는 한 순간도 민족, 민중, 통일, 노동, 해방 같은 단어들로 표상되는 그 길을 벗어난 적이 없다. 겉멋이라고는 부릴 줄 모르는 목소리의 순정함만큼이나 그의 음악적 여정은 늘 한결같다. 변화와 변신이 미덕이라 칭송되는 경박한 시대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렇게 묵직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가 너무나 고맙다. .... ....